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news.v.daum.net/v/20190805103225667
"일본, '거품 기술' 탄로날까 두려워했다"
권한상 부경대학교 신소재시스템공학과 교수‧일본 도호쿠대 공학박사 입력 2019.08.05. 10:32 수정 2019.08.05. 11:08
일본통 공학박사가 본 '소재 공룡' 일본의 선전 포고 내막
(시사저널=권한상 부경대학교 신소재시스템공학과 교수‧일본 도호쿠대 공학박사)
일본 정부는 8월2일 오전 아베 신조 총리 주재로 각료회의를 열고 대한민국을 백색국가(수출심사 우대 대상국) 명단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처리 했다. ⓒTV 화면캡쳐
권한상 부경대 신소재시스템공학과 교수
최근 일본 아베 정부는 한국의 국가 핵심 기술이자 수출 효자 제품인 반도체,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제조에 있어 필수적인 소재인 감광액(포토레지스트),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플루오린폴리이미드(패널용 필름) 등 3개 품목에 대해서 수출 규제를 강화했다.
일본의 단 3종류의 소재 규제만으로도 기술 강국이라 자부하는 한국의 최첨단 반도체 기반 소재부품 기업들은 바람 앞의 등불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재계순위 상위 5위 내외의 기업들이 일본의 규제 발표에 촉각을 세우며 그룹 총수가 직접 일본으로 날아가는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일본은 국가적인 비난과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의 부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재 전쟁을 강행 하는가.
소재 과학자인 필자가 생각하는 이유는, 일본은 현재까지 누려온 원천 소재를 통한 국가적 이익을 지속적으로 가져가고 싶어한다. 소재 기술에 있어선 자국의 위치를 그 어떤 나라도 범접할 수 없다는 일본은 소재부분에선 절대적 강자라는 강박 관념의 결과로 생각된다. 한국이 일본을 넘어서는 걸 허락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일본, 한국이 넘어서는 걸 허락하지 않겠다"
사실 일본은 대한민국을 언제나 기술적 속국이자 열등국가로 봐 왔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은 최첨단 기술 강대국으로 자리잡고 있다. 일본의 한국의 이러한 부분들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오만함과 옹졸함 역시 작용을 하고 있는 것으로 사료된다.
조심스러운 부분이지만 조금 다른 시각으로 기술의 일본을 파헤쳐 보면, 일본이 가지고 있는 기술의 상당 부분이 실제보다 과대평가돼 있다. 이러한 거품 기술이 탄로날까봐 두려워하는 점도 없지 않다. 최근 계속해서 터진 일본 대기업인 고베제강과 도레이의 데이터 조작 스캔들, 그리고 각종 기술기반 회사들의 소재 검사 부정의 사건 등을 보면 일본의 기술 강국 이미지와 전혀 어울리지 않게 많은 부분이 과대평가되고 사실 등이 조작돼 문제가 된 것을 알 수 있다.
10월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아베규탄시민행동 회원들이 일본 아베정권의 화이트리스트 한국 배제 규탄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시사저널
기술 격차가 심했던 과거엔 한국은 일본의 소재와 기술 등을 가져와도 분석조차 할 수 없었으며 카피 제품을 만드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리겠지만 충분히 일본의 소재와 유사하거나 더욱 더 뛰어난 품질의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저력을 한국은 가지고 있다.
예고된 소재전쟁…"일본 소재보다 더 뛰어난 제품 만들 수 있다"
이러한 점이 결국 일본에겐 부담으로 다가갔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자국의 기술 거품이 걷히는 것을 우려해, 이를 타파하고자 하는 하나의 '셀프힐링 전략'이 핵심소재 규제라는 카드로 표출된 것이 아닐까하는 의구심이 든다.
물론 기술적인 부분이 아닌 단순 정치적인 이슈로 아베 총리가 이를 이용하고자 하는 전략 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소재를 전공하는 필자의 시각에선 정치적 다급함보단 일본의 기술적 초조함이 더욱 더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소재전쟁은 이미 예견됐다. 한국에선 과학기술 역시 유행을 쫓아가지 못하면 전문 지식과 상관없이 무능한 과학자로 전락하고 만다. 국가 과제로 선정되는 비율이 제로에 가깝게 되는 게 현실이다. 시간과 재원이 많이 소요되고 성공률도 보장하기 어려운 원천소재 기술을 개발한다는 것이 한국에선 너무나 힘든 일이다.
