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590652


'뉴욕 스트립바' 의혹 최교일, 왜 '민간인 선비 홍보단'이 됐나

[정치 잡학다식 1cm] 현직 의원, 민간인으로 분류 출장비 지급... 행사 김영란법 시행 직전 마무리

19.11.26 16:28 l 최종 업데이트 19.11.26 17:06 l 김지현(diediedie)


 2016년 9월 25일 미국 뉴욕 카네기홀 아이작스톤홀에서 창작오페라 '선비'가 상연했다. 이때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왼쪽)과 장욱현 영주시장(가운데)은 한복을 입고 관람했다.

▲  2016년 9월 25일 미국 뉴욕 카네기홀 아이작스톤홀에서 창작오페라 "선비"가 상연했다. 이때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왼쪽)과 장욱현 영주시장(가운데)은 한복을 입고 관람했다. ⓒ 영주시청

 

"국회의원이 의원 신분을 가리고, 지자체 예산지원을 받다니... 당선한 지 5개월밖에 안 된 국회의원과 지방선거 공천을 대비한 지자체장 사이에 '포괄적 뇌물'이 오간 것이다. 검찰 수사가 필요하다." -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2016년 9월 영주시의 '선비정신 세계화 홍보단' 활동 차 미국 뉴욕에 갔다가 스트립바에 들렀다는 논란에 휩싸인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경북 영주시문경시예천군)에 대한 발언이다. 최 의원은 스트립바 방문 논란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한 바 있다.


녹색당은 지난 20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 의원 지역구인 영주시가 공무원여비지급 관련 규정을 변칙적으로 적용해 비행기삯, 숙박비 등을 지원했다고 주장했다. 녹색당은 지난 2월 장욱현 영주시장과 최 의원을 각각 업무상 배임 및 뇌물공여 혐의, 뇌물수수 혐의로 고발했었다.


최 의원은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그는 지난 18일 대구에서 열린 대부경북중견언론인모임에서 "영주시가 행전안전부·감사원 질의를 했고, 갈 수 있다고 해서 정말 가기 싫은 데 영주를 위해 다녀왔다"라며 "영주시 뇌물공여 혐의 건은 대구지검 안동지청에 가 있다, 수사를 많이 했다, 저는 수사받을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반박했다.

 

쟁점은 '공무원인 국회의원이 어떻게 민간인 신분이 적용돼 지자체로부터 출장비를 지원받았는지' 여부다. <오마이뉴스>는 영주시청 내부 문건을 확보해 쟁점을 짚어봤다.


'국회의원' 최교일, 민간인으로 여비 지원 받아  

 

 2016년 8월부터 만들어진 영주시 '선비정신세계화 홍보단' 계획안. 장욱현 영주시장의 직접 서명이 기재돼 있다.

▲  2016년 8월부터 만들어진 영주시 "선비정신세계화 홍보단" 계획안. 장욱현 영주시장의 직접 서명이 기재돼 있다. ⓒ 오마이뉴스

 

2016년 8월, 영주시는 '선비정신 세계화 홍보단'이 뉴욕을 방문하기 한 달 전에 추진계획을 수립했다. 이 문건에 따르면, 영주시는 '영주시장, 국회의원, 시의회의장' 등을 참석인사로 정해 2016년 9월 24일부터 26일까지 3일간 뉴욕에 가는 계획을 짰다. 최교일 의원은 이 행사에 자신의 보좌진과 동행했다. 


하승수 녹색당 운영위원장은 "이 과정에서 현직 국회의원인 최 의원이 '선비정신세계화홍보단' 소속이 돼 출장경비를 지원받았다"라고 지적했다. 영주시가 작성한 '공무국외여행허가' 문건에 따르면 최 의원과 보좌진 P씨는 국회나 개별 의원실 소속이 아니었다.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과 그의 보좌진 P씨 등을 대상으로 한 국외여비지급내역서. 최교일 의원은 632만6180원을, 보좌진 P씨(표 가운데)는 212만5120원을 수령했다.

▲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과 그의 보좌진 P씨 등을 대상으로 한 국외여비지급내역서. 최교일 의원은 632만6180원을, 보좌진 P씨(표 가운데)는 212만5120원을 수령했다. ⓒ 오마이뉴스


 영주시가 작성한 '공무국외여행신청서(민간인)'. 최교일 의원과 그의 보좌진 P씨는 선비정신세계화 홍보단으로 이름을 올렸다.

