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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쇼' 하나 제대로 못하는 청와대
12.01.23 21:36 상촌
 
대통령의 설날 '친 서민쇼'는 참담 했다. 청와대 인근 통인시장에서 대통령 부부가 설 장을 보고, 손녀딸과 마트에 들러 과자를 사는 '서민행보'를 보여줬지만 결과는 손녀딸의 명품 패딩이 도마에 오르면서 안하느니 못한 셈이 됐다. 

이러니 설날 민심 듣기에 나섰던 한나라당 의원들은 아마도 대통령에 대한 원성을 하나쯤 더 듣고 서울로 올라왔을 것이다.

<통인시장 마트에서 과자를 고르는 대통령과 손녀들>

왜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올들어 가장 추웠던 아침, 대통령 부부가 통인시장에 들러 설 장을 보는 풍경은  정치적 쇼일지라도 의미있는 행사였다.

이런 행사가 쌓이게되면 정부의 정책입안자들은 물론, 일반 국민들도 서민들에대해 한번 더 생각하게 되고,백화점이나 대형마트로 갈 걸음도 "재래시장으로 가야하나?"하고 고민이라도 하게 만들어  한걸음씩 사회가 빈부격차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 되는 탓이다.

그러나 대통령과 동행한 손녀의 명품 패딩이 3백만원이냐,80만원이냐 논란에 휩싸이면서 대통령의 의미있는 행사는 거꾸로 "대통령 가족과 우린 너무 다른 세계에 산다"는 사실만 확인시켜주고 말았다. 쇼로 치면 황당한 결말이었고 속된말로 하자면  밥 팔아서 * 사먹은 셈이다.

이런 결과는 대통령과 참모들에게 똑 같은 책임이 있다.

대통령의 책임은 자신의 손녀들이 '친서민 행보'에 출연하기에는 부적격배우라는 점을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은 미혼이므로 대통령의 손녀나 손자는 모두 외손들이다. 대통령 사위  두 사람중 한사람은 재벌의 아들이고, 또 한사람은 검사 출신으로 우리나라 최고 재벌의 임원으로 재직중이다.

아마도 검사출신 사위의 연봉도 그 회사의 연봉체계등을 감안하면  5억원은 넘을 것이란 게 일반적인 추정이다. 재벌의 손녀딸이거나 아버지의 연봉이 5억원이 넘는 어린 손녀들이 어떻게 대통령의 서민행보에 참여하는 것이 괜찮다고 본 것일까.

국민들이 그나마 이명박 대통령에게 친서민의 기대를 갖는 것은 대통령 자신이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 자수성가한 탓이다. 때문에 이 대통령이 출연하는 서민쇼는 그런가보다 할 수 있겠지만 대통령의 손녀 딸이 출연하는 순간 그 쇼는 정극이 아닌 블랙코미디가 되고 만다. 이런 단순한 사안을 대통령은 정녕 모른 것일까?

두번째는 참모들 몫이다.

대통령 부부가 손녀와 함께 외출을 하고 서민행세를 하려는 것을 참모들이 말리는 것은 어렵다. 특히 자수성가해 대통령까지 된 이명박 대통령의 생각을 꺾는 일은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손녀딸이 부적격배우라는 것을 알아도 참모들이 입을 떼기 어렵고, 설령 그런 사실을 지적하더라도 대통령 특유의 아집과 논리에 밀려 면박당하기 십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참모들은 이런 패딩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지적할 수 있다. 쇼를 해야하는데 300만원 짜리 옷을 입으면 어떻게하냐고 말은 할 수 있어야 했다. 그런 생각을 못했다면 무뇌아이고, 알고도 말을 안했다면 나쁜 놈이며, 패딩을 보고도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면  그가 지나치게 부자인 탓이다.

중산층의 시민들이 겨울철 패딩으로 사입을 수 있는 가격은 20만원대를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중고등학생들도 40-50만원짜리를 입는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건 아이들의 성화를 못이긴 부모들의 과소비일 뿐이라는 것을 정녕 청와대의 참모들은 모른단 말인가.

하긴 대통령의 손녀들에게 다른 옷을 입히자고 한들 중산층용 다른 옷이 있을리 없다. 어차피 비슷한  명품들이었을 것이니 바꿔 입을게 없었겠지만 논란을 하다보면 그냥 손녀들은 청와대에 남겨두자는 결론을 낼 수 있었을 것이다. 

어떻게 참모들이 이런 것도 검토하지 않고 대통령을 따라 다닌단 말인가. 참모들이란게 늘 최악의 경우를 염두에 둬야하는 것 아닌가.

대통령은 억울할 것이다. 왜 이렇게 세상이 변했냐고? 재벌 손녀가 비싼 것 입으면 안되냐고? 그렇습니다. 세상이 변했고 빈부격차가 너무 심해지고  완충역할을 할 중산층이 줄어들어서 그렇게 세상이 변했다는 것을 대통령은 모르십니까?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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