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A 후보도 돈봉투 돌렸다"
[단독] 영남권 핵심 간부, <오마이뉴스>에 최초 고백... 돈으로 줄 세우기 그만
12.01.09 09:48 ㅣ최종 업데이트 12.01.09 09:54 장윤선 (sunnijang)
▲ 3일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인천 문학경기장에 8명 후보들의 대형 플래카드가 내걸려 있다. ⓒ 남소연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이 정치권을 강타한 가운데, 민주통합당 A 후보도 1·15 전당대회를 앞두고 영남권 지역위원장들을 상대로 돈봉투를 돌렸다는 증언이 나와 파문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영남권에서 활동하는 민주통합당의 복수의 관계자들은 A 후보가 지역별로 금액을 달리해 돈봉투를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최하 50만 원을 기본 단위로, 중간급이면 100만 원, 지역책임자를 맡을 경우에는 500만 원의 돈이 건네졌다는 것. 돈의 지불 방법은 후보가 직접 건네는 것은 아니고, 조직을 책임지고 있는 실무급 핵심 관리자가 확실한 멤버십이 확인되면 식사를 겸한 자리에서 현금으로 전달했다고 이 관계자들은 증언했다. 한 지역당 집행되는 금액은 천차만별이나 민주통합당의 열세 지역인 영남권에 더 많은 금액이 집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영남 지역에서 활동하는 민주통합당 B 위원장은 8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지난해 12월 8일 민주당 임시 전국대의원대회 때 A 후보 측이 돈 봉투를 돌린 사실이 있다"며 "50만 원을 주었지만 거절했다"고 밝혔다.
그는 "광역별, 지역별로 나눠 지금도 돈봉투를 돌리는 조직이 있다"며 "지역위원장이 지역 책임자 제안을 거절하면 그 아래 단위인 사무국장이나 그밖에 영향력 있는 사람을 포섭해 활동비를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B 위원장은 "일단 지역책임자로 결정되면 보통 500만 원 이상은 주는 것으로 안다"며 "A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 액수를 받고 활동 중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A 후보로부터 직접 지역의 책임자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지만 구태정치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끝내 수락할 수 없었다"며 "처음 제안을 받은 것은 지난해 9월 말이었다"고 고백했다.
이 위원장은 또 "A 후보가 당시 활동비 금액을 정확히 얘기하지는 않았지만 지역책임자나 광역책임자를 보면 적지 않은 금액을 주는 것 같다"며 "그들은 주로 멤버십이 확실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조직체계를 갖추고 움직인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지역(영남)에도 몇 명이 A 후보로부터 돈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어려운 지역 사정을 고려해 그런 것은 알아도 모른 체 하는 게 관행"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영남 쪽 지역위원장들에게 돈봉투를 돌린 것으로 알려진 A 후보 측 관계자는 9일<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당원으로서 A 후보를 좋아할 뿐"이라며 "사실무근인 것을 쓰거나 알리면 즉각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돈봉투 관련해서 나한테 얘기를 하려면 증거를 가지고 오라"며 "증거도 없이 함부로 말하면 안 되고 돈 문제와 관련해 나는 아는 사실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돈 넣으면 표 나온다... 새천년민주당 전대 시절부터 이어져"
▲ 돈봉투(자료사진).
<오마이뉴스>는 B 위원장 이외에도 지난해 12·8 임시전대 당시 50만 원을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진 2명의 지역위원장에게 확인 전화를 걸었으나, 두 사람은 모두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영남권에서 활동하는 또 다른 관계자 C씨는 이같은 돈봉투 살포는 12·26 컷오프 경선 직전에도 되풀이됐다고 밝혔다.
그는 "돈을 넣으면 표가 나온다 해서 일명 '자판기'라고 부른다"며 "이것은 새천년민주당 전당대회 시절부터 면면히 이어져온 민주당의 오랜 선거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대개 이런 조직은 전국을 5개 권역(영남, 호남, 수도권, 충청, 강원제주 기타)으로 나눠 권역별 책임자를 두고 활동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C씨는 또 "지난해 12월 26일 열린 민주통합당 컷오프 경선 전날 영남지역의 몇몇 지역위원장들이 A 후보의 초청을 받아 서울의 한 호텔로 모였다"며 "호텔로 모인 이들이 밥과 술, 돈을 받았다고 지인들에게 얘기하는 것을 들었다"고 밝혔다.
