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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덕실마을엔 이명박 대통령 고향집이 3개?
종친회 산하 '표암문화재단'에서 엉뚱한 곳에 고향집 복원
경주,포항 = 정웅재 기자  입력 2012-01-11 11:39:45 l 수정 2012-01-11 12:42:33

경주 이씨 종친회 산하 (재)표암문화재단이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덕성리에 복원한 이명박 대통령의 고향집. 이 대통령이 살았던 고향집 터가 아닌 엉뚱한 곳에 고향집을 복원했다.
경주 이씨 종친회 산하 (재)표암문화재단이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덕성리에 복원한 이명박 대통령의 고향집. 이 대통령이 살았던 고향집 터가 아닌 엉뚱한 곳에 고향집을 복원했다. ⓒ양지웅

내곡동 사저 부지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이명박 대통령이 이번에는 생가 논란에 휩싸였다. 이 대통령 문중인 경주 이씨 종친회가 이 대통령의 고향 마을로 알려진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덕성1리, 속칭 '덕실마을'에 고향집을 복원하면서 엉뚱한 장소에 짓고 있기 때문이다. 

왜 엉뚱한 장소에 고향집 복원하나

경주 이씨 산하 '(재)표암문화재단'은 덕실마을 입구에 이 대통령 고향집을 복원하고 있다. 덕성리 525번지 일대 450여 평 규모의 밭을 매입해, 이곳에 이 대통령 가족들이 살았던 본채와 사랑채, 헛간 등 초가 3동을 복원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11일 경주 이씨 종친들이 모인 가운데 고향집 복원 상량식을 했고, 현재 초가 3동 공사가 거의 마무리됐다.

그런데 이곳은 이 대통령의 고향집과는 전혀 관계없는 장소다. 역대 대통령들의 생가 복원과 비교해보면 엉뚱한 장소에 고향집을 복원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역대 대통령들의 생가는 모두 그들이 태어난 생가터에 생가를 원형 그대로 복원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태어나서 13세까지 성장한 경남 거제시 장목면 외포리에 2001년 5월 생가를 복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태어난 장소인 전남 신안군 하의도 후광리에 1999년 생가를 복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태어나서 8살까지 살았던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 2009년 9월 생가를 복원했다. 

엉뚱한 곳에 고향집을 복원하게 된 것은 이 대통령의 출생과 무관치 않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이 대통령은 1941년 12월 19일 일본 오사카에서 출생했다. 엄밀히 말하면 국내에 생가(生家)가 있을 수 없다. 다만, 덕실마을에는 이 대통령의 아버지가 태어난 고향집 터가 있고, 1945년 해방을 맞으면서 이 대통령의 부모가 자녀들을 데리고 일본에서 건너와 덕실마을 큰댁에서 3년여 동안 더부살이를 하면서 이 대통령도 이곳에서 잠시 거주했다. 

이 대통령이 가족과 함께 잠시라도 살았던 곳은 덕성리 538번지. 현재 이곳에는 이 대통령 집안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이인학(74) 씨가 부인과 함께 살고 있다. 이 씨는 1971년 이 대통령의 고향집을 매입한 후 이 터에 양옥을 신축해 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부친이 태어나고 이 대통령도 유년 시절 잠시 살았던 고향집터. 이 대통령 집안과 관계없는 이인학 씨가 1971년 매입해 양옥으로 개조한 후 살고 있다. 이 대통령이 살지 않았던 곳이 고향집으로 알려지자 이 씨 부부는 자비로 고향집과 고향집터의 차이를 알리는 안내판 등을 설치했다.
이명박 대통령 부친이 태어나고 이 대통령도 유년 시절 잠시 살았던 고향집터. 이 대통령 집안과 관계없는 이인학 씨가 1971년 매입해 양옥으로 개조한 후 살고 있다. 이 대통령이 살지 않았던 곳이 고향집으로 알려지자 이 씨 부부는 자비로 고향집과 고향집터의 차이를 알리는 안내판 등을 설치했다. ⓒ양지웅 기자

(재)표암문화재단이 이 대통령이 단 몇 년이라도 살았던 고향집터에 고향집을 복원하지 않고 전혀 관계없는 장소에 고향집을 복원하고 있는 이유는 이인학 씨로부터 고향집터를 매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씨의 부인 이영두(75) 씨는 "시에서 온 사람들이 집을 4억원에 팔라고 했는데, 그 돈 갖고는 거동이 불편한 남편과 함께 어디가서 살 수도 없기 때문에 거절했다"고 말했다. 