▲  영주시가 작성한 "공무국외여행신청서(민간인)". 최교일 의원과 그의 보좌진 P씨는 선비정신세계화 홍보단으로 이름을 올렸다. ⓒ 오마이뉴스

  

최 의원과 보좌진은 '민간인국외여비'로 예산 지원을 받았다. 최 의원에게는 총 632만6180원이 지급됐다. 그중 533만6900원이 항공요금이었다. 보좌진 P씨에게는 212만5120원이 지급됐는데 그중 134만8000원이 항공요금이었다. 최 의원은 비즈니스석에, P씨는 일반석을 이용했다. 비행기삯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은 숙박비 등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영주시는 이와 같은 예산 사용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영주시청 경제산업국의 한 관계자는 25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해당 행사는 영주시가 주관하는 행사였다, 영주시 지방공무원 여비조례에 따르면 '공무원'은 '영주시 지방공무원'을 뜻한다"라며 "최 의원과 보좌진은 영주시청 소속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에 공무원이 아닌 자, 즉 민간인이라 민간인국외여비로 처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행사가 진행됐던 2016년의 '자치단체 예산편성 운영기준'(행정안전부)에는 "민간인 국외여비는 민간인이 지방자치단체 사업수행을 위한 국외출장시 여비를 집행"할 수 있도록 돼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말이 안 된다, 영주시 지방공무원 여비조례는 대부분 공무원여비규정을 준용한다"라며 "공무원여비규정 자체가 국가직이든 지방직이든 모든 공무원을 대상으로 놓고 만들어진 것인만큼 따로 영주시 소속이 맞느냐 아니냐로 구분 지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행정안전부는 세출예산 집행기준에 "지자체의 사업을 수행하기 위하여 학계, 언론, 기업, 연구기관 등 전문가가 동행하게 되는 경우 국외여행경비를 지출할 수 있다"라고 규정해놨다.


'현 국회의원' 아닌 '전 서울중앙지검장'... 영주시 "플러스알파의 정보" 

 

 영주시가 작성한 '영주시대표단 내 공무원이 아닌 사람에 대한 여비 지급 등급 지정' 문건. 최교일 의원과 그의 보좌진 P씨는 선비정신세계화홍보단 소속으로 비고란에는 전직이 적혀 있다.

▲  영주시가 작성한 "영주시대표단 내 공무원이 아닌 사람에 대한 여비 지급 등급 지정" 문건. 최교일 의원과 그의 보좌진 P씨는 선비정신세계화홍보단 소속으로 비고란에는 전직이 적혀 있다. ⓒ 오마이뉴스

 

영주시가 최 의원 등에게 국외여비를 지급하면서 작성한 또 다른 서류도 문제다. 2016년 9월 작성된 '영주시대표단 내 공무원이 아닌 사람에 대한 여비 지급 등급 지정' 문건을 보면 최교일 의원의 소속은 '선비정신세계화홍보단' 그리고 비고란에 "전 서울중앙지방검철청 지검장"으로 돼 있다. 보좌진 P씨는 "전 OOO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돼 있다.


하승수 녹색당 운영위원장은 "'현 국회의원' '현 최교일 국회의원 보좌진'인데도 표기를 하지 않았다"라며 "이는 다른 소속인 공무원임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전직으로 표기한 것으로, 예산 지원의 근거를 만들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영주시청 관계자는 "선비정신세계화홍보단 주무부서가 이전에 작성한 문건에는 그들을 국회의원, 보좌진으로 명시해 놨다"라며 "전직을 표기한 것은 '플러스 알파'의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었다"라고 해명했다.


위 서류를 통해 최교일 의원의 여비는 '제1호 라목'으로, 보좌진 P씨의 여비는 '제2호 가목'으로 지정됐다. 공무원여비규정에 따르면 제1호 라목은 2·3급 국장급 공무원 등을, 제2호 가목은 3~5급에 해당하는 과장급 공무원 등을 지칭한다. 이에 대해 영주시 관계자는 "동반 공무원의 직위를 고려해 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행사에 지자체장이 동행했으므로 최교일 의원은 그에 맞춰서, 보좌진 P씨는 다른 과장급 공무원과 동일하게 적용했다는 뜻이다.


김영란법 시행 '이틀 전' 끝난 선비정신세계화 홍보단 활동

  

 2016년 9월 24일 미국 뉴욕 플러싱 금강산 식당에서 열린 영주시-뉴욕한인회간 '선비정신 세계화 추진 상호협력 MOU 체결' 당시 모습. 사진 맨 왼쪽에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이, 사진 가운데 장욱현 영주시장이 있다.

▲  2016년 9월 24일 미국 뉴욕 플러싱 금강산 식당에서 열린 영주시-뉴욕한인회간 "선비정신 세계화 추진 상호협력 MOU 체결" 당시 모습. 사진 맨 왼쪽에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이, 사진 가운데 장욱현 영주시장이 있다.

ⓒ 영주시청


<오마이뉴스>가 영주시청에 질의한 결과, 영주시청 관계자는 "최교일 의원과 장욱현 영주시장이 동행한 '선비정신세계화홍보단' 이후 국회의원이 민간인 신분으로 지원을 받아 예산이 집행된 사례는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김영란법은 2016년 9월 28일부터 시행됐다. 한 국회의원실 관계자는 "지역구 국회의원과 지자체장은 예산 문제 등으로 상호 밀접하게 연관 돼 있다"면서 "지자체가 예산을 지원하는 행사에 국회의원이 동참해 해외를 다녀오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에 더 그런 분위기"라고 전했다.


최교일 의원이 영주시와 함께 다녀온 행사는 2016년 9월 24일부터 26일까지였다. 공교롭게도 김영란법 시행 이틀 전에 마무리됐다. 한편 <오마이뉴스>는 최 의원에게 이에 대해 입장을 듣기 위해 수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Posted by civ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