영남의 D 위원장도 "E 위원장이 컷오프 경선 하루 전날 서울로 가서 교육문화회관 인근 호텔에서 묵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거기서 밥 먹고 용돈까지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유인태 "깨끗했느냐고 묻는다면 깨끗하지 않았다고 말하겠다"
▲ 유인태 전 민주당 의원(자료사진). ⓒ 유성호
유인태 전 민주당 의원은 8일 <오마이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민주당은 과거 경선에서 깨끗했느냐고 묻는다면 깨끗하지 않았다고 말하겠다"며 "김대중 정부 시절 공천의 1/3은 돈을 받고 팔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유 전 의원은 "종교계나 대학 총장선거, 농협, 축협, 수협 등의 조합장 선거 등 내부 구성원을 대상으로 하는 우리나라 선출직 선거는 늘 돈선거의 사각지대였다"며 "이번에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을 계기로 각계의 선거문화가 투명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통합당 경선과 관련해서는 "지난여름부터 여윳돈이 있는 후보가 활동한다는 소문을 들었다"며 "활동이 별거냐, 밥 사고 돈 주는 것이 활동의 전부"라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민주당 입장에서 아주 어려운 불모지에 가까운 지역에서 활동하는 분들에게 일종의 자매결연을 맺어 사무실 운영비라도 보태려고 한 것을 나쁘게만 볼 일은 아니"지만, "모든 선출직 선거라는 게 안 들키고 쓰면 돈 있는 사람에게 유리한 것이 사실인 게 오늘날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그는 "내부 구성원을 상대로 하는 전국의 모든 선거는 종교계를 막론하고 전부 돈 선거"라며 "돈 있는 사람이 돈 쓰고픈 선거관행을 바꿀 수 있는 제도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유 전 의원은 "선출직 선거가 돈 선거라는 인식이 퍼지면 모든 선출직을 지명직으로 해야 한다는 보수언론의 여론조작이 있을 수 있다"며 "민주주의 근간을 이루는 선거문화가 깨끗하고 공정하게 치러질 수 있도록 각계가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대의원 표 많을수록 은밀한 거래의 대상 되기 쉽다"
영남의 B 위원장은 왜 폭로했나
"불합리한 영남의 정치지형을 고치고 싶었다. 그런데 돈 있는 후보가 돈으로 지역을 줄 세우는 관행이 되풀이됐다. 그런 정치는 이제 끝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국정치가 바른 길로 가기 위해서는 한나라당도 민주당도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한다."
영남 지역에서 활동하는 민주통합당의 B 지역위원장의 절규다. 그는 "돈으로 표를 사려는 A 후보도 문제지만 돈 주고 표를 팔려는 지역위원장들도 문제"라며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 매표행위는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이 같은 문제를 털어놓는 이유에 대해 B 위원장은 "정치적 소신을 갖고 자신을 담금질하며 지역을 지키고 싶기 때문"이라며 "불합리한 영남의 정치지형을 고치고 싶은데 돈 있는 후보가 돈으로 지역을 줄 세우고 또 대개는 너무 어렵기 때문에 그 줄에 서서 정치하는 관행을 타파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B 위원장은 또 "전당대회가 열릴 때마다 거액의 돈을 주고 직접 지역에서 선거를 책임지고 도와달라는 제안을 받은 사실이 여러 번 있다"며 "어려운 지역상황을 고려하면 그 돈의 유혹을 뿌리치기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는 "1.15 전당대회에 국민참여경선 70%, 대의원 투표 30%가 정해지면서 대의원 표의 등가성이 매우 높아졌다"며 "대의원 1명당 표의 등가성이 15표 정도 되기 때문에 대의원 표를 많이 갖고 있는 지역위원장일수록 그 은밀한 거래의 대상이 되기 쉽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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