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news.v.daum.net/v/20190818080207390
일본계 자금이 일시에 빠져나간다? 가능성 따져봤더니
박찬형 입력 2019.08.18. 08:02
일부 보수 언론과 정치권에서 일본이 수출 규제 조치에 이어 금융권을 중심으로 경제보복을 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일단 금융기관이 일본 정부의 말만 믿고 일시에 우리나라 시장에서 자금을 뺀다는 것 자체가 현대 금융시장에서 말도 안 되는 소리이지만, 그렇게 한다고 치자. 과연 일본계 자금이 빠져나가면 우리 금융시장에 큰 타격을 줄 수 있을까?
먼저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로 돌아가보자. 당시 일본자금이 일시에 빠져나가긴 했다. 다만 당시는 태국발 외환위기가 동아시아로 번지는 상황에서 위기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해외 금융기관들이 너도나도 1년 이하의 단기대출 자금의 상환을 연장해주지 않고 회수하는 상황이었다.
우리나라 은행들과 종금사들은 1년 미만의 단기자금 위주로 빌려와서 장기로 돈을 빌려줬기 때문에 자금 회수에 대응할 수 없었다. 기업들 역시 자기자본 대비 부채비율이 평균 396.3%, 많게는 2,000% 안팎으로 치솟아 대출자금 회수에 돈을 돌려막지 못하고 맥없이 무너졌다. 위기의 상황이 먼저 감지돼 일본계 금융기관들이 움직였다는 점이 지금과 상황이 다르다.
■ 갑자기 빠져나갈 수 있는 일본계 단기자금 비중 얼마나 되나?
IMF 외환위기가 오기 1년 전인 1996년 상황을 보면 당시 국내에 유입된 글로벌 단기차입금 중 일본계 자금의 비중은 19%, 135억 달러로 추산된다. 반면 2018년 기준 일본계 단기차입자금은 114억 달러로 글로벌 단기차입자금 중 7.7%에 그치고 있다. 1996년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비중이고, 전체를 흔들기에도 비중이 작다.
이번에는 전체 일본계 금융기관의 자금을 보자. 1996년에는 218억 달러로 글로벌 자금 중 20%로 비중이 높게 나타난다. 반면 2018년 일본계 금융기관 자금은 299억 달러로 14.8%에 그쳤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일본 수출규제와 시장'이란 보고서에서 일각에서 일본계 자금 이탈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지만, 이처럼 단기차입 비중이 크게 줄어든 데다 전체 금융기관 자금에서 일본계 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폭으로 감소해 금융시장에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 일본계 저축은행·대부업체들이 돈을 빼나간다면?
일부에서 우려하는 또 하나의 일본계 자금 유출처는 일본계 저축은행과 대부업체들이다. 일본계 저축은행발 위기다 뭐다 해서 위기설을 전하고 있다. 2018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일본계 저축은행은 전체 저축은행 79곳 중 4곳이다. 국내 자산규모는 13조 3천억 원으로 저축은행 전체로 봤을 때 비중은 19%로 낮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한일무역분쟁에 따른 금융권 신용도 점검'이란 보고서에서 "일본계 저축은행들이 출자금과 유상증자 납입금 외에는 일본 대주주와 채권채무관계가 거의 없고, 자금을 우리나라에 있는 개인예수금과 퇴직연금상품 등에 주로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무역분쟁으로 인해 자금유출이 발생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다"라고 분석했다.
서민들이 마지막에 의존하게 되는 대부업체는 어떨까? 2018년 말 기준 일본계 대부업체는 19개, 일본계 대부잔액은 6.7조 원으로 자산기준 점유율이 38.5%에 달했다. 액수 자체만으로는 크지 않지만, 대부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데다 대부업과 서민층, 저소득층과의 밀접한 관계를 고려할 때 주의 깊게 모니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서도 한국신용평가는 일본계 대부업체의 일본자금 차입규모는 4천억 원에 불과하고 일본 대주주와 채권, 채무관계가 거의 없기 때문에 대주주가 차입금을 회수하더라도 영업축소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대부업계가 영업자금 대부분을 국내에서 조달하고 있는 데다가 일본계 대부업체가 설사 자금을 회수하고 싶어도 구조적으로 곧바로 회수하기 쉽지 않다는 게 대부업계의 설명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돈을 보고 움직이는 일본계 저축은행과 대부업체들이 국내에서 막대한 수익을 포기하면서까지 일본 정부의 압력에 굴복해 경제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있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4개 일본계 저축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989억 원으로 전체 저축은행 순이익의 17.7%를 4곳이 다 가져갔다.
결국, 1997년 일본계 자금이 빠져나갈 때를 돌이켜 보면 답이 나온다. 현재 상황이 자칫 대응에 늦었다가 투자금을 회수할 수 없는 상황인 걸까? 그렇지 않다. 아니면 앞으로 몇 달 안에, 길게 1년 안에 우리나라 금융시장에서 그런 상황이 발생할까?
적어도 일본만의 힘으로는 우리 금융시장을 흔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다만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세계 경제의 위축 등 다른 곳에서의 변수로 국내 시장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금융당국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시장을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찬형 기자 (parkcha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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