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46350.html


양승태 법원행정처, 통진당 지역구 지방의원직 박탈 방안 검토

등록 :2018-05-26 14:50 수정 :2018-05-26 20:23


‘통진당 지방의원 제소 관여 검토’ 등 특별조사단, 행정처 문건 7건 공개

2014년 12월 헌재 통진당 결정 뒤 

“지역구 지방의원 의원직 상실 방안 지자체장 하여금 소송 제기하게끔 알려지면 감당하기 힘든 파장 있어”

‘비례대표 지방의원’ 행정소송 청구에 담당 재판부 심증 파악·선고 연기 요청


2014년 10월1일 국군의 날 경축연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과 양승태 대법원장(맨 오른쪽). 청와대 사진기자단

2014년 10월1일 국군의 날 경축연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과 양승태 대법원장(맨 오른쪽). 청와대 사진기자단


양승태 대법원장 때 법원행정처가 헌법재판소 해산 결정 뒤 통합진보당 지방의원의 의원직을 박탈하려 지방자치단체장이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한 사실이 확인됐다. 박근혜 청와대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행정처가 삼권분립 원칙을 흔들면서까지 통진당 관련 법원 재판에 개입하려 한 것이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25일 공개한 ‘통진당 지역구 지방의원 대책검토(내부용·대외비)’ 문건을 보면 “지역구 지방의원 의원직 상실 방안”으로 “지자체장으로 하여금 지역구 지방의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게끔 하는 방안”이 적혀있다. “지자체와 지역구 지방의원 사이에 세비 지급, 사무실 제공 등 많은 권리관계”가 있기 때문에 “단체장이 지방의원을 상대로 의원직위 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해 의원직 상실을 소송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 제기 후보 지역으로는 “보수적 색채가 강하고 여당이 단체장인 지역 우선 검토”라며 울산과 경남 지역(경기 충북, 광주전남 배제)을 거론하고 “경남 지역 중 한 곳이 가장 적절해 보임”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 문제점으로 “지자체장으로 하여금 제소를 하게 하는 과정이 매끄럽지 않을 수 있고, 법원이 개입한 사실이 외부로 알려질 경우 감당하기 힘든 파장이 있을 수 있음”이라고 지적했다.


‘통진당 지역구 지방의원 대책 검토’

‘통진당 지역구 지방의원 대책 검토’


이 문건은 2015년 2월 김종복 당시 행정처 사법정책심의관(현 광주지법 목포지원 부장판사)가 작성했는데, 김 부장판사는 특조단 조사에서 “(당시) 임종헌 기조실장 또는 이진만 상임위원의 지시로 작성해 보고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진술했다. 헌법재판소는 2014년 12월19일 통진당 해산을 결정하면서 통진당 소속 국회의원직도 박탈했다. 그 뒤 비례대표 지방의원들은 “선거관리위원회의 퇴직 통보를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는데, 지역구 지방의원은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행정처가 직접 지역구 지방의원직 박탈 방법을 검토한 것이다.


비슷한 시기 작성된 ‘통진당 지역구 지방의원 상대 제소’ 문건에는 보다 ‘구체적인 제소 방법’이라며 “◆소송의 종류:공법상 당사자 소송(지방의원지위 부존재확인소송) ◆원고:해당 지방자치단체(예, 경상남도 △△△시) ◆피고:해당 지역구 지방의원 ◆청구취지:000는 경상남도 △△△시의회 의원의 지위에 있지 아니함을 확인한다”까지 적었다. 이후에도 비슷한 내용을 담은 ‘통진당 지역구 지방의원 상대 제소’, ‘통진당 지역구 지방의원 제소’ 등의 문건이 2015년 6월 작성됐는데 당시 이규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은 임종헌 기조실장의 지시로 작성하거나 임종헌 실장이 스스로 수정한 문건으로 추정된다.


