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도 경제성 낮아 신청 안했는데…
여야 ‘영암호 뱃길 예산’ 끼워넣기 드러나
[한겨레] 정대하 기자  등록 : 20120125 19:19 | 수정 : 20120125 21:44
   
‘4대강 반대’ 민주당 슬쩍 찬성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운하 사업으로 바뀔 수 있다는 대표적 사례로 꼽혔던 ‘영산강 하구 통선문 건설사업’의 예산 일부가 지난해 야당 의원들마저 찬성한 가운데 국회를 통과한 사실이 드러났다.

25일 전남도 등의 말을 종합하면, 국회는 지난해 말 서해~영암호 사이 영암방조제의 통선문(배가 드나들 수 있는 문) 신설사업 예산 300억원을 통과시켰다.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위원장 최인기 민주통합당 의원, 전남 나주·화순)는 지난해 11월 통선문 사업비 701억원을 반영했다. 농식품위 위원 19명 가운데 7명이 ‘4대강 사업 반대’를 당론으로 내건 민주당 의원들이었지만 누구도 반대하지 않아 만장일치로 확정됐다. 이 예산은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 300억원으로 삭감된 뒤 본회의를 통과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경제성이 낮다’는 등의 이유로 통선문 예산을 신청하지 않았다. 농식품부 4대강새만금과 관계자는 “경제성도 그렇고, 기획재정부도 시급하지 않다는 의견이어서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인기 의원 쪽은 “농식품부가 ‘국회에서 통선문 사업비를 반영해달라’고 요구해와, 여야 간사 합의로 증액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남도가 지난해 7월 산하 연구기관인 전남발전연구원에서 받은 용역 결과를 보면, 통선문 설치 사업은 비용 대비 편익(B/C)이 0.44로 경제적 타당성이 낮은 것으로 나왔다. 이 수치가 1.0 이하이면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 그런데도 전남도는 지역 낙후도, 지역민들의 추진 의지 등을 고려한 타당성 종합평가가 0.678로 나왔다며, 지난해 7월 통선문 사업 예산 편성을 정부에 건의했다. 2010년 10월 민주당 소속이던 박준영 전남지사는 국토부 등에 영암방조제 통선문(폭 20m) 신설 방안을 건의했다.

사업 시행자인 한국농어촌공사는 설계 변경과 추가 예산(401억원) 확보 등을 거쳐 내년 상반기까지 너비 14m, 높이 9m, 길이 65m의 규모로 영암호 통선문을 건설할 계획이다. 통선문이 설치되면 430t급 관광선이 서해에서 나주 죽산보까지, 관광용 황포돛배는 죽산보의 너비 12m 통선문을 거쳐 광주 인근 나주 승촌보까지 운항할 수 있게 된다.

박창근 관동대 교수(토목공학)는 “4대강 사업으로 지은 보에 설계변경을 하면 손쉽게 운하용 통선문을 설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최지현 ‘영산강 살리기 광주·전남시민행동’ 사무국장은 “아무런 논의 과정도 없이 통선문 사업을 슬그머니 추진한 것은 주민들을 기만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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