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문사건은 상고하더니 대통령 친구는 봐주나
[한겨레] 등록 : 20120108 19:16
   
청탁 대가로 거액을 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에 대해 최근 검찰이 이례적으로 상고를 포기했다고 한다. 천 회장은 잘 알려져 있듯이 이명박 대통령의 고려대 동기동창이자 ‘50년 지기’인 후원자로, 정권의 막후 실세로 불렸던 인물이다. 검찰의 이번 조처는 그동안 다른 사건들에서 보여온 태도와도 너무 달라 대통령 친구 봐주기라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천 회장은 임천공업 이아무개 대표한테서 계열사 워크아웃 과정에서 편의를 봐주고, 국세청 세무조사도 무마해 달라는 등의 청탁과 함께 47억원을 받아 1심에서 징역 2년6월,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사면 청탁 대가 등 일부 혐의에 대해 증거 부족으로 무죄가 선고됐음에도 검찰은 “혐의가 원래 추상적이어서 증거가 부족하다는 법원 판단에 일리가 있다”며 아예 상고를 하지 않았다. 결국 천 회장 쪽만 상고를 해 자신의 유죄 부분에 대해서만 다투게 됨으로써 매우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됐다. 확정판결이 좀더 빨라지면 이 대통령 임기 안에 특별사면을 받는 게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검찰의 행적을 보면 이런 관측이 난무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검찰은 애초 수사 과정에서부터 천 회장을 둘러싼 각종 비리를 제대로 파헤치지 않았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이나 포스코 회장 인사 개입 의혹 등 그를 둘러싼 의혹이 한둘이 아니었으나 결국 임천공업 관련 사건으로만 기소했다.

최근의 민청학련 사건 재심 공판과 비교해도 검찰 태도가 얼마나 이중적인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검찰은 중앙정보부가 고문으로 혐의를 조작했으니 무죄라고 선고한 항소심에 반발해 “공판 과정에서까지 가혹행위가 이뤄진 것은 아니므로 유죄”라는 억지논리를 펼치며 지난해 11월 대법원에 상고장을 냈다. 30여년 전 고문수사로 조작한 공소사실까지 방어하기 위해 상고를 강행하던 검찰이 유독 대통령 친구 사건에서는 “무죄가 맞다”며 상고를 포기했으니 누가 납득할 수 있겠는가.

검찰은 공소심의위까지 열어 정당하게 결정했다고 해명하지만 그 얘기를 믿어줄 국민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이런 일이 자꾸 생기니까 ‘정치검찰’이란 꼬리표가 계속 따라다닌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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