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558940


한국 정부가 나서야 한다니... 도대체 왜?

[대법원 강제동원 판결 국면 점검 ⑤]

19.08.05 07:59 l 최종 업데이트 19.08.05 08:21 l 김창록(saxophone)


2018년 10월 30일 대법원 강제동원 판결 이후 한일관계가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매일 수많은 분석과 주장과 논란들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많은 부분이 정확한 사실에 입각해 있지 않다. 오랜 역사를 가진 문제이고 법적으로도 복잡한 문제인 만큼 사태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시리즈에서는 법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면서 주요 쟁점들을 정리해보기로 한다.[편집자말]


'한국 정부가 나서서 해결하라'고 채근하는 것은 아베 정부만이 아니다. 국내에서도 여기저기서 그런 주장이 들려온다. 그런데 도대체 무엇을 하라는 것이며, 왜 그렇게 하라는 것인가?


'강제동원'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와 기업은 책임이 없다


다시 한 번 되새기고 넘어가자. 이 연재의 첫 회에서 확인한 것처럼, 2018년 대법원 판결의 결론은 '강제동원 문제는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따라서 강제동원 문제는 「청구권협정」과 관련이 없고, 당연히 「청구권협정」에 따라 한국이 받은 무상 3억불에 해당하는 일본의 생산물 및 용역과도 관련이 없다. 이는 곧 강제동원 문제에 관한 한 한국 정부는 책임이 없고, 무상 3억불로부터 지원을 받은 포스코 등 한국 기업들도 책임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2+2?

 

 일본이 경제보복으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제외한 2일 오후 서울역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는 모습이 방송되고 있다.

▲  일본이 경제보복으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제외한 2일 오후 서울역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는 모습이 방송되고 있다. ⓒ 이희훈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가 나서서 한국 기업, 일본 정부, 일본 기업과 함께 재단을 만들어 해결하라고 한다. 이른바 2+2이다.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강제동원 문제에 대해 책임이 없는 한국 정부가 왜 재단을 주도적으로 만들어야 하고, 마찬가지로 책임이 없는 한국 기업이 왜 재단에 출연해야 한다는 것인가?


제안자들은 선례로 독일의 '기억, 책임, 미래 재단'을 든다. 그 재단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에 의해 강제동원 피해를 당한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해 2000년에 독일 정부와 기업이 각각 50억 마르크씩 출연해서 만든 것이다.


다시 말해 가해국의 정부와 기업이 자신들의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만든 것이다. 우리의 사안에 적용하면, 당연히 가해국인 일본의 정부와 기업이 주체가 되어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가해자가 아닌 한국 정부가 나서야 할 일도 한국 기업이 동참해야 할 일도 아니다. 하물며 가해국은 책임을 못 지겠다고 버티면서 오히려 피해국을 비난하고 있는 상황임에랴.


또한 '기억, 책임, 미래 재단'은 1990년대에 관련 피해자들이 미국에서 독일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대한 대처방안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 소송들로 인해 독일 기업에 대한 미국 내의 여론이 나빠졌다. 그런 상황에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중재자로 나서서 재단을 만들어 해결하는 방법을 제안했고, 그것이 결실을 맺어 재단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주목해야 할 것은, 미국 소송에서 피해자들이 승소한 케이스는 없고, 그 결과 재단은 '법적 책임'은 배제한 형태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우리의 사안은 그 점에서도 다르다. 한국인 피해자들은 대법원 판결이라는 승소 확정판결을 가지고 있다. 그 판결에는 일본 기업에게 법적 책임이 있다고 되어 있다. 따라서 해결 방안은 '법적 책임'을 지는 형태가 되어야 한다. 물론 피해자들이 동의한다면, 일본 정부와 기업이 재단을 만들어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들까지 포함한 전체 피해자들과 화해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하지만 그 경우에도 '법적 책임'의 핵심인 사실인정, 사죄, 배상, 진상규명, 위령 등이 반드시 포함되지 않으면 안 된다.


원래 2+2는 대한변협이 일본변호사연합회와 함께 제안하여 2017년 6월 13일에 이혜훈 의원 등 10인에 의해 발의된 「일제강제동원 피해자 인권재단의 설립에 관한 법률안」으로 구체화되었던 것이다. 대법원 확정판결이 지체되는 가운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고령의 피해자들을 위해 신속하고도 포괄적인 해결책을 마련하자는 뜻이 담긴 것이었다. 따라서 당시로써는 일정한 평가를 받을 수도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이 나와 일본 기업이 책임자로 확정된 지금으로써는 설득력이 없다.


2+1?


2+1은 매우 기이한 주장이다. 한국 정부가 나서서 한국 기업, 일본 기업과 함께 재단을 만들어 해결하라는 주장인데, 일본 정부는 왜 빼자는 것인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다.