한국의 연구자들은 그 시대 그 정부가 요구하는 유행에 따라 과학자 본인의 전공과는 거리가 있지만 생존을 위해 연구비 수주를 쉽게 하기 위해 정부 맞춤형 연구 주제로 본인의 전공을 이리저리 바꾸고 있다.
예를 들어 작년에 주조, 용접 등과 같은 뿌리기술에 정부가 관심을 보이면 연구자들은 전공과 관계없이 뿌리기술 전문가가 됐다. 올해는 세라믹기술 전문가가 되고 내년엔 아마도 나노기술 전문가가 될 것이다. 이러한 멀티-사이언티픽-엔지니어링(Multi-Scientific-Engineering)은 결국 박사학위 취득 때 그렇게 깊이 있던 전공 지식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대한민국 정부 맞춤형 과학자로서, 전공 지식은 넓어지지만 깊이는 얇아지면서 결국 본인의 전공이 무엇인지도 모르게 되는 유체이탈 과학자를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국가 기술의 백년지대계인 소재 산업 기초를 다진다는 것이 불가능했음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유체이탈 과학자 양산하는 우리 과학계
한국은 명실상부한 첨단기술 강국이다. 그렇지만 일본이 단지 3종류의 원천 소재에 대해 수출을 규제하는 것 만으로도 국가의 핵심기술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은 그 만큼 원천 소재 기술이 그 어떤 첨단 기술과도 비견될 수 있을 만큼 중요한 국가 핵심 기술인 것을 시사한다.
인류의 위대한 문명은 우리의 선조들이 그 시대 최고의 신소재였던 돌, 구리-주석(청동), 철을 사용함으로써 발전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최첨단 반도체와 이를 응용한 다양한 인공지능 및 자율 주행 기계 장치 등과 신의 영역이라고 표현되는 인간의 생명 연장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원천 핵심 역시 그 시작은 신소재라는 것에 의문을 가질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무리 인류가 진화되고 과학 기술이 발전해도 문명의 발전과 함께한 원천 소재 기술이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그 어떤 최첨단 기술이라도 실현하기 어려운 허상으로만 남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10월4일 충북 청주 SK하이닉스 반도체공장 M15 준공식 행사를 마친 후 전시관을 둘러보며 반도체를 살펴보고 있다. ⓒ청와대 제공
이번 일본이 선전포고한 3종류의 원천 소재의 수출 규제는 시작에 불과하다. 언제라도 대한민국에 치명상이 될 수 있는 더욱 큰 규모의 소재 전쟁이 일어날 수 있음을 우리는 충분히 자각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소재 기반 연구를 하는 과학자들이 국가 연구과제 수주를 위해 유행에 따라 변하는 멀티-사이언티픽-엔지니어링(Multi-Scientific-Engineering)을 자제 하고 본연의 전공 기술을 더욱 더 심도 있게 갈고 닦는 것이 필요 할 것이다. 국가 산업의 백년지대계의 근간을 만들어 나간다는 사명감과 함께 도덕적 책임감 역시 스스로 느껴야 할 것이다.
또한 국가는 과학기술 컨트롤 타워로서 책임 있는 장대한 계획을 제시함과 동시에 유연함을 기반으로 한 다각도의 원천 소재 기술개발 지원 사업을 꾸준히 펼쳐 나가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의 국가 과학기술 R&D지원 사업은 유행과 쏠림 현상이 절대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 예로 바이오 분야가 이슈가 될 때는 대부분의 국가 R&D 자금이 바이오 관련 분야로만 지원됐다. 또 IT분야가 이슈가 될 때는 또다시 이 쪽으로만 R&D 자금이 쏠리는 현상이 역력했다. 결국 이러한 현상이 계속해서 반복되는 상황에선 특히 많은 연구 개발 시간과 자금을 필요로 하는 원천 소재 개발은 한없이 멀어져만 갈 것이다. 또한 지금이라도 국가적으로 원천 소재 과학자들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관리한다면 핵심소재 R&D의 선정에 있어 자연스럽게 전공 일치형 지원과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소중한 국가 자원의 낭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즉, 이런 현실을 효율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 국가는 사회적 이슈와 국민의 인기만을 쫓아가는 선심성 과학기술 정책과 지원에서 벗어나 비인기 과학 기술 분야라 하더라도 미래를 위한 적극적인 투자와 후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대한민국은 그 어떠한 국가간의 소재 전쟁에도 흔들림 없이 기술강국으로 살아 남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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