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행침식 없다'더니... '4대강 거짓말' 또 들통
[4대강 현장검증] '생명의 강 연구단' 남한강 조사 동행 취재
12.01.04 10:17 ㅣ최종 업데이트 12.01.04 10:17  최지용 (endofwinter)

"역행침식은 없다."
 
지난해 4대강 사업으로 '역행침식'이 일어났다는 지적이 일자 정부는 강하게 부인했다. 역행침식은 본류 준설로 인해 지천이 유입되는 낙차가 생겨 유속이 빨라지면서 지천 상류 쪽으로 침식이 번져가는 현상을 말한다. 낙동강과 남한강의 지천에서 제방이 쓸려 나가고 강바닥이 파이는 현상이 발견됐지만 정부는 단지 '비가 많이 와서 그런 것'이라고 해명했다. (관련기사 : 비 올까 '덜덜덜', 4대강 '너 떨고 있니?')
 
3일 환경단체들로 구성된 '생명의 강 연구단'(이하 연구단)과 함께 찾은 남한강 4대강 사업구간에서 그런 정부의 설명과 모순되는 현장들이 포착됐다. 역행침식을 부인하면서 그에 대비하는 공사를 벌이고 있던 것. 단순히 복구하는 수준을 넘어 강바닥과 제방을 더 견고하게 보강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모두 지난해 역행침식이 지적됐던 곳이다. 역행침식으로 붕괴우려가 제기됐던 교량은 철거돼 있었다.
 
역행침식 없다면서 지천 보강공사로 분주
 
▲ 경기도 여주군 금당천 일대에서 하상보호공 보강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 최지용

남한강으로 유입되는 지천인 경기도 여주군의 금당천. 수량이 줄어 거의 바닥을 드러낸 지천 한가운데서 굴착기와 덤프트럭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남한강과 합수지점에서 상류로 600미터 가량 올라온 부근에서 '하상보호공' 설치 공사가 한창이다. 현장 바로 위쪽에 침식피해가 우려됐던 금당교가 있다.
 
이곳에는 지난해 봄비와 장마로 지천 양쪽 제방이 쓸려나가고 바닥에 설치학 보호공이 유실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그 후로 수차례 복구공사를 벌였지만 다시 비가 오면 무너지고 유실되고를 반복했다. 이번 공사는 다시는 쓸려가지 않도록 작심한 듯 강바닥에 돌망태를 겹겹이 쌓고 콘크리트까지 치고 있었다.
 
이보다 남한강 상류쪽에 있는 간매천 역시 마찬가지다. 간매천은 남한강과 합수지점부터 이호교 사이 300여 미터 구간에서 하상보호공과 제방을 설치하는 작업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었다. 이곳 역시 지난해 역행침식이 지적됐다.
 
▲ 경기도 여주군 간매천에서 하상보호공 및 제방 보강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 최지용
 
연구단장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역행침식으로 몇 번이나 무너진 후에야 이런 공사를 하고 있다, 애초에 콘크리트로 다 바르지 않는 이상 침식을 막을 수 없다"며 "콘크리트 타설을 하는 이런 보강 공사를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겨울철에 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장에 나온 수자원공사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두 지점 모두 본래 4대강 사업 계획에 없던 공사가 추가적으로 진행되는 중이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공사에 들어갔다"며 "(하상보호공과 제방이) 계속 쓸려가니까 추가 보강 공사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역행침식이 발생하는 피해의 원인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았다.
 
그는 겨울철 공사에 대한 박 교수의 우려에 "겨울에는 물이 없어 오히려 공사하기 더 좋은 조건"이라며 "비닐하우스를 치고 기준인 영상 5도를 유지한 상태에서 콘크리트 작업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7월 교량 붕괴우려가 제기됐던 한천의 용머리교(한천교)로 향했다. 연구단과 함께 찾은 현장에는 다리가 완전히 철거되고 없었다. 제방 양쪽에 남은 콘크리트 구조물이 그곳에 다리가 있었음을 짐작하게 했다.
 
