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80451.html


[1919 한겨레] “동경서도 독립운동하는데…” 경성 청년들도 나선다

등록 :2019-01-30 07:41 수정 :2019-01-30 07:42


김원벽·강기덕·한위건 등 경성 학생대표

종로 중국집 「관수동 대관원」에서 회합

“파리강화회의 한창인데 조선인 독립운동 모의해야” 


◆김원벽 연희전문학교 학생


<편집자주> 올해는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입니다. 역사적인 해를 맞아 <한겨레>는 독자 여러분을 100년 전인 기미년(1919)의 오늘로 초대하려 합니다. 살아숨쉬는 독립운동가, 우리를 닮은 장삼이사들을 함께 만나고 오늘의 역사를 닮은 어제의 역사를 함께 써나가려 합니다. <한겨레>와 함께 기미년 1919년으로 시간여행을 떠날 준비, 되셨습니까?


동경의 유학생들이 독립선언을 준비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데 이어 경성 각 학교의 대표급 학생들도 독립운동 모의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움직임이 본격화된 것은 지난 26일의 일이다. 중앙기독교청년회(YMCA) 간사인 박희도(30)씨가 ‘청년 회원 모집’을 구실 삼아 각 학교 학생 지도자들을 모은 자리에서 갑작스럽게 독립선언 제안을 내놓았다. 박씨는 애초부터 동경 유학생들의 독립선언 계획에 대한 소식을 듣고 국내 독립선언을 목적으로 학생을 규합하러 나온 것이었다. 이 자리에선 경성의학전문학교 학생인 한위건(23)씨가 작심한 듯 먼저 일어나 입을 열었다고 한다. “지금 구라파에서는 파리강화회의가 열리고 있고, 또 해외의 조선인은 독립운동을 하고 있는 모양인데 우리 조선인은 현재 독립운동을 해야 할 시기인지 어떤지, 만약 독립을 해야 할 시기라면 크게 해야 하지 않겠소? 그것에 대하여 여러분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이처럼 무거운 주제 앞에 관수동 중국집 ‘대관원’ 사각 탁자에 둘러앉은 각 학교 학생 지도자 10여명의 의견은 저마다 엇갈렸다고 한다. 강기덕(33·보성전문학교)씨 등은 “(독립을 하기에) 좋은 시기”라고 입을 모았다. 김형기(23·경성의학전문학교)씨도 “동경에서 유학생들이 독립운동을 하고 있으므로 우리 학생도 이때에 침묵하고 있을 수 없다”고 거들었다. 김원벽(24·연희전문학교)씨는 의견이 달랐다. “독립에는 찬성하나 시기상조요. 냉정하게 생각할 때 조선의 현 상태는 가령 독립을 얻는다 해도 완전한 국가로서의 체면을 유지하기는 곤란하지 않겠소?” 대관원에 모인 학우들에게 김씨가 시간을 좀 더 달라고 하면서 이날의 모임은 결의를 맺지 못하고 일단락됐다고 한다.


김씨가 결심에 나선 것은 일본인들에게 ‘저명한 배일 미국인’으로 꼽히는 선교사 윤산온(46·조지 섀넌 매큔)씨를 만난 뒤다. 독립운동이라는 역사의 갈림길, 운명의 갈림길 앞에서 ‘미국인’이 보는 조선인의 처지에 대해 듣고 싶었던 김씨는 윤씨에게 다음과 같이 물었다. “미국인의 조선에 대한 감정은 어떠합니까?” 이어진 윤씨의 말은 ‘우문현답’이었다. “미국인이 조선인을 동정하고 있느냐고 묻는 것이오? 동정하고 안 하는 것은 말할 문제가 못 되오, 김군. (미국인의) 동정이 있든 없든, 자기의 일은 자기가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김씨는 윤씨의 충고를 들은 뒤 “운동을 실행하자”고 마음을 먹었다고 본사에 밝혔다. 


이날 대관원에 모인 학생들은 오는 3월 경성의 만세시위를 주도하게 된다. 강기덕과 김원벽은 3·1운동을 주도한 혐의로 재판을 받은 ‘민족대표 48인’이다.


△참고문헌

김원벽·강기덕·박희도 등 신문조서, 국사편찬위원회 누리집

‘조선 소요사건의 개황’, <독립운동사자료집6>





Posted by civ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