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692256&PAGE_CD=N0120 

영국 철도 민영화가 결코 실패하지 않았다고?
[현장] 'KTX 민영화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
12.02.01 22:08 ㅣ최종 업데이트 12.02.01 22:08  김경훈 (insain)

 
▲ 1일 오전 10시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KTX 민영화 무엇이 문제인가-한미FTA가 철도산업에 미치는 영향’ 에서 토론자와 사회자가 앉아 있다. ⓒ 김경훈

"민영화 반대하는 쪽에서 영국 철도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영국 철도 민영화는 결코 실패하지 않았다. 민영화 이후 지금까지 수요가 계속 늘고 있다."(고용석 국토해양부 철도운영과장)
 
"영국 철도 민영화가 실패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철도 정책 담당하는 분께 처음으로 들었다. 반대 패널이 많은 자리에 나온 것에 박수를 쳐드리려고 했는데, 그럴 수 없게 됐다. 이렇게 사태의 한 단면만 보고 진실을 호도하는 게 국토해양부의 문제다."(김성희 고려대 교수)
 
1일 오전 10시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KTX 민영화 무엇이 문제인가-한미FTA가 철도산업에 미치는 영향' 토론회는 KTX 민영화를 둘러싼 정부와 시민사회의 의견차가 얼마나 큰지만 확인시켜준 자리였다.
 
국토부의 반박에 "정권만 바뀌면 해결되니 걱정 마시라"
 
'KTX 민영화 반대 진영'에 속한 김성희 고려대 교수는 "시설 소유는 그대로 유지한 채 사업권을 내주는 것은 포괄적으로 봤을 때 민영화의 정의에 가장 근접하다"며 KTX 사업권을 민간에 넘기는 것은 명백한 민영화"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토해양부 주장처럼 민간사업자가 건설부채를 줄이려면 민간사업자가 초특급 효율적이고 또 공익적이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특히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한미FTA가 철도 부문을 비롯한 공공서비스 분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했다. 그는 "한미FTA에 따르면 경제적 수요심사와 민간투자법 기준만 충족하면 미국 자본도 철도운송서비스 공급, 철도노선 건설이 가능하다"며 미국 자본이 들어올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 교수는 "이행요건을 부과하거나 미국 회사가 선로를 놓는 부지에 그린벨트라도 설정하면 협정위반으로 ISD에 제소할 수 있다"며 "(그로 인해) 공공서비스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유일하게 정부측 패널로 참석한 고용석 국토해양부 철도운영과장은 "KTX 민영화는 철도 발전을 위해 국민의 정부부터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사안"이라고 '반대론'을 반박하고 나섰다. 그는 "1988년에 대한항공이 독점하던 시장에 아시아나가 들어올 때도 똑같은 논란이 있었는데 잘 되지 않았느냐"며 "오히려 (우리의) 철도 민영화 논의가 너무 늦은 것"이라 주장했다.
 
윤순철 경실련 기획실장은 "정부가 지금 여론수렴을 하겠다고 토론회, 간담회 등을 하고 있는데 순서가 바뀐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는 "또 정부의 민영화 추진 논리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데, 몇 부분은 유리한 방향으로 바뀌었다"며 "10년 전에는 독점 사업이 아니라고 했는데, 지금은 113년 독점이라고 호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오건호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실장은  "적자가 나는 노선에 한해 철도공사가 빠지면 기존 노선에서 신규 사업자가 철도 운영을 하는 것이 철도기본법 5조의 취지였다"며 "간선 철도의 민영화는 명시한 적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철도기본법을 근거로 민영화를 추진하는 것은 심각한 입법권 훼손"이라고 비판했고, 고 과장은 "(우리는) 법을 명문적으로 해석했다"고 응수했다.
 
다시 마이크를 잡은 고 과장은 반대 패널들의 질문에 하나하나 짧게 반박하며 "수요가 늘어난 걸 보면 영국 철도 민영화는 실패가 아니다"라고 말했고, '인구 증가나 여행 패턴 변화 등의 변수까지 고려한 거냐?'는 사회자 질문에 "여러 변수가 있겠지만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맞다"고 답변했다.
 
이에 이해영 교수는 "플로어에 계신 분들 표정을 보니 뚜껑이 열리기 직전인 것 같은데 정권만 바뀌면 해결되니 걱정 마시라"고 말해 좌중에 웃음이 터졌다. 이어 그는 "총선 승리하면 민영화 금지법을 제안하고 싶다", "자꾸 독점이 문제라고 하는데 진짜 심각한 독점 폐해는 중앙정부 공무원들에게 있다, 정부를 하나 더 만들어 경쟁을 도입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박수받았다. 
 
"철도산업을 망가뜨린 국토해양부가 이제 와서..."
 
질의응답시간에 청중들은 고 과장을 향해 쉴 틈 없이 질문을 던졌다. 김용남 철도노조 기획국장은 "철도공사의 비효율적인 부분은 고쳐야 하지만 철도공사를 이렇게 만든 사람이 누구냐"며 "철도라는 산업 자체를 망가뜨렸던 국토해양부가 이제 와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방약무인한 것 아니냐"고 국토해양부에 날을 세웠다.  
 
또 다른 청중은 국토해양부가 1월 17일 철도공사에 보낸 공문을 손에 들고 읽어 내렸다. 공문의 골자는 "철도공사는 정부 정책 비판을 중단하고, 그 추진계획과 실적을 국토해양부에 보고하라"는 것이었다. 
 
이내 장내가 소란스러워졌고, 이 공문을 읽은 청중은 "철도공사 측에 적법한 절차를 거쳐서 의견을 표출하라지만 그 기회를 내준 적이 있냐"고 따졌다. "국토해양부의 논리만이 가득한 밀실 토론회"뿐이었다는 것이다. 이에 고 과장은 "할 말 없다"고만 했다.
 
고 과장에게 질문하기 위해 손을 든 청중이 많았지만 토론회가 예상보다 너무 길어져 여기서 마무리될 수밖에 없었다. 2부 사회를 맡았던 이도흠 한양대 교수는 "KTX 민영화는 진보·보수의 문제가 아니라 상식의 문제"라며 "공적인 영역을 사유화했을 때는 사회가 타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덧붙이는 글 | 김경훈 기자는 오마이뉴스 15기 인턴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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