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비침] 눈 가리고 아웅
(서프라이즈 / 마늘한접 / 2012-01-26)

4대강 보의 문제가 조금씩 확인이 되고 있다.

본격적인 문제는 올봄 가뭄을 통해 확인될 것이고, 이후 여름 장마를 지나면 비싼 돈 들여 준설한 것이 모두 허사가 될 터, 이때 발생하는 문제는 또 어찌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우선 당장에 문제가 되고 있는 물 비침에 대하여 말해볼까 한다.

앞선 글에서 어느 분이 사법개혁에 대한 내 제안에 대하여 전문가적 지식이라고 금칠을 하셨는데, 내 전문 분야는 법조가 아니고 건축임을 먼저 밝힌다. 사법개혁에 대한 내 글은 비전문가의 제안 정도로 이해해 주기바라지만 일반이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난해한 법조체계를 수정하고 다소 무리한 주장에도 귀를 기울이는 전문가의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각설하고….

1. 물 비침

▲ ‘생명의 강 연구단’ 조사 과정에서 경기도 여주군 여주보 콘크리트 구조물에 생긴 균열 사이로 물이 새어 나오고 있다. ⓒ오마이뉴스

일단 물 비침이라는 전문용어는 없다.

보의 균열을 따라 물이 배어 나오는 현상 자체는 분명히 누수이며 물 비침으로 용어를 순화(?)하는 목적은 누수에서 예측할 수 있는 위험성을 기만하기 위한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시공사는 물론이며 정부가 나서 물 비침으로 호도하는 이유는 단 하나, 부실시공을 감추고자 하는 목적뿐이다. 여기서 부실시공이란, 시공상의 잘못은 물론 설계와 계획상의 문제도 포함한다.

완전히 수밀한 구조체를 만들기란 쉽지 않다. 더구나 동계 공사를 강행한 4대강 보 축조에서 그 콘크리트 (시공) 조인트가 완전히 결합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한중콘크리트라 하여 동결점 이하의 기후에서 콘크리트를 타설할 경우 갖가지 동해 대책을 마련하고 하자가 없도록 하는 많은 노력이 있지만, 이것도 한계가 있다.

양생기간(콘크리트의 내부 수분이 마르고 기본적인 경화가 시작되기까지의 시간을 말한다)까지 표면이 얼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타설 부위 전체를 방풍보온하여야 하는데, 수백 미터 단위로 끊어서 타설하는 보의 콘크리트 타설에 이 정도의 가설시설을 설치하고 가열하여 영상의 기온을 최소 3일 이상 유지하는 것이 과연 쉬울까? 정상적인 감리와 시공을 계획하였다면 동절 기간에는 콘크리트 타설 계획 자체를 연기하는 것이 원칙이다.

선 타설 구간과 후 타설 구간 사이에 조금의 동결만 존재하여도 이 두 콘크리트는 완전히 접합하지 않는다. 이 비접합 구간으로 물이 스미는 것이 바로 누수 현상이다. 일반 건축물의 경우, 층간 조인트를 따라 누수가 되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고 단순히 동결뿐 아니라 표면의 오염 등의 이유로 콘크리트 사이에 틈이 생기기도 하며, 여름철 급속한 경화로 인해 지붕판 자체에 (콜드) 조인트가 생겨 지붕 누수가 발생하기도 한다.

일반콘크리트 구조물의 경우, 일단 외부의 투수압 자체가 크지 않고 내외부에서 충분히 보완할 수 있고 하자가 발생한다 하여도 구조적인 문제보다는 사용상의 문제에 머무르고 말지만, 댐과 보 등 거대 구조물의 경우는 누수가 발생할 경우 발생하는 문제는 심각할 수밖에 없다. 내부 누수가 동해로 이어질 경우, 구조물은 내부 균열이 진행하여 최초 의도하던 강성 자체를 유지할 수 없다. 구조물 전체가 수압에 견디지 못하는 경우도 상정해야 한다.

누수 문제 자체를 완전히 해결하기 위해서는 물이 비치는 보 바깥이 아니라 물과 접촉하는 면에 방수층을 형성하는 공법이 요구되며, 이 공법이 불가할 경우(터널 상부의 균열 등) 에폭시를 가압하여 주입하는 방법 등이 있지만, 가압에폭시의 경우는 외부 수압이 크지 않을 경우에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당장에 댐 외부에서 에폭시를 가압하는 하자보수가 보 내부의 수압을 견뎌낼까 하는 의문이 들게 된다.

내부에 가물막이 시설을 하고 완전한 방수층을 형성하는 추가 공사(또 돈이다)를 한다면 일차적인 누수는 막을 수 있지만, 문제의 심각성은 다른 곳에서 발견된다.

2. 균열의 원인

▲ 칠곡보 아래 콘크리트바닥이 침하되어 뜯어내고 다시 복구작업 중인 모습. ⓒ앞산꼭지의 ‘초록희망’

독일의 전문가는 댐 하부의 균열에 대하여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였다고 한다. 단순히 물의 누수 자체를 콘크리트 타설의 문제가 아닌 지정(구조물의 기초를 지반에 전달하는 별개의 구조물)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모래 위에 집을 짓는다’는 옛말은 현대 건축에 와서 지정공법의 발달 등으로 별문제가 없는 것으로 인정을 하고 있지만, 물과 상시 접촉하는 댐과 보의 경우는 모래 위의 집과 하등 다를 것이 없다.