(재)표암문화재단은 고향집 복원사업을 진행하면서 경주 이씨 종친회에서 종친들을 상대로 5억원 가량을 모금해 자금을 충당할 계획이었다. 재단 관계자는 "모금도 1억원 밖에 안 돼 자금 문제 때문에 90% 가량 복원 공사가 진행된 가운데 공사마저 중단한 상태"라면서 "가격이 맞지 않아서 고향집터를 매입하지 못하고 인근 밭을 매입해 고향집을 복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덕실마을엔 이 대통령 고향집이 3개

고향집을 원래 터가 아닌 다른 곳에 복원하게 되면서 덕실마을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고향집 타이틀을 달게 된 곳이 3군데로 늘어나게 됐다.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고 포항시 등은 현재 이 대통령의 사촌형수인 류순옥 씨(79)가 살고있는 덕성리 561번지를 고향집으로 홍보했다. 

류 씨 집 앞 마당에는 이 대통령의 유년시절 사진과 재임기간 활동사진 등이 전시돼 있다. 또 실물크기의 이 대통령 입간판을 세워 관람객들이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포토존'도 만들었다. 그러나 이 곳은 이 대통령의 사촌형수가 살고 있을 뿐 이 대통령이 거주한 적은 없다. 

이명박 대통령 고향집. 이 대통령의 사촌형수가 살고 있는 집이지만 이 대통령이 거주한 적은 없다. 집 안 마당에 이 대통령의 유년시절부터 재임기간 활동사진까지 전시돼 있다.
이명박 대통령 고향집. 이 대통령의 사촌형수가 살고 있는 집이지만 이 대통령이 거주한 적은 없다. 집 안 마당에 이 대통령의 유년시절부터 재임기간 활동사진까지 전시돼 있다. ⓒ양지웅 기자

포항시가 이 대통령의 사촌형수가 살고 있는 집에 설치한 입간판 등.
포항시가 이 대통령의 사촌형수가 살고 있는 집에 설치한 입간판 등. ⓒ양지웅 기자

이 대통령이 거주한 적이 없는 곳이 고향집으로 알려지자, 실제 이 대통령이 가족들과 거주했던 고향집 터인 덕성리 538번지에 현재 살고 있는 이인학-이영두 씨 부부는 자비로 집 앞 마당에 고향집과 고향집터의 차이를 알리는 안내판을 설치하고 고향집 모형도 설치해 관람객 유치에 나섰다. 

이 대통령 취임 초기 이 대통령이 실제 거주하지 않은 곳이 고향집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자, 포항시도 고향집터에 '이명박 대통령 고향집터'라고 쓰인 비석을 세워 고향집과 고향집터의 차이를 알리고 있다. 

고향집과 고향집터에 이어 경주 이씨 종친회가 고향집 복원 사업에 나서면서 덕실마을에는 고향집이 세 군데로 늘어나게 됐다. 덕실 마을 초입에 관람객들의 편의를 위해 포항시에서 지어놓은 덕실관 뒤편에 종친회에서 복원하고 있는 '고향집'이 있다. 덕실관에서 큰 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면 '고향집터'가 있고, 조금 더 올라가면 '고향집'이 있다. 

2007년 말 대선 이후 현재까지 덕실마을에는 96만1천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주말에는 평균 700~800명, 평일에는 200여 명 가량이 다녀간다고 한다.

경주,포항 = 정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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