대법원 판결에서도 확인되는 것처럼,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며 강제동원을 주도한 것은 일본 정부이다. 따라서 일본 정부야말로 보조자인 일본 기업보다 훨씬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


대법원 판결에서 일본 정부가 빠진 것은, 원고들이 일본에서는 일본 정부와 기업 모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한국에서는 일본 기업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를 법정에 세울 수 없다'라는 국제법상의 원칙, 즉 '주권면제' 혹은 '국가면제'의 원칙 때문이다. 물론 이 원칙은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법정에서 이 원칙을 극복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그 점을 고려해서, 다시 말해 일본 정부에게 책임이 없어서가 아니라, 소송 전술상의 이유로 한국 소송에서는 일본 정부를 피고에서 뺀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재단에서 일본 정부는 빼주자라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일본 정부가 세게 반발하니까 빼주자'라는 것 이외에 달리 이유를 찾을 길이 없다. 참으로 참담한 제안이 아닐 수 없다. 그 점에서 2+1 관련 언론 보도가 나왔을 때, 청와대가 "비상식적 발상"이라며 일축한 것은 지당한 일이었다.


1+1?


1+1은 지난 6월 19일 무렵에 한국 정부가 아베 정부에게 내놓았다가 퇴짜를 맞은 제안이다. 당시의 외교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한국 정부의 제안 부분은 아래와 같다.

  

"소송당사자인 일본 기업을 포함한 한일 양국 기업이 자발적 출연금으로 재원을 조성하여 확정판결 피해자들에게 위자료 해당액을 지급함으로써 당사자들 간의 화해가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일본 측이 "수용할 경우, 일본 정부가 요청한 바 있는 한일 청구권협정 제3조 1항 협의 절차의 수용을 검토할 용의가 있으며, 이러한 입장을 최근 일본 정부에 전달하였다."

- 「강제징용 판결문제 우리 정부 입장」(2019.6.19.) 


하지만 이 제안은, 첫째 책임이 없는 한국 기업이 출연금을 낸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둘째 양국 기업이 "자발적" 출연금으로 재원을 조성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안을 한국 정부가 제안한다는 것도 이상하다. 셋째 진행 중인 관련 소송이 있고, 소송 제기가 어려운 피해자들의 문제도 있는데 "확정판결 피해자들"만을 대상으로 한 재단을 만든다는 것이 해결방안이 되기는 어렵다. 넷째 결국 화해라는 방식으로 해결하자는 것인데, 사실인정, 사죄, 진상규명, 위령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확정판결의 "위자료 해당액을 지급"하는 것만을 내용으로 한다는 점에서도 문제이다. 따라서 1+1은 설득력이 없다.


1+1/α?


1+1이 주저앉은 후 한편에서 1+1/α라는 안을 내놓고 있다. 1+1은 일본 기업과 한국 기업이고 α는 한국 정부인데, 1+1+1이라고 하지 않고 1+1/α라고 하는 이유는 책임의 근거가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α의 근거는 '외국의 강점상태를 용인하여 그 불법행위로 인해 자국민이 생명을 잃고 재산을 보호받지 못한 상태를 시정하지 못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책임을 그 법통을 이어받은 대한민국이 져야 한다'라는 것이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이 제안도 책임이 없는 한국 기업을 참여시키자는 것이니 1+1이라는 그 출발점 자체에 문제가 있다. 왜 일본 정부는 빼는가라는 문제도 있다.


/α도 심각하다. 가해자의 불법행위 책임이 문제인 사안에, 왜 뜬금없이 피해국의 자국민 보호 책임이라는 명백히 다른 범주에 속하는 별개의 책임을 섞는가? 게다가 이 제안에서도 가해국의 책임은 묻지 않는다는 것이니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그렇다면 과연 무도한 강도의 책임은 제쳐두고 힘이 없었던 가장에게만 책임을 지게 하자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제안은 실현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위의 모든 제안들은, 아베 정부가 일본 정부나 일본 기업이 조금이라도 책임을 지는 방식은 배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애당초 실현가능성이 없는 것이기도 하다.


아베 정부의 반발은 일본 기업의 경제적 손실 때문이 아니다. 특별한 형식과 내용을 충족시켜야만 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한국인 피해자는 소수이다. 따라서 그들에게 지급해야 할 배상금의 액수는 일본의 거대기업이 감당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베 정부가 나서서 무리한 통상공격까지 감행하고 있으니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평화헌법' 개정을 위한 추동력 확보, 한국의 경제성장에 대한 견제, 새로운 동북아질서 판짜기 등의 분석은 그래서 나온다.


아베의 신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1일 자민당본부 개표센터에서 TV 중계를 보면서 참의원선거 결과를 확인하고 있다.

▲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7월 21일 자민당본부 개표센터에서 TV 중계를 보면서 참의원선거 결과를 확인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하나 더 추가할 것은 아베 정부는 일본의 한반도 지배가 결코 잘못한 일이 아니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아베 정부는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책임을 인정한 1993년의 「고노담화」와 식민지배에 대한 책임을 인정한 1995년의 「무라야마담화」를 지우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일본) 정부가 발견한 자료에서는 군이나 관헌에 의한 이른바 강제연행을 직접 드러내는 기술", 다시 말해 "관헌이 집에 쳐들어가 사람을 유괴하듯이 끌어간다고 하는 그런 강제성"(이른바 '협의의 강제성')을 입증하는 기술이 발견되지 않았으니, 일본군'위안부' 문제의 강제성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따라서 일본군'위안부'는 애당초 문제가 아니다라는 해괴한 논리까지 내밀었다.


