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최측근 정용욱씨 송환 불가능한 말레이로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입력 : 2012-01-10 03:00:00ㅣ수정 : 2012-01-10 03:04:50

장기 도피 나선 듯

검찰 수사를 피해 출국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측근 정용욱씨(48)가 지난 6일 태국에서 말레이시아로 은신처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김학인 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 이사장(49·구속)으로부터 EBS 이사 선임 청탁과 함께 2억원 상당의 금품을 받는 등 각종 비리 의혹에 휩싸인 인물이다. 말레이시아는 태국과 달리 한국과 범죄인 인도조약이 체결돼 있지 않아 검찰이 혐의를 밝혀내더라도 국내 송환이 어렵다. 이 때문에 정씨가 장기 도피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 수사망 좁혀오면 번번이 출국

사정당국 관계자는 9일 “정씨가 6일 태국에서 말레이시아로 거주지를 옮겼다”고 말했다. 자신이 머물던 태국의 거처가 노출됐기 때문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말레이시아는 범죄인 인도조약이 체결되지 않은 국가여서 신병 확보가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윤희식 부장검사)는 지난달 15일 정씨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는 김학인 이사장의 자택과 사무실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이날 정씨는 대만 에바항공 편으로 인천을 떠나 태국 방콕에 도착했다. 검찰이 열흘간의 내사를 거쳐 공개수사로 전환한 당일에 정씨가 도피한 것이다.

정씨는 앞서 지난해 10월에도 출국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0월4일 정보기술(IT) 업체를 운영하는 지인에게서 3000여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황철증 전 방통위 통신정책국장(50)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정씨는 이튿날 휴가를 내고 출국해 보름간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 체류했다. 귀국한 정씨는 바로 방통위에 사표를 냈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황 전 국장뿐 아니라 최시중 위원장의 측근으로 분류된 정씨의 범죄첩보도 수집 중이었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망이 그에게 다가갈 때마다 출국한 것으로 미뤄 누군가 정보를 흘려줬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 끝없이 제기되는 정씨의 의혹

현재 검찰의 수사대상에 올라있는 정씨의 혐의는 2009년 9월 김학인 이사장이 EBS 이사에 선임되도록 도와주는 대가로 2억원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외에도 그를 둘러싼 의혹들은 수없이 많다.

그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 채널 배당과 차세대 이동통신용 주파수 할당 등 각종 이권에 연루돼 기업들로부터 수억원대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았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첩보 수집 과정에 정씨가 모 대기업 산하의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 측에서 고가의 골프장 회원권과 법인카드를 받은 정황을 포착했다. 또 다른 대기업에서도 차세대 이동통신 주파수 할당 직전인 지난해 5~6월 거액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10년 2월 부친상을 당해 대구 영남대병원에 빈소가 차려졌을 때 300개 이상의 조화를 전시한 것도 구설수에 올랐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는 정씨가 기업체로부터 과다한 부의금을 챙겼다는 진정을 접수해 뇌물성 여부를 검토했다. 지난해 말에는 정씨가 재혼을 앞두고 사전 축의금까지 걷는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러나 정씨에 대한 청와대 조사는 이렇다 할 결과를 내지 못한 채 중단됐다.

정씨가 재혼한 아내 신모씨의 취업을 알선했다는 소문도 있다. 민주통합당 주승용 정책위의장(59)은 5일 고위정책회의에서 신씨가 주택공사 비서실에 근무하다가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뒤 청와대 행정관으로 자리를 옮겨 2년간 근무했다고 밝혔다. 주 의장은 “신씨가 청와대 행정관으로 가게 된 배경, 정씨와 신씨가 출국 전에 재산을 처분한 내역, 국외로 송금한 내역을 모두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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