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v.media.daum.net/v/20171226011409298


[단독] 'MB 국정원' 정치개입 문건 715건, 대통령 기록관에 '봉인'

현일훈.손국희 입력 2017.12.26. 01:14 수정 2017.12.26. 06:44 


검찰, 2011년 디도스 수사 때 확보

SNS 진단, 야당 사찰 등도 포함

수사에 활용 않고 청와대에 반환

박근혜 청와대서 기록물로 이관


2012년 6월 ‘10·26 선거 디도스 공격’ 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박태석 특별검사. [연합뉴스]

2012년 6월 ‘10·26 선거 디도스 공격’ 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박태석 특별검사. [연합뉴스]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국내 정치에 개입한 것으로 추정케 하는 이명박 정부 시절 작성된 문건 715건이 현재 대통령기록관에 보관 중인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여기에는 야당 정치인 ‘사찰 보고서’ 등이 다수 포함돼 있다. 앞서 검찰은 2012년 이 문건들을 확보하고도 원래 출처인 청와대로 반환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취임 뒤 대검에 이 부분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다.

검찰에 따르면 대검 특별감찰단은 문건 전달에 관여한 검사와 수사관 등 관련자 20여 명을 최근에 불러 조사했다. 이 사건은 2011년 10월 26일(보궐선거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디도스(DDos·분산서비스 거부) 공격을 수사한 박태석 특별검사팀이 김모 전 청와대 정무수석실 행정관 집을 압수수색했을 때 국정원·경찰 등의 청와대 보고문건(2011년 6∼12월 작성)을 확보한 게 발단이다.


특검팀은 수사 범위가 아니라고 판단해 서울중앙지검에 문건을 넘겼고, 검찰은 이를 수사에 활용하지 않고 수년간 보관하다 청와대로 돌려보냈다. 당시 수사라인은 “중요하지 않은 자료로 봤다”고 해명했지만 문건 확보를 은폐한 것 아니냐는 의혹 제기가 이어졌다.


대검의 감찰 결과 검찰은 두 차례에 걸쳐 문건을 반환했다. 2014년 5월 14일에 702건을 청와대로 보냈다. 대검 관계자는 25일 “서울중앙지검 형사증거과 직원이 압수물 처분규정(형사소송법 제133조 등)에 따라 문건을 반환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반환을 누가 지시했는지를 확인 중이다. 당시 법무부·검찰 지휘라인은 황교안 법무부 장관, 김진태 검찰총장, 김수남 서울중앙지검장 등으로 구성돼 있었다. 이 문건들은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보관되다 대통령기록물로 이관됐다.


나머지 13건은 김 전 행정관 수사 기록에 첨부돼 있었다. 2015년 ‘정윤회 문건 유출사건’ 재판 담당 검사가 기록 검토 과정에서 이를 발견했고, 서울중앙지검을 거쳐 같은 해 12월 16일 대통령기록관으로 옮겨졌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문건 내용만 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을 텐데 검찰이 왜 이것을 대통령기록관으로 보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고민이 더 커졌다. 사건이 감찰 범위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대통령기록물로 보는 게 맞는지, 그 결정 과정에 누가 개입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선 수사로 전환해야 한다. 이는 문무일 검찰총장이 결정할 사안이다”고 말했다.


대통령기록물은 대통령의 직무 수행과 관련해 생산된 문건 등을 말한다. 대통령을 보좌·자문하는 기관에서 만든 기록물도 생산기관 및 대통령기록관의 판단에 따라 지정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715건의 문건은 단순 정보 보고가 아니라 당시 야당 정치인들에 대한 사찰 결과를 보고한 것으로 추정되는 내용이 들어 있다. 노무현 정부 때 국정원장을 지낸 김만복 전 원장은 “사찰정보 등이 일사천리로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된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도 “대통령기록물에 포함시키는 식으로 사찰 보고서를 은폐했을 수 있다”며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가능성을 거론했다.


◆715건의 문건 내용은=대통령기록관에 있는 715건의 문건(보고서 제목 기준) 안에는 ‘우상호, 좌익진영의 대선 겨냥 물밑 움직임에 촉각’ ‘손학규 대표, 서울시장 후보로 외부 인물 영입에 주력’ ‘손학규 대표 측 안철수 출마 상정 대응책 마련에 분주’ ‘민주당, 조선일보의 박원순 죽이기 기획취재설에 촉각’ ‘2040세대의 대정부 불만요인 진단 및 고려사항’ ‘SNS의 선거 영향력 진단 및 고려사항’ 등의 보고서가 포함돼 있다.


■ 715개 문건의 이동 경로


「 ● 2011.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일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발생 ● 2012.3.26 디도스 특별검사(박태석)팀 출범 ● 2012.4.16 특검팀,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 집에서 국정원·청와대 문건 715건 압수 ● 2012.6.21 특검팀, 김 전 행정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기소. 문건들은 검찰에 이첩 ● 2014.5.14 검찰, 702개 문건 청와대에 반납 ● 2015.12.16 검찰, 13개 문건 대통령기록관으로 보내 ● 2017.10.27~ 문무일 검찰총장, 문건 반납사건에 대해 대검 감찰 지시. 대검 감찰 착수 」


현일훈·손국희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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