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40035.html
[단독] 삼성, 숨진 노조원 유족 ‘거액 회유’…다음날 경찰이 주검 탈취
등록 :2018-04-11 05:03 수정 :2018-04-11 08:56
검찰, 삼성 개입정황 문건 확보
4년 전 ‘전자서비스’ 분회장 목숨 끊자, 사쪽, 아버지 만나 위로금 제시
예정된 ‘노조장’서 가족장으로 바꿔 이튿날 경찰 들이닥쳐 주검 빼내
서울 서초동 삼성 본사 사옥.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2014년 노조탄압 등에 항의하며 목숨을 끊은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노조원 염호석(당시 35살)씨의 노동조합장을 앞두고 경찰이 주검을 ‘탈취’하는 과정에 회사 쪽이 개입한 정황이 10일 드러났다. 당시 노조와 노동·시민단체들은 회사 쪽 개입 의혹을 제기했지만, 삼성전자서비스는 이를 부인해왔다. 검찰은 최근 삼성전자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한 문서에 회사 쪽 개입 정황이 담긴 것을 확인하고, 회사 쪽이 당시 주검 ‘탈취’를 위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움직였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한겨레> 취재 결과, 검찰이 삼성전자 압수수색 때 확보한 6천여건의 ‘노조 와해 공작’ 문건 중에는 삼성전자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가 회사 안에 ‘총괄티에프(TF)’를 만들어 협력업체인 산하 센터 노동자들로 구성된 노조인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와해’ 계획을 세우고 산하 대응팀을 통해 실행 과정을 챙겨온 내용도 포함됐다고 한다. 삼성전자서비스가 2014년 5월17일 경남 양산센터 분회장인 염씨가 숨졌다는 사실을 접하고 긴박하게 움직인 것도 이 티에프를 통해서일 것으로 보인다.
그날 오후 1시30분께 강원도 강릉에서 발견된 염 분회장의 유서에는 노조탄압에 대한 ‘절절한 호소’가 담겨 있었다. 노조에 “저 하나로 인해 지회의 승리를 기원합니다. 주검을 찾게 되면 우리 지회가 승리할 때까지 안치해주십시오”라고 적었고, 부모님에게는 “부탁이 있다. 지회에 좋은 결과가 나오면 그때 장례를 치러달라”고 부탁했다. 고인의 뜻에 따라 노조는 부모로부터 장례 절차와 관련한 위임장을 받고, 상주로서 조문객을 맞았다.
이튿날 상황은 급변했다. 18일 저녁 6시15분께 방패와 채증 카메라 등으로 무장한 경찰 250여명이 당시 주검이 안치돼 있던 서울의료원에 들이닥쳐, 제지하는 노조원들을 밀어붙이며 염 분회장의 주검을 ‘탈취’해 갔다. 아버지가 어떤 이유에선지 마음을 바꾸어 가족장으로 장례를 치르겠다고 했다는 사실이 나중에 알려졌다. 당시 노조와 시민단체들은 “삼성이 배후일 것”이라며 의혹을 제기했지만, 회사 쪽은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이 이번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문건에는 염 분회장이 숨진 뒤 삼성전자서비스 양산센터장이 염 분회장의 아버지를 두 차례 면담하며 회유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등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염 분회장의 아버지에게 제시한 상당한 규모의 위로금 액수까지 문건에 나온다고 한다. 문건에는 염 분회장 사례처럼 삼성전자서비스가 노조 와해를 위해 각 지역 센터장들을 활용하는 대목이 곳곳에 등장한다.
검찰은 당시 염 분회장 어머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시신 양도 요청 절차도 밟지 않고 250여명이나 급박하게 투입한 배경과 과정을 조사할 방침이다. 회사 쪽과 경찰이 긴밀히 공조했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염 분회장은 2010년 6월 입사했지만 협력업체에 소속된 간접고용 노동자로 월급이 아닌 건당 수수료를 받아왔다. 이 때문에 노조는 불법파견 금지와 월급제 등을 요구해왔다. 회사 쪽은 염 분회장의 죽음을 계기로 노조 반발이 확산되는 걸 막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검찰은 삼성전자서비스가 노조 대응을 위해 작성한 이른바 ‘마스터플랜’ 문건도 확보해 분석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 문서가 사실상 노조 와해를 위한 ‘바이블’로 꼽히는 만큼 검찰은 조만간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을 상대로 피해 사례를 조사할 방침이다. 또 문건 작성과 실행에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삼성 임직원들을 불러 구체적인 보고라인 등을 확인하는 등 회사 차원의 조직적 개입 여부도 확인할 예정이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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