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캠프> 문재인과 박근혜의 결정적 차이
예능과 정치의 크로스오버, 그 가능성을 선보이다
12.01.10 13:07ㅣ최종 업데이트 12.01.10 13:25ㅣ하성태(woodyh)

"힐링캠프 편집되어 방영된걸 보니 느낌이 새롭네요. 잘 만들어준 제작진에게 감사드립니다. 진행자들과 촬영팀도 추운 곳에서 고생했습니다. 한편으론 방영되지 못한 많은 이야기들이 아쉽기도 하네요."
 
"내가 아쉬워서 나왔다"던 '정치신인'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이 10일 트위터에 남긴 말이다. 하지만 이 정치신인의 예능 토크쇼 데뷔는 전혀 아쉬울 게 없어 보였다. 더욱이 진행자 이경규는 동향 군대 선배를 만나 입이 풀렸고, 한혜진 또한 지난주 '야근해'에 이어 '문제일'이란 별명을 헌사하며 편안한 모습을 보였다. 오히려 정치적으로 비칠 여지가 있는 김제동이 더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
 
9일 방송된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이하 <힐링캠프>)에서 문재인 이사장은 정치인답지 않은 소탈함과 직설화법을 통해 한 주 전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 위원장과의 차별점을 뚜렷이 했다. 한 마디로, 한국에서 보여줄 수 있는 정치예능의 최전선을 보여줬다 랄까.
 
"힐링캠프 문재인편은 그의 책 '운명'을 잘 정리해놓은 '비디오 북'이라고 해도 좋겠다"거나 "지난주는 문재인을 위한 떡밥"이라는 트위터 사용자의 평만큼이나 9일 방송은 게스트의 인간적인 면모와 인생의 발걸음을 정치적인 신념과 연결시키는 명민함을 자랑했다. 그렇다면 한 주전 '박근혜' 편과의 결정적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 <힐링캠프>에 출연한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 ⓒ sbs
 
'정치9단' 박근혜와 '정치신인' 문재인의 결정적 차이
 
이경규는 정치인들이 모두 달변이라며 박근혜 위원장의 "우회적인 화법"을 예로 들었다. 그렇게 박근혜 위원장은 정치인으로서 능히 할 수 있는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 만을 반복했다. 물론 그건 게스트의 성향과 성격에서 비롯된 차이일 수 있다.
 
비키니 사진과 퍼스트 레이디 시절 사진 등을 공개한 박 위원장과 특전사 시절과 민주화 운동시 사진과 영상이 주를 이룬 문재인 이사. 이 차이는 두 사람이 공히 동갑인 '흑룡띠'지만 같은 세월을 얼마나 다르게 통과해왔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두 사람 다 박정희와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과의 인연을 피할 수 없는 처지였다. 그러나 추억이 강조된 박근혜 편과 달리 문 이사장 편은 스피드퀴즈나 예능 형식에 굳이 시간을 많이 소요하지 않더라도(기왓장 격파는 논외로 치더라도) 진행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정치인으로서의 자의식을 충분히 드러낼 수 있다는 걸 확인시켜줬다.
 
예를 들면 이런 식. 어린 시절의 가난은 '왜 아이들이 기분 나쁘지 않게 무상급식을 해야 하는가'로 이어졌다. 학창 시절의 반항이 민주화 운동으로, 또 그 시절의 투쟁과 투옥이 잘 나가는 로펌의 제안을 뿌리치고 인권변호사로 나서된 이유로 연결됐다. 노무현 대통령의 유서가 등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사법시험 면접당시 민주화 운동 전력을 묻는 면접관에게 "내 갈 길을 가겠다"고 선언한 이유로 "쪽팔려서"라고 대답하는 정치인에게 따로 '이미지'를 만들어 줄 필요가 없었다고 할까.
 
▲ 연이어 <힐링캠프>에 출연한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 위원장과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 sbs

문재인이 남겨준 선물과 숙제는?
 
무엇보다 빛났던 건 제작진이 '100분 토론'이란 자막을 넣을 정도로 공중파 예능에서 볼 수 없는 '정치' 토크가 이뤄졌다는 점이다. 이경규는 "정치인들의 부패가 신뢰를 잃게 한다"고 일갈했고, 한혜진 또한 "넉넉한 분들이 더 비리를 저지른다"고 말했다.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정치에 대한 불신을 대변하는 질문들은 한 주전 방송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다. 심지어 이경규가 김제동에게 "너는 진보지?"라는 물음을 던질 정도였다.
 
"이 정부 들어서서 나라가 '절딴'났다. 국민들도 절박한 심정이다. 저는 진보라 생각한다. 그런데 수구와 극우적인 세력들이 헤게모니를 계속 잡고 왔다. 그런데 합리적 보수만 되도 진보처럼 보이는 게 우리 사회다. 그렇다고 국민들이 정치를 외면한다면 정치는 점점 나빠질 뿐이다. 국민들의 자발적인 정치 참여가 중요하다."
 
누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올리고, 누구는 또 정치인의 공허한 전략이라고 비판할 것이다. 하지만 자신에게 부여된 공중파의 황금대 토크쇼를 어떻게 이용하는 가는 분명 게스트 자신에게 달려있다.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는 '힐링'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서거나 과거 상처를 통해 현재의 정치를 환기시키게 하거나.
 
비록 '서울시장 박순원'이란 치명적인 자막 실수에도 불구하고, 또 한 주전 12%에서 조금 하락한 10.5%의 시청률을 기록했더라도, <힐링캠프> '문재인 편'은 '기존의 예능 토크쇼의 장점을 어떻게 정치인과 접목시킬 수 있을까'에 대한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
 
무엇보다 기존의 구태 정치인과 다른 새로운 인물에 대한 열망을 예능으로 이식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또 하나, 제작진이 '화성인' 강용석이 아닌, 기계적 중립에 입각한 파트너가 아닌 신선한 인물을 불러 올 수 있게 추동하는 힘은 시청자들이 가지고 있다. 실상 국민들이 자발적인 참여가 신선한 인물이 등장하는 정치예능을 만들 수 있다는 역설. <힐링캠프> 문재인 편이 남겨준 선물이자 숙제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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