2015년의 일본군'위안부' 합의 당시에는 외무대신에게 '대독사과'를 하게 하고는, 일본 국회에서 야당 의원이 '당신 입으로 직접 사과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라며 3번이나 직접사과를 요청한 데 대해서는, '내가 사과하면 불가역적 해결이라는 합의를 위반하는 것이 된다'라는 해괴한 논리로 끝내 거절했다. 이듬해의 국회에서도 피해자들에게 사죄의 편지를 보낼 용의가 없느냐는 질문에 대해 "털 끝 만큼도 그럴 생각이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한국 정부에게도 '불가역적'을 내세워 일본군'위안부'는 입에도 담지 말라고 다그쳤다.


2015년의 「전후 70주년 담화(아베담화)」에서는, 한반도 식민지 지배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한반도 강점으로 나아가는 한 단계였던 러일전쟁에서의 일본의 승리를 "식민지 지배 아래 있던 많은 아시아·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용기를" 준 것이라고 자랑했다. "한국"이라는 단어는 일본이 "전후 일관되게 그 평화와 번영을 위해 진력"해준 나라의 하나로서 단 한 번 언급했다.


'역사 부정'과 '한반도 멸시'라고 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는 사고방식이다. 추측건대, 그런 사고방식을 가진 아베의 '강제동원'에 대한 생각은 아마도 이럴 것이다. '제 발로 와서 돈 벌어놓고, 당시의 일본법에 따라 임금도 주고 부조도 줬는데, 못 받았다는 것은 「청구권협정」으로 해결해줬는데, 고맙다고는 못할망정 이제 와서 무슨 소리냐.'


한국 정부가 해야 할 일   


한국 정부는 마땅히 중요 현안인 대법원 강제동원 판결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 다만, 대법원 판결이 선언한 원칙을 확고하게 지키면서 나아가야 한다. 대법원 판결이야말로 한국 정부의 공식입장을 반영한 것이고, 한국 정부 스스로 '존중한다'라고 밝힌 것이기도 하다.


대법원 판결은 일차적으로는 한국인 개인과 일본 기업이라는 사적 주체들 사이의 개별 분쟁에 대한 판단이다. 따라서 패소한 일본 기업이 대법원 판결에 따라 배상을 하면 일단락된다.


그런데도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은, 한국 최대의 로펌을 동원해 각각 18년, 13년 넘게 고령의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상대로 적극적으로 다투어 놓고서, 정작 판결이 선고되자 못 따르겠다고 하고 있다. 특히 일본제철은, 신일철주금이라는 상호를 사용하고 있던 2012년 6월 26일의 주주총회에서 "어떤 경우에도 법률은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라며 대법원이 판결을 선고하면 따르겠다고 해놓고서, 이제 와서 딴소리를 하고 있다.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었을 때 미쓰비시중공업 소송의 원고 5명은 전원 사망한 상태였고, 일본제철 소송의 원고 4명 중 3명도 사망한 상태였다. 판결 선고를 지켜 본 것은 94세의 원고 1명뿐이었다. 일본 기업들의 대법원 판결 거부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저버린 것일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사법권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으로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행태이다. 

 

 근로정신대 피해자 김성주 할머니, 다른 피해자의 유가족, 관련 시민단체 회원들이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일본 전범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근로정신대 피해자 김성주 할머니, 다른 피해자의 유가족, 관련 시민단체 회원들이 2018년 11월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일본 전범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희훈


그에 대해서는 법대로 하면 된다. 채무자가 채무의 이행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니 강제집행을 하면 된다. 대한민국의 사법절차인 강제집행에 대해 일본 정부도 한국 정부도 개입할 수 있는 여지는 없다.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해야 할 일은, 대법원 판결의 취지에 따라 '일본의 한반도에 대한 불법적인 식민지배'에 관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확실하게 선언하고, 일본 정부에게 그에 대한 해결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 가는 것이다. 대법원 판결이 강제동원 문제에 관해 대한민국의 외교적 보호권도 남아 있다라고 한 것은 바로 이것을 의미한다.

 

'대법원 강제동원 판결 국면 점검' 글 싣는 순서

1. 한-일 '강대강' 대결의 진원... 대법원 판결 핵심 정리 http://omn.kr/1k7th

2. '불법강점'은 청구권협정의 대상이 아니었다 http://omn.kr/1k829

3. '강제징용'이 아니다, '강제동원'이다 http://omn.kr/1k8bz

4. 청구권협정, 파탄 직전이다 http://omn.kr/1k8r8

5. 한국 정부가 나서야 한다니... 도대체 왜?

6. 대법원 판결이 잘못됐다?

7. 그래서 무엇을 해야 하나?

(* 제목은 바뀔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김창록 기자는 경북대학교법학전문대학원 교수입니다.

Posted by civ2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