용머리교는 지난해 장마가 지나고 난 후 교각이 내려앉으며 상판에 심한 균열이 생겨 위태롭던 다리다. 당시 여주군도 붕괴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다리의 통행을 금지시켰다. 지난 2010년 무너진 여주군 연양천의 신진교와 지난해 무너진 경북 왜관의 '호국의 다리'에 이어 세 번째로 다리가 무너질 판이었다.(관련기사 : 여주 용머리교 붕괴 직전..."역행침식탓")
 
현장 관계자는 "다리가 노후(약 30년)해 철거했다"고 설명했지만, "붕괴우려가 제기되니까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철거해 버렸다"는 게 연구단 측의 주장이다.
 
▲ 경기도 여주군 한천의 용머리교가 철거됐다. 붉은 색 사각형 안에 용머리교가 있던 흔적이 보인다. ⓒ 최지용

▲ 지난해 7월 남한강 지천인 한천의 용머리교. 왼쪽에서 세번째, 네번째 교각 사이가 아래로 내려가 있다. ⓒ 녹색연합
 
여주보 시설에서 누수... 이포보는 크랙 논란
 
▲ 경기도 여주군 이포보의 고정보 부근에 크랙 현상이 의심되는 지점이 제기됐다. 고정보 위로 물이 흐르는 상황이라 정확한 진단은 어렵지만 다른 지점의 생긴 물자국과는 두께와 모양이 다르다. ⓒ 최지용
 
이날 연구단은 남한강에 세워진 대형보에 대해서도 점검을 실시했다. 연구단이 지난해 12월 실시한 낙동강 8개 보와 비교했을 때 남한강 3개 보는 비교적 안정돼 보였다. (관련기사 : 에폭시 주사로 '땜질'... 흉터 흉칙한 '누더기 보')
 
강바닥에 모래층이 많은 낙동강에서는 보가 세워진 지반이 유실될 위험이 있어 대부분 보에서 보강공사가 진행됐다. 반면 강바닥에 암반이 많아 보가 그 위에 건설된 남한강 보에서는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관련기사 : 녹색성장? 강물이 온통 '녹색'...기막히다)
 
다만, 이포보 고정보에 크랙(콘크리트에 금이 가는 현상)이 의심됐고, 지난해 봄비로 붕괴됐던 우안 쪽 어도와 문화광장 주변이 예정된 모습과 다르게 조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여주보에서도 콘크리트 구조물에 균열이 생겨 물이 새어 나오는 모습이 발견되는 등 논란이 될 만한 문제점들이 나오기도 했다.
 
가장 하류에 위치한 이포보에서는 크랙 현상을 놓고 연구단과 건설사 측의 설전이 오가기도 했다. 고정보 상단 부근의 크랙을 지적한 박창근 교수에게 현장 책임자는 "물때 자국일 뿐"이라며 "토목에 '토'자도 모르는 사람이 와서 크랙이라고 한다, 보에 물을 다 빼고 확인해 보자"고 불만 섞인 감정을 들어내기도 했다.
 
그는 보 우안 쪽 어도와 문화광장이 예정과 다르게 조성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도 "우리는 설계랑은 관계없고 시공만 하기 때문에 알 수 없다"고 답했다. 이곳은 지난해 5월 내린 약 80mm의 비로 완전히 붕괴돼 논란이 된 지점이다.(관련기사 : 4대강 사업, 80mm 비에 무너졌다)
 
▲ 경기도 여주군 4대강 사업 이포보 조감도. ⓒ 최지용
 
여주보 콘크리트 구조물의 균열은 보의 우안 쪽 하류 제방에서 발견됐다. 배수관이 설치된 벽면 바로 위쪽에 구멍이 난 것처럼 물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이에 현장 관계자는 "물이 새는 게 맞다, 즉시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박창근 교수는 "남한강 보는 낙동강 보와 달리 고정보 부근이 많지 않아 균열이나 누수 현상을 살필 수 있는 곳이 콘크리트로 된 각 기둥뿐"이라며 "가동보 부근도 계속 물이 흐르고 얼음이 생긴 곳도 있어 정확한 관찰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상태로도 안정성을 확신할 수 없다"며 "지속적인 점검과 감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경기도 여주군 여주보 콘크리트 구조물에 생긴 균열 사이로 물이 새어 나오고 있다.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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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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