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826069.html?_fr=mt2


[단독] 13조 손실에도…자원개발 공사들 ‘반쪽 반성문’

등록 :2018-01-03 07:08 수정 :2018-01-03 09:51


석유공사·광물자원공사·가스공사

혁신TF에 실태보고서 제출했지만

부실한 결정과정·책임자 등 빠져


김정래 한국석유공사 사장이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위원회의 한국석유공사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연합뉴스

김정래 한국석유공사 사장이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위원회의 한국석유공사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연합뉴스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광물자원공사, 한국가스공사 등 3개 공사가 지난해 수개월간 해외자원개발 실태를 점검해 보고서를 제출했지만, 정작 불투명한 의사 결정 과정의 원인과 책임자 등에 대한 언급은 없어 ‘부실한 반성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진행 중인 ‘해외자원개발 혁신 티에프(TF)’도 초점을 자원개발 사업의 구조조정에 맞춰 기존 사업의 부실 원인 규명과는 거리가 있다. 국가정보원을 비롯해 통일부, 외교부 등이 불법적 특별활동비 사용, 위안부 협상 이면계약 등을 밝혀내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3개 공사는 지난해 8월 점검반을 구성하고 2008년부터 추진된 해외자원개발 사업의 계약서와 경제성 평가 자료 등을 분석했다. 이후 공사들은 ‘해외자원개발 추진 실태와 반성, 그리고 과제’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만들어 ‘혁신 티에프’에 제출했다. 2일 <한겨레>가 입수한 이 보고서에는 자원개발 실패 원인에 대한 자체 분석이 담겨 있다.


보고서들을 보면, 3개 공사는 해외자원개발의 부실 원인으로 주로 유가 하락과 지정학적 이슈 등 외부 조건을 꼽았다. 구체적으로, 석유공사는 유가 리스크 관리 노력 미흡, 과도한 차입 의존, 단기간 압축 성장으로 사업관리 역량 부족, 자회사 통제 미흡, 합리적 투자 의사 결정 과정 미흡 등을 문제점으로 지목했다. 유가 하락을 예상하지 못했고, 공사의 역량 부족으로 투자 사업이나 자회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고 반성한 것이다. 또 합리적으로 투자 결정을 못했다고 하면서도, 그 원인에 대한 설명은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


석유 광물자원 가스공사 부채비율 추이 (※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석유 광물자원 가스공사 부채비율 추이 (※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예컨대, 40억8천만달러(약 4조3천억원)를 투자해 지금까지 400만달러(약 42억원)만을 회수한 캐나다 하베스트 사업(회수율 0.1%)에 대해 석유공사는 급격한 유가 변동, 본사 통제 노력 미흡, 인수 리스크 검토 미흡 등을 부실 원인으로 꼽고 있다. 하지만 당시 지식경제부(산업부의 전신)의 경제성 평가를 의뢰받은 지질자원연구원이 “위험한 사업”이라고 경고했는데도 이 사업을 강행한 이유과 과정 등을 담은 ‘진짜 원인’에 대한 설명은 빠져 있다. 석유공사는 2007년 부채비율 64%에서 2016년 529%로 재무건전성이 크게 훼손됐고, 2011년부터 매년 2천억∼4조5천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가스공사나 광물자원공사의 반성도 부실하다. 감사원은 2014년 가스공사의 캐나다 혼리버·웨스트컷뱅크 패키지 사업에 대해 웨스트컷뱅크 사업의 내부수익률(IRR)이 투자부적격인 9.2%로 나오자 혼리버 광구와 합산해 12.3%로 산정해 ‘경제성 부풀리기’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가스공사는 이런 잘못된 의사 결정의 원인을 전혀 설명하지 않았다. 광물자원공사도 14억5천만달러(약 1조5천억원)를 투자해 1억7700만달러(약 1900억원)만을 회수한 멕시코 볼레오 동광 산업에 대해 기술·법률 등 검증 미흡과 긴박한 운영권 인수로 사전 검토 부족 등을 부실 원인으로 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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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 공사는 2008년 이후 33조8천억원을 투자해 13조3천억원의 손실을 봤고, 53조원의 부채를 짊어진 상태다. 더욱이 광물자원공사는 2016년 이후 완전자본잠식 상태로 정부가 1조원의 자본금을 충당해줘야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김경율 참여연대 집행위원장(회계사)은 “3개 공사는 몇가지 잘못을 인정하고 부실을 털고 가자는 게 목표인 것 같다”며 “각 사업을 결정하기까지의 의사 결정 과정, 사업 착수를 앞두고 경제성을 부풀렸는지 여부, 부풀렸다면 누가 책임자인지 등을 꼼꼼히 들여다보고 필요하다면 책임자 처벌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내년 상반기까지 활동할 ‘혁신 티에프’가 얼마나 진실에 접근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산업부는 81개 사업의 경제성을 재평가하는 지질자원연구원 연구용역 결과물이 나오면, 올해 상반기 중 티에프 위원들로 하여금 각 사업의 처리 방향(우량·관리·조정)을 권고해달라고 할 계획이다. 권고를 받은 3개 공사가 구조조정 방안을 만들어 보고하면 티에프 활동은 종료된다. 티에프가 이렇게 끝나면 해외자원개발 사업들에 대한 진상 규명은 어려워지고, 오히려 3개 공사와 당시 책임자들에게 ‘면죄부’를 줄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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