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816757.html


[단독] ‘국정교과서 반대 김 교수’는 왜 연구비 지원 배제됐나

등록 :2017-10-31 07:38 수정 :2017-10-31 11:39


박근혜 청와대 ‘역사학계 블랙리스트’ 확인

“VIP도 국정 교과서 직접 언급” 강조

반대 학자 지원 배제, 지지 학자 ‘묻지마 지원’


지난해 교육부가 청와대 지시로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역사학자를 각종 연구지원 사업에서 배제했던 사실이 확인됐다. 2015년 10월28일 서울대 교수 372명과 명예교수 10명을 대표해 나온 12명의 교수가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 방침에 반대하는 내용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지난해 교육부가 청와대 지시로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역사학자를 각종 연구지원 사업에서 배제했던 사실이 확인됐다. 2015년 10월28일 서울대 교수 372명과 명예교수 10명을 대표해 나온 12명의 교수가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 방침에 반대하는 내용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이전 정부에서 연구비를 미끼로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연구자를 배제하고, 찬성하는 인사를 체계적으로 관리해온 사실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30일 교육부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추진단) 기획팀이 지난해 1월18일에 작성한 ‘역사분야 학술연구지원 관련 보고서’를 보면, 추진단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여론이 매우 큰 역사학계에 (국정화) 정책 지지 저변을 확대하는 한편, 역사학계의 편향된 연구지형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적시했다.


지난해 교육부 학술연구지원 사업의 연구 주제와 세부시행계획이 확정된 시점은 3월이다. 연구과제 및 연구자 선정은 7~8월에 이뤄졌다. 6171억원 규모의 ‘2016년 학술연구지원 사업’을 본격 추진하기에 앞서, 이미 1월부터 추진단이 ‘국정화 찬성’을 연구지원 기준으로 제시했다는 뜻이다. 추진단은 보고서에서 “올바른 역사교과서(국정 교과서)에 대해 브이아이피(VIP·박근혜 대통령)께서 직접 언급하고 있다”며 “역사교육 정상화를 위해서는 교과서를 새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역사 교육이 바로설 수 있는 학술연구 기반도 선행돼야 한다”고도 했다.


청와대의 의도는 같은해 7~8월 학술연구지원사업 선정 결과에 그대로 반영됐다. 먼저 국정화에 반대한 연구자는 거의 모두 탈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7월 추진단의 학술연구지원사업 공모 결과 보고서에서 ‘블랙리스트’로 지목된 정재훈 경북대 교수는 2015년 10월 일찌감치 한국사 국정교과서 집필 거부를 주도했다가 ‘미운털’이 박혔다. 그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대구·경북지역 역사학 전공 교수’(40명)의 한 명으로 “박근혜 정권은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시도를 중단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추진단은 보고서에서 그의 이름 옆에 ‘반대 선언 참여’라는 사실을 표시했다. 그는 연구지원 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했다. 송호정 한국교원대 교수, 박평식 서울대 교수 등도 같은 이유로 탈락했다.



최병택 공주대 교수와 백은진 고려대 강사는 ‘국정교과서 반대 토론회’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지원 대상에서 배제됐다. 최 교수는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2015년 교육부가 의뢰한 교과서 국·검정 구분안 고시 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했는데, 당시 국정제로 가야 한다는 교육부의 의견과 달리 검정제가 옳다는 결론을 내린 적이 있다”며 “특정 가치관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학술지원 사업에서 배제하는 것은 학문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이와 달리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지 않았거나 추진단이 “적극 협조”로 분류한 연구자는 모두 지원 대상에 선정됐다. 추진단은 공모 대상 연구분야에 지원한 30명의 연구자를 ‘역사교과서 국정화 찬반’에 따라 ‘◎’(적극 지원)와 ‘○’(지원), ‘빈칸’(지원 불가)으로 분류했는데, 이름 옆에 ◎ 표시가 된 홍석민(연세대)·정경희(영산대)·안소영(경희대) 교수 등은 지원 대상에 포함됐다. 이들 이름 옆에는 “(국정교과서에) 적극 협력하는 연구자”라는 주석이 붙었을 뿐, 연구계획의 우수성이나 역량 등에 대한 평가는 제시되지 않았다. 추진단이 ‘적극 협력’으로 분류한 정경희 영산대 교수는 2015년 ‘국정교과서 지지 선언 102명’에 포함됐고, 이후 국정교과서 집필진에 합류하기도 했다.


홍석재 김미향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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