이런 통진당 지역구 지방의원의 지위 관련한 문건들에 대해 특조단은 “파일명이나 문건 내용에 비추어 볼 때 임종헌 기조실장은 헌재의 통진당 해산 결정이 있고, 재판소원을 둘러싸고 대법원과 헌재 사이의 위상과 관련한 갈등이 있을 뿐 아니라 상고법원 입법이 추진되는 중요 상황에서 적절한 시기에 사법부 위상의 제고를 도모하면서도 청와대가 관심을 가지는 통진당 재창당 움직임을 견제할 수 있는 방안을 청와대 측에 제시함으로써 청와대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준비를 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행정처 계획대로 지자체가 소송을 제기하거나 이런 문건들이 청와대에 전달됐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특조단은 “행정처 고위 간부가 지자체로 하여금 지방의원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도록 개입하는 방안 마련은 외부로 알려질 경우 감당하기 힘든 파장이 있을 수 있는 행위로 삼권분립의 원칙을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사법행정권 남용이라 할 것”이라고 짚었다.


행정처가 재판 중인 통진당 사건에도 ‘개입’하려는 정황이 담긴 문건도 다수 발견됐다. 2014년 12월19일 통진당 해산으로 의원직을 잃은 통진당 국회의원들은 2015년 1월 서울행정법원에 ‘국회의원 지위 확인’ 소송을 청구했다. 그러자 당시 이진만 양형위위원회 상임위원(현 서울고법 부장판사)과 김종복 심의관 등이 티에프(TF)를 구성해 당시 상황이 법원에 미칠 영향과 행정소송에 대한 판단 방향을 검토했고, 김 심의관은 2015년 1월 ‘통진당 행정소송 검토보고(대외비)’를 작성했다. 특조단은 “후에 국회의원 행정소송을 담당하는 재판부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료로 사용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는 점에서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서울행정법원 13부(재판장 반정우)는 2015년 11월 “헌재 결정을 법원이 다시 심리·판단할 수 없다”며 이들의 청구를 각하했다. 2심인 서울고법 행정6부(재판장 이동원)도 2016년 4월 통진당 국회의원들의 항소를 기각했다. 그런데 당사자들이 상고하자 행정처는 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할지도 검토했다. 이 사건은 여전히 대법원이 심리 중이다.


당시 문 심의관은 이규진 상임위원 지시로 2016년 6월 ‘통진당 사건 전합 회부에 관한 의견(대외비)’ 문건도 작성해 통진당 국회의원들이 “국회의원으로 인정해달라”며 낸 행정소송을 대법원이 전원합의체에 회부할지를 검토했다. 특조단은 “사법행정을 담당하는 자로서 부적절”한 검토라며 “행정처의 행정작용과 대법원의 재판작용은 엄격하게 분리되어야만 재판작용이 독립적으로 기능할 수 있고, 행정처의 관여는 전합 회부 권한을 가지는 담당 소부대법관의 재판 권한을 침해하거나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이어 통진당 비례대표 지방의원도 2015년 1월 행정소송을 제기하자, 당시 문성호 행정처 사법정책심의관(현 서울남부지법 판사)이 작성하고 이규진 상임위원이 수정한 ‘통진당 비례대표 지방의원 행정소송 예상 및 파장 분석’이 2015년 9월 임종헌 행정처 차장에게 보고됐다. 특히 이 문건은 “재판장의 잠정적 심증을 확인”했다며 ‘청구 인용’으로 판결 결과를 예측하고, 예상되는 각계 반응의 대응 방안을 수립하며 지방 언론 오보 방지를 위해 공보관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통진당 비례대표 지방의원 행정소송 예상 및 파장 분석’

‘통진당 비례대표 지방의원 행정소송 예상 및 파장 분석’


예상대로 전주지법 행정2부(재판장 방창현)는 2015년 11월 “통진당 비례대표 지방의원의 퇴직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방 부장판사는 특조단 조사에서 “연수원 동기인 심경 총괄심의관(현 변호사)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국정감사와 관련하여 선고를 연기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그에 응하기로 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생각을 먼저 얘기하게 되었다”고 진술했다. 특조단은 “사법행정을 담당하는 법관들이 구체적인 사건의 담당 재판장에게 판결에 어떠한 취지의 판단이 들어가야 한다는 요청을 하거나 정무적 판단에 기초하여 판결 선고기일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하기 위해 재판장에게 연락하고 그 과정에서 재판의 결론에 대한 심증을 파악한 것은 사법행정에 의한 재판 개입사례로서 심각한 사법행정권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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