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백남기 사망’ 살수차 운전경찰 사과 막은 경찰청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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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백남기 사망’ 살수차 운전경찰 사과 막은 경찰청
등록 :2017-09-27 19:38 수정 :2017-09-27 22:11


이철성 경찰청장이 지난 6월16일 오후 서울 미근동 경찰청 대청마루에서 열린 경찰개혁위원회 발족식에서 인사말을 통해 경찰의 ‘물대포’에 맞고 아스팔트에 쓰려지며 머리를 다쳐 숨진 고 백남기 농민 사건 등에 대해 사과한 뒤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고 백남기 농민에게 물대포를 쏜 살수차 운전 경찰관들이 여러차례 유족에게 사과하려 했지만, 경찰청이 번번이 제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은 “개별 행동을 막은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27일 경찰청과 살수차 운전요원 쪽 설명을 종합하면, 충청남도지방경찰청 소속 한아무개·최아무개 경장은 지난 7월께 경찰청 법무과에 ‘백남기 농민 유족에게 사과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6월17일 이철성 경찰청장이 유족에게 공개 사과했기 때문에 자신들도 사과하고 싶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경찰청 법무과는 이들의 사과를 막았다. 경찰청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한 경장 등은 사과 의지가 강했는데 경찰청이 계속 반대했다. 26일 이들이 유족이 낸 손해배상 소송에 사과 뜻을 담은 청구인낙서를 제출하는 날에도 경찰청 쪽에서 60통 넘게 전화하며 말렸다고 한다. 한 경장 등의 직속 서장까지 동원해가며 청구인낙서를 제출하지 못하게 회유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한 경장 쪽에서 ‘그렇다면 경찰청장의 사과는 대체 뭐냐’고 물었더니 ‘(청장의 사과는) 수사적인 것이라는 걸 알지 않느냐’고 했다”고 덧붙였다. 백남기 농민 유족은 지난해 한 경장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한 경장 등은 개인 자격으로 대응에 나섰지만, 사실상 경찰청 법무과의 조율에 맞춰 움직여야 했다.

결국 한 경장 등은 26일 경찰청과 상의없이 유족에게 사과하며 유족 주장을 모두 인정하는 내용의 청구인낙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이들은 청구인낙서에 “청구인낙을 제출하는 이 순간도 너무 두렵다. (…) 저희가 속한 경찰청 의사와 무관하게 힘겨운 결단을 내리게 됐다”고 적었다.

경찰청 법무과는 이들의 청구인낙서 제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기자단에 “(살수차 지휘라인인) 신윤균 전 서울청 4기동단장도 청구인낙서 제출을 검토하고 있다. 경찰청은 소송당사자들과 논의를 해왔다”고 알렸다. 청구인낙서 제출이 합의된 일이라는 뉘앙스였다. 최현석 경찰청 법무과장은 27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사과를 막은 게 아니다. 진정한 화해의 다리를 놓기 위해 개별적으로 사과에 나서는 것보다 조직 차원에서 사과를 하는 게 맞다고 설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백남기 농민 대책위 관계자는 “살수차 운전 경찰들이 뒤늦게나마 반성하고 사과를 하겠다면 지원을 해줘도 부족할텐데 되레 이것을 막아왔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이철성 경찰청장 사과의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말했다.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