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원외교는 '갈팡질팡 좌충우돌'
[변상욱의 기자수첩] '아메리카·고소영·비지니스 프랜들리' 안돼~애!!
2012-02-01 09:58CBS 변상욱 대기자


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 시즌2'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

오늘은 우리나라 자원외교사를 훑어보자. 

◇ 혼미스런 에너지 자원 외교 

1970년대 에너지 쇼크를 겪으면서 에너지 확보와 자원외교를 담당할 독립부처가 필요하다 인식했다. 박정희 정권 말기인 1977년 12월에 동력자원부가 신설되었다. 그러나 1993년 김영삼 정부에서 폐지되고 상공부에 통합되어 상공자원부로 개편된다. 이때 에너지행정 주무장관의 자원외교는 맥이 끊겼다. 상공·통상과 제조산업의 행정수요가 워낙 방대해 자원 쪽에 역량이 미치지 못했다. 

정부 각 부처 간에 협력을 위해 구성된 자원협력위원회만 해도 예전에는 자원담당 장관이 참석하다 차관이나 실장이 참석하니 달라질 수밖에 없다. 시기로는 이때 국민경제도 규모가 커지고 산업구조가 고도화되는 걸 감지하고 에너지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보고 기능을 더 확대하고 전문화시켰어야 했다. 

결국 국가 에너지 확보와 자원외교에 문제점이 드러나 5년 만인 1998년 김대중 정부 때 다시 '자원외교'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1998년 2월 산업자원부가 탄생했다. 그런데 이 산업자원부는 이명박 대통령 정부가 출범하면서 2008년 2월 정보통신부 일부, 과학기술부 일부와 통합하여 지식경제부로 개편된다. 

그럼 '에너지'와 '자원'은 도대체 어디로 갔을까? 절반은 지식경제부 안에서 뒤섞여 버렸다. 나머지 절반은 외교부로 갔다. 이명박 대통령이 '자원외교'가 중요하다고 해서 해외자원외교가 외교부로 간 것. 그런데 외교부의 이름은 '외교통상부'이니 '자원'은 없다. 그 대신 자원외교대사직이 생겼다. 

거기에다 자원외교에는 권력실세가 나서 줘야 일이 잘 풀린다고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이 나섰다. 청와대 쪽에서는 대통령의 '형님'을 내세웠고 형님의 최측근인 국무총리실 '왕 차관'이 나섰고 자원외교대사에는 왕 차관의 '측근'이 자리 잡았다. 이쯤 되니 외국 쪽 파트너들은 얼마나 헷갈릴까? 외국 자원외교 담당 공무원이 이런 말을 하더란다. 

"도대체 코리아 자원외교 담당자는 누구요? 너무 자주 바뀌니 누구를 상대해야 할 지 모르겠소!" 

◇ 외교부가 수렁에 빠진 날

자원 외교로 외교부가 욕을 먹고 있다. 감사원 감사도 받고 검찰 수사도 받게 돼 압수수색까지 당했다. 온통 국가기밀로 채워진 외교부 문서서류들이 압수수색을 당한다니 참담한 심정 일 것이다. 

외교부는 왜 외교통상부가 되어야만 했을까? 외교도 통상도 해외자원개발도 정파 간의 이해 다툼이나 기업의 사익에 휘말리지 말고 넒은 시야로 멀리 내다보며 글로벌 시대에 맞추라고 그리 했을 것이다. 


우리 외교관들의 능력은 우수하고 국익을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 외교도 잘하면 통상도 개발도 잘할까? 외교에서는 국격과 우호관계, 정치상황까지 고려하며 국익을 챙긴다. 하지만 통상협상에서는 이익을 챙기는 것이 궁극적 목표이다. 다 같은 국익이지만 외교부의 외교관들은 '달러'로 표시되는 실적을 올리는 데는 전혀 익숙하지 않다. 

'한미 쇠고기 협상'의 실패에서 뼈아프게 겪지 않았는가. 쇠고기 수입을 통상문제로 보고 끈질기게 나라의 현실적 수익, 산업적 미래를 위해 매달렸어야 했다. 그러나 이것을 '아메리카 프랜들리' 외교정치로 접근하며 시원 시원 내주다보니 벌어진 일이다. 

통상무역도 어렵지만 자원개발 외교는 더 어렵다. 자원은 바다 속에, 땅 속에 묻힌 것이어서 전문성과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고 실패와 손실 가능성도 크다. 그나마 유전이나 가스 부문처럼 석유공사, 가스공사 같은 국내 공기업이 참여하면 믿고 맡긴 뒤 도와주고 손발만 맞춰주면 된다. 그런데 이번 CNK처럼 생긴 지 얼마 안 된 사기업이 광산을 개발한다고 하면 외교관은 더 어려워진다. 관련기업의 신용도나 실적 등 기업평가를 외교관이 효과적으로 해내기 어려우니 의도적으로 속이려 들면 당해낼 재간이 없다. 거기다 개발업자가 정치적 인맥을 통해 권력실세를 등에 업고 밀어붙이면 난감하다. 

하지만 청와대는 해외자원개발에서 진전이 있다 싶으면 냉큼 가져가 '대통령이 엄청난 자원외교를 해내셨다'고 과대포장해 홍보한다. 뭐 또 없느냐고 자꾸 가져오라고 한다. 외교관들로서는 실적에 쫓길 수밖에 없고 권력실세에게 조아릴 수밖에 없다. 

◇ 한국만 봉 된다, 이래선 안 돼!!

그리 되면 자원개발을 맡은 공기업도 덩달아 혼미해진다. 실적을 갖다 대려니 쫓긴다. 성과에 쫓긴 공기업은 위험부담이 커도 일단 공격적으로 덤벼들 수밖에 없다. 사업성.경제성이 나빠도 잘 될 거라 보고하고 수주에 매달리게 된다. 이렇게 덤벼들면 팔아먹는 입장에선 완전히 봉이다. 그 결과 공기업은 사업투자비만 늘고 실제로 거둬들이는 수익은 줄어든다. 

관련 통계에서 근거를 찾아보자. 이명박 정부 들어 자원개발 투자액은 129억 달러로 노무현 참여정부의 4배에 해당한다. 문제는 투자대비 회수율이다. 

광물공사 (2007년) 25% → (2008년) 16%
석유공사 (2007년) 82% → (2008년) 48% 
가스공사 (2007년) 268% → (2008년) 62% 

다음은 석유공사를 포함한 6개 에너지 공기업 부채비율이다. 

(2007년) 68% → (2010년) 120% 

최근 2~3년간 외교부에 '비즈니스 프랜들리'로 통상과 자원을 맡기고, 통상과 자원 쪽엔 '고소영 프랜들리', '아메리카 프랜들리'라며 정치를 들이대고 몰아 간 결과이다. 

<개그콘서트>의 '비상대책위원회'와 다른 게 뭔가, 이래선 안 돼~애!!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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