출처 :  http://www.hani.co.kr/arti/politics/diplomacy/513058.html  

공정한 국제중재라더니…ISD 중재했던 미 판사 ‘미 정부서 압력’ 고백
[한겨레] 정은주 기자  등록 : 20120102 20:51 | 수정 : 20120102 22:41
   
예일대 로스쿨 논문에 실려

투자자-국가 소송(ISD)에 중재인으로 참여했던 전직 미국 판사가 미국 정부의 압력을 받았다고 고백한 것으로 확인됐다. 투자자-국가 소송제는 공정한 국제중재절차이며 중재인은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받는다고 외교통상부는 주장해왔다.

미국 예일대 로스쿨이 2008년에 펴낸 논문집 ‘국제투자중재에서 근거의 필요성: 판례 중심’을 보면, 빌 클린턴 정부의 고문으로 일하던 전직 연방법원 판사 애브너 미크바는 캐나다 회사가 미국 판결에 처음 도전한 로언 사건의 중재인으로 1998년 지명된 뒤 미국 법무부와 만났다. 당시 법무부 관계자는 “미국이 로언 사건에서 패소하면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NAFTA)을 유지하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했고, 미크바는 “내게 압력을 행사하길 원하는 것이라면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답했다고 한다. 잰 폴슨 미국 마이애미 로스쿨 교수는 “미국 압력을 거부한다는 듯이 밝혔지만 미크바는 미국 관료 출신으로서 로언 사건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언 사건이란 캐나다 장의업체인 로언이 1995년 미국 미시시피 주법원에서 5억달러를 배상하라는 배심원 평결을 받자 북미자유무역협정 위반이라며 투자자-국가 소송을 청구한 사건을 말한다.

중재판정부(중재인 3명)를 구성해 보니 미크바를 제외한 오스트레일리아와 영국 판사 출신의 두 중재인은 미국 주법원의 잘못된 평결로 로언이 피해를 봤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이에 미크바는 “어려운 상황에서 (미국 정부의 입장에서) 소수 의견을 개진했다”고 강조했다. 나머지 중재인 둘도 나중에 입장을 바꿔 2003년 6월 중재판정부는 만장일치로 미국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미크바는 로언 사건의 뒷얘기를 2004년 12월 페이스 로스쿨 대학에서 열린 환경법 심포지엄에서 발표했는데, 그 내용이 녹음돼 2008년 예일대 논문집을 통해 공개됐다.

외국 투자자가 미국 정부를 상대로 15차례 투자자-국가 소송을 청구했지만, 미국 정부는 한 번도 패소하지 않았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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