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18545.html?_fr=mt1


세월호 구조헬기, 도지사 태우느라 현장에 늦게 도착했다

등록 :2019-11-26 15:15 수정 :2019-11-26 15:24


생존자 대신 지휘부 헬기 태워 ‘구조방기’ 논란

현장 향하던 구조헬기 도지사 등 태우느라 지연

2014년 검찰, 직권남용 판단했지만 불기소

특수단, 당시 판단 적절했나 들여다볼 방침


2014년 4월16일 구조 바구니를 활용해 구조 활동을 하는 해경 헬기의 모습. 서해지방해양경찰청 제공

2014년 4월16일 구조 바구니를 활용해 구조 활동을 하는 해경 헬기의 모습. 서해지방해양경찰청 제공


해양경찰은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현장에서 구조된 생존자를 헬기가 아닌 배로 이송했다. 생존자가 헬기로 이송될 기회는 3번이나 있었지만 헬기는 생존자가 아닌 김수현 서해해경청장과 김석균 해경청장 등을 싣고 떠났고, 생존자는 결국 숨졌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는 ‘구조방기’의 책임을 물어 김석균 해경청장 등 4명의 해경지휘부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고소·고발했는데, <한겨레> 취재 결과 해경의 요청을 받고 구조대원을 태운 뒤 세월호 구조현장으로 출동하던 소방헬기들도 구조활동이 아닌 도지사·부지사 이동 등에 쓰인 것으로 확인됐다.


■ 택시처럼 이용한 구조헬기


26일 <한겨레>는 2014년 세월호 참사 현장에 출동했던 소방헬기 조종사 6명의 진술조서를 확보했다. 이들은 2014년 6월 해경의 구조 방기와 사고 현장 출동이 늦어진 점 등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진술조서 내용을 종합하면, 세월호 당일 광주소방본부의 헬기는 119상황실로부터 오전 9시36분께 세월호 현장으로 출동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헬기가 구조대원 2명을 태우고 오전 9시43분 이륙해 맹골수도로 향하던 중 오전 10시6분께 ‘전남소방본부에서 요청이 왔으니 전남도청을 경유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전남도청 앞에는 전남부지사와 전남 소방본부장이 기다리고 있었고, 헬기는 그들을 태우고 현장으로 이동했다. 도착 시간은 오전 10시35분이었다. 현장에 도착한 헬기는 전남 소방본부장의 지시로 10분간 세월호 현장을 살펴볼 수 있게 주변을 선회했고, 이후 본부장의 지시에 따라 팽목항에 착륙했다. 구조목적으로 출동하던 헬기가 구조에 투입되지 못한 셈이다. 헬기에 타고 있던 구조대원 역시 현장에 투입되지 못했다. 아래는 광주소방본부 헬기 기장의 진술조서 일부다.


문: 전남소방본부장이 사고현장을 살펴볼 필요가 있었나요?

딥: 현황 파악을 목적으로 그렇게 한 것 같은데, 필요성 여부는 제가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습니다.

(중략)


문: 전남소방본부장이 팽목항에 도착하여서는 무엇을 하였나요?

답: 저희에게 대기하라는 지시만을 하고, 전남 소방본부 천막 쪽으로 가버려 무엇을 했는지 알지 못합니다.


문: 소방항공대의 임무에 우선순위가 있나요?

답: 네. 저희 소방본부는 인명구조 임무를 가장 우선으로 하고 있습니다.


문: 인명구조 목적으로 출동하고 있는 구조헬기를 소방본부장이 자신의 이동을 위해 전남도청을 경유하게 하여 시간을 지체시킨 것이 정당한가요?

답: 제가 판단할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크게 봤을 때 소방본부장이 사고 현장에 빨리 도착하여 지휘를 하는 것이 인명구조에 더 효율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남 소방본부의 헬기 역시 구조목적으로 현장으로 출동하다가 ‘박준영 당시 전남도지사를 태우고 가라’는 지시를 받았다. 전남 소방본부 2호 헬기는 오전 10시43분 ‘구조 목적’으로 항공대에서 이륙했다. 헬기는 비행 직전 ‘박준영 당시 전남도지사를 태우고 가라’는 지시를 상황실로부터 받는다. 이 헬기는 전남도청에 사고 당일 오전 10시53분 착륙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24분 간 도지사를 기다렸다. 이 헬기 최아무개 기장은 검찰에 “제가 헬기장에 착륙을 하였는데도 전남도지사가 나와 계시지 않았다”며 “‘지사님이 왜 나오시지 않는 것입니까’라고 물었더니 비서실장이 ‘지금 도 의회에서 의정 질의 답변을 하고 있습니다. 먼저 사고 현장으로 간 전남소방본부장으로부터 지사님이 현장에 오셔야 하는지 연락이 오기로 했는데 답변이 없습니다’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기장은 당시 그대로 출발하겠다고 했는데, 마침 도지사가 도착했다고 검찰에 말했다.


조종사들은 도지사나 부지사를 태운 일을 두고 답을 피했다. “제 입장에서는 뭐라고 말씀을 드릴 수 없을 거 같다”(도지사 태운 헬기의 정아무개 부기장), “제가 판단할 문제는 아닌 거 같다”(전남부지사와 소방본부장 태운 이아무개 기장)고 했다.


2014년 검찰 수사 당시 대검찰청은 박준영 도지사 등이 소방헬기를 타고 사고 해역에 간 것에 대해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지만, 기소는 이뤄지지 않았다. 특조위는 최근 관련 기록을 세월호 특별수사단(수사단)에 보냈다. 특수단은 당시의 판단이 적절했는지 다시 들여다볼 방침이다.


■ 헬기 조종사들 “해경 구조 부적절했다” 입 모아


검찰 진술에서 소방 헬기 조종사들은 구조 경험에 비춰 해경의 구조가 적절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문아무개 조종사는 “해경 헬기가 당시 세월호 내에 다수의 승객들이 선내 대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구조방법이 매우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며 “승객들이 선체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유도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아무개 조종사도 “선실 안에 다수의 승객들이 모여있는 모습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인데, 유리창을 깨뜨려 승객들의 탈출구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깨진 유리창 사이로 구조 로프 등을 설치만 해줘도 상당수의 승객들이 배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는 상황이 됐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최아무개 조종사는 “사람들을 레스큐 바스켓(수난구조장비)에 태워 한명 한명 구조하다가는 선내에 있는 많은 사람들을 구조할 기회를 놓쳐버린다”고 말했다.


2014년 당시 해경 김경일 123정 정장을 제외한 구조 책임자들은 형사처벌을 피했다.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은 당시 소방헬기가 도지사 등을 태워 구조가 지체된 과정과 해경의 구조 실패 등을 수사할 것으로 보인다.


박준용 황춘화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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