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www.nocutnews.co.kr/news/5242434


"경찰이 강도나 잡지 무슨" 욕하고 찢고…'검사님 갑질' 백태

CBS노컷뉴스 윤준호·박성완 기자 2019-11-13 05:00 


['슈퍼갑 검사님' 연속 기획 ①]

검찰 '폭언·모욕'에 죄인마냥 고개숙인 경찰

한달 넘는 검사 폭언에 '정신과 치료' 받은 여경

절도범과 한데 묶어 "개념없는 XX들" 욕설

경찰 들고 온 영장 찢어도 벌금 200만원 그쳐

"검찰·경찰 수직적 체계가 견제와 균형 방해"


※ 왜 검찰은 누구에게나 두려운 존재가 됐는가. 대한민국에서 검찰은 어떤 권한과 권력을 가지고 있는가. CBS 사건팀은 수사권조정 국면을 앞두고 여전히 막강한 검찰의 권한과 수사 과정의 내부 속사정을 들여다보는 연속 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경찰이 강도나 잡지 무슨" 욕하고 찢고…'검사님 갑질' 백태

(계속)


#1. 최근 서울 한 일선 경찰관은 관할 검찰청에 수사 관련 내용으로 방문했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수사중인 경제사범에 대해 설명하자 부부장검사가 대뜸 "경찰이 강도나 잡고 절도 사건이나 처리하면 되지 무슨 지능범죄를 수사하고 있냐"며 핀잔을 준 것이다. 수사 지휘를 넘은 인격모독이었다. 해당 경찰관은 "당시 느낀 모욕감은 어디가서 말도 못할 만큼 치욕적이었다"며 "명백한 인신공격이지만 내색은커녕 그저 고개 숙여야하는 게 검찰 앞에 선 경찰의 숙명"이라고 털어놨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수사지휘권이라는 명분 아래 선을 넘는 폭언과 모욕으로 경찰을 고압적으로 다루는 검찰의 부당 대우가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경찰관들은 이를 두고 '갑질'에 가깝다고 입을 모은다. 일부는 도가 지나쳐 벌금형까지 내려진 경우도 있었지만, 우월적 지위에 근거한 검찰의 '갑질'은 시간이 지나도 여전하다는 불만이 상당수다.


13일 CBS 노컷뉴스 취재 결과, 검사와 검찰 공무원의 경찰에 대한 폭언과 모욕 등 갑질은 최근 5년 동안 매해 2~3차례씩 꾸준히 발생했다. 피해 경찰관이 내부에 신고한 경우만 추린 것으로, 집계되지 않은 갑질은 수배에 달할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당사자들에 따르면 지난 2016년 한 여경은 진저리가 나도록 검사의 폭언에 시달렸다. 담당 검사가 사건을 지방청에서 직접 수사하라고 지시했는데, 해당 여경이 일선 경찰서로 보낸 게 화근이 됐다.


당시 문제가 된 사건은 단순 민원 사건이었다. 경찰 내부 지침에 따라 단순 민원 사건은 지방청이 아닌 일선 경찰서로 배당한다. 검사의 별도 지시가 있지 않았다면 문제되지 않는 통상적인 일처리였던 것이다.


담당 검사의 불편한 심기를 우려한 여경은 음료수를 사들고 청사까지 찾아갔다. 그러나 검사는 방문한 여경에게 고함을 치고 서류를 집어 던지며 "일처리를 그렇게 생각 없이 하냐"고 쏘아붙였다.


대답을 못하는 여경에게 검사는 사유서 작성까지 강요했다. 해당 여경은 한달 넘도록 계속된 검사의 폭언에 결국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 경찰에서 대검찰청에 공식적으로 항의했지만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는 CBS 노컷뉴스와 통화에서 "당시 검사의 눈빛에서 경멸과 하대하는 느낌을 받아 정말 당황스러웠다"며 "그동안 검사들이 경찰을 이렇게 막해도 된다고 여겨왔다는 생각에 경찰이라는 직업 자체에 자괴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대놓고 욕설을 퍼붓는 경우도 다반사다. 지난 2017년 대구지검 포항지청의 한 검사는 경찰이 절도범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자 피의자와 수사 담당 경찰관을 면담하겠다며 모두 청사로 들어오라고 지시했다.


두 사람이 청사에 도착했지만 그때까지 영장에 필요한 서류가 곧바로 검찰에 넘어오지 않았다. 담당 경찰관의 과장이 검찰에 보내기 앞서 일부 서류를 검토하는데 시간이 조금 지체된 탓이었다.


그러자 담당 검사는 "경찰 과장 나부랭이가 서류 검토하는데 내가 이런 XX들 붙들고 있어야 되나. 개념없는 XX들"이라며 면전에서 폭언을 쏟아냈다. 절도범과 그를 붙잡은 경찰관을 한데 묶어 동급으로 치부했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경찰 관계자는 "얼굴을 앞에 두고 욕설을 해도 괜히 불이익을 당할까봐 아무 소리 못하고 검사의 폭언을 그대로 듣고만 있어야 했다"고 귀띔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경찰의 구속영장신청서를 찢은 사건은 지금도 회자된다. 의정부지검 김모 검사는 지난 2014년 서류를 제대로 읽지도 않은 채 사건 지휘를 받으러 온 경찰관에게 "이걸 수사라고 했냐"고 폭언을 하면서 영장신청서를 찢었다.


당시 대검찰청 감찰본부는 감찰위원회를 열고 재판 절차 없이 서면 심리로 벌금이나 과료를 매기는 약식명령을 청구했다. 공용서류손상죄로 약식기소된 김 검사는 법원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는데 그쳤다.


이외에도 지난해 한 지청 소속 검찰 관계자는 민원을 상담한 경찰관에게 전화해 "계급이 무엇이냐. 못된 버르장머리를 고쳐주겠다"며 막말을 했고, 전화상으로 가능한 지휘도 입맛에 따라 검찰청에 출석해 대면 보고하도록 시키는 일 역시 잦았다.


경찰청 관계자는 "검사의 경찰에 대한 법률적 감시와 통제는 충분히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도 "수사지휘권처럼 엄격한 상하관계로 이뤄진 수직적 체계는 갑질 사례와 같은 문제들만 일으키고 결국 견제와 균형 원리의 실현을 방해한다"고 설명했다.

yjh@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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