여기서 지정의 상세한 공법과 종류 등을 말할 필요는 없고 보가 축조된 하천의 바닥을 생각하여 정리하면 보의 바닥은 모래이다. 이 모래는 물에 잘 쓸려 간다. 과거 토목과 건축이 발달하기 전, 댐은 왕왕 무너지기도 하였으며 그 원인은 댐 바닥의 지반 유실이다. 이 유실로 인해 구조물 자체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다리의 경우와 달리 댐과 보는 그 자중을 스스로가 견디는 것이 아니라 지반에 전달하고 지반의 반력에 따라 구조물이 버티고 있는 구조이다. 독일 전문가는 댐 하부의 누수원인을 지반의 유실에 따른 자중의 작용으로 이해한 것이며 이 경우 발생될 가능성은 단 하나 붕괴 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예전 방폐장의 문제에서 거론하기도 했지만, 지정과 지반 자체를 강화하여 유실을 방지하는 보완 대책도 한계가 있다. 4대강 보의 경우, 지정 공사가 아마도(도면이 없기 때문에 확정할 수는 없지만 강바닥에 구조물을 축조하였다면…) 파일을 박아 구조물의 중량을 지반에 전달하는 방법을 택했을 것으로 생각이 된다. 하지만, 이 파일은 전단력에 상대적으로 취약하고 중간에 힘이 작용할 경우 부러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설명하면, 모래 속에 국수 가락 혹은 샤프심을 박고 위에서 누르면 국수 가락이 휘어 부러지지 않지만 모래가 없이 그냥 누르면 바로 부러지는 경우라 할 것이다.

독일 전문가의 진단이 아마 이 경우를 의미할 것으로 생각된다. 어느 한계까지 버티던 지정이, 결국 어느 한 곳부터 침하가 진행 최종 구조물 전체의 붕괴로 이어진다. 단순히 건축물 하나가 붕괴하여도 소요되는 사회적 비용과 공포가 엄청난데, 물을 가두고 있는 보가 붕괴되는 것은 영화에서 보던 그 상황이 바로 현실이 된다.

3. 유지 관리

▲ 녹색연합과 여주환경운동연합이 교량 상판에 금이 가고 일부 교각이 비뚤어졌다며 4대강 사업에 의한 역행침식 우려를 제기한 경기도 여주군의 한천 교량 ⓒ라디오인

하천은 단순히 물만 흐르는 것이 아니다.

또 하천은 항상 그 모습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다. 시와 때에 따라 계속 그 모습을 변화시키고 혹은 퇴적하고 또 혹은 침식작용을 일으키며 그 모습을 변화시킨다. 이 침식과 퇴적 과정에 가장 큰 요인은 바로 유속이다. 물은 그 속도에 따라 모래 자갈이나 혹은 거대한 바위 덩어리도 쓸어내리지만, 속도가 떨어지면 중력에 따라 물에 쓸리던 모래 등은 바로 바닥에 가라앉는다.

낙동강 하부의 삼각주 및 강 상부 물이 휘돌아 가는 곳에 만들어지는 모래밭과 절벽을 바로 이 물의 침식과 퇴적작용에 따른 것이다. 물론, 침식은 물살이 센 곳, 퇴적은 물살이 약한 곳에서 이루어진다. 보는 물을 가두는 것이다. 이 보에서 유속이 어찌 되는가는 설명이 필요가 없다. 강 전체에 있어 그 유속이 아무런 침식도 일으키지 않고 진짜 물밖에 흐르지 않는다면 가정집의 욕조에 물을 받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지만, 강은 분명 그러하지 않다.

지천 등에서는 분명 왕성한 침식작용이 일어나고 있고 최근 그 침식작용은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 4대강 준설에 따라 발생하는 역행침식은 지천의 침식이 더 많아졌음을 의미한다. 지개천 모두를 콘크리트로 포장하지 않는 이상, 강에는 꾸준히 많은 양의 모래가 전달된다.

이 전달된 모래가 바로 보에 다다라 유속이 느려지면 다시 퇴적작용이 일어난다. 이미 4대강 모든 곳에서 이 퇴적 작용으로 준설한 곳을 또 준설하고 이 준설에 따라 또 역행침식이 심해지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

이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것이 바로 4대강 보 공사이고 이 보를 유지하기 위한 재준설과 지천 침식에 따른 문제 해결은 또 엄청난 돈을 필요로 한다. 단순히 보 하나만을 위한 유지비용이다. 22조라는 천문학적 자금 외에 우리가 추가로 지불할 보이지 않는 부채이다.

하상고의 변화에 따른 지하수위의 변동 등은 채 거론조차 하지 않았고 물 가둠에 따르는 녹조 현상도 배제한 상황에서 충분히 예측 가능한 문제점이다. 남한강과 북한강 상류의 댐에서조차(상부에서 상대적으로 차고 맑은 물이 제공됨에도) 갈수기에 녹조가 발생하는 상황에 여러 단계를 걸쳐 가두어지고 또 흘려지는 물이 과연 온전히 그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까? 강은 그 유속을 달리하며 자정능력을 확보하지만, 보에 가두어진 물은 스스로 자정할 수 없다.

물 확보를 빌미삼던 정부가 또 다른 수자원 확보를 위해 별도의 상류댐을 기획하고 있음은 이 보가 수자원 확보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음을 역설하고 있지만, 정부 관계자의 염치는 보 속에 완전히 묻혀 있을 뿐이다.

이 글에서 나는 결론을 내리지는 않는다. 단지 독일 전문가의 진단이 어디서 비롯되었고 또 무엇을 걱정하는지에 대한 보충 설명 정도로 이해해 주기 바란다.

마늘한접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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