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3991
“日방송에 조중동만큼 좋은 정보원은 없다”
한일갈등 관련 日언론 보도 분석…“한일관계 악화에 언론 책임 크다”
이홍천 교수 “왜곡·과잉보도, 자국 문제 관심 약화시켜 아베에 유리”
정철운 기자 pierce@mediatoday.co.kr 승인 2019.12.05 09:00
“11월23일 일본 방송은 지소미아(GSOMIA, 한·일 군사비밀 정보보호협정) 조건부 연장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날 오전 아베의 ‘사쿠라 스캔들’보다 4배 이상 방송 시간이 많았다. 그러나 내용은 한국이 지소미아를 조건부 연장한 것은 한국이 미국의 압력에 굴복한 결과이며 일본은 기존 방침을 변경한 것이 없다며 일본 완승을 강조하는 보도가 적지 않았다.” (이홍천 교수)
일본언론이 △아전인수격 해석 △일본 정부 입장 위주의 발표 저널리즘 △감정적인 한국과 이성적인 일본 프레임 등을 바탕으로 한국 관련 보도를 내며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4일 ‘한일갈등 해법을 위한 언론의 역할’을 주제로 한 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 포럼에서 발제자로 나선 이홍천 도쿄 도시대학교 사회미디어학과 교수는 ‘한일갈등 관련 일본 언론 보도 분석’ 보고서를 내고 “한일관계 악화에는 미디어의 책임이 크다는 비판이 일본에서도 지적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교수가 지적하는 한국 관련 일본 보도의 특징은 우선 ‘과열’이다. 일본 신문 100곳과 잡지 50곳의 기사정보를 제공하는 클리핑 서비스 ‘ELNET’ 검색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한국 관련 뉴스는 모두 1만3208건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147건. 같은 기간 사설은 383건 실렸다. 한국이 지소미아 파기를 결정한 8월22일이 껴 있던 8월 넷째 주에는 65건의 사설이 등장했다. 과열보도 속에 방송사의 정보 와이드쇼가 한국에 대한 편견·차별·증오를 선동했다는 지적이다.
9월 초부터 와이드쇼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가족 관련 의혹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이홍천 교수는 “이 때문에 9월11일 임명돼 10월30일 스캔들로 물러난 카와이 가쓰유키 일본 법무부 장관의 이름은 기억 못 해도 한국의 법무부 장관 이름은 기억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고 지적했다. 9월~10월 보도를 보면 카와이 법무부 장관에 대해 도쿄 전국 방송은 모두 181건을 내보낸 반면, 조국 법무부 장관에 대해선 878건이 나가며 4배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는 게 이 교수 설명이다.
▲조국 전 장관 이슈를 보도하면 일본 방송화면.
▲일본의 한 정보 와이드쇼 한 장면.
카미야 다케시 아사히신문 서울지국장 또한 “(조국 사태 당시) 일본에서는 자국의 법무부 장관보다 조국 장관 보도가 많았다”며 비상식적인 국면이었다고 밝혔다. 이홍천 교수는 “와이드쇼의 문제는 한국정치, 한국인을 바보 취급하는 보도나 넷 우익의 논리를 그대로 소개한다는 점”이라며 출연자들이 혐한을 조장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예컨대 텔레비전 아사히 계열의 ‘와이드스크램블’에선 코멘테이터가 한국과의 국교 단절을 대놓고 주장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아오키 오사무 전 교도통신 기자는 자신의 와이드쇼 출연 경험을 전하며 “한국에도 문제가 있지만 본래 일본의 전쟁 책임, 식민지통치 문제도 있다는 식의 발언을 할 기회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시청률을 위한 정보 와이드쇼의 자극적 내용은 여론을 왜곡시키고 있다. 일본언론이 한국을 다루는 열정을 국내 문제로 돌렸다면 아베는 역대 최장기 집권이라는 기록을 남기지 못했을 것”이라고 촌평했다.
7월1일부터 9월30일까지 일본 방송에서 한국 관련 내용을 다룬 경우는 모두 7420건으로 집계되었으며, 키워드별로는 문재인 2215건, 수출 규제 1100건, 지소미아가 796건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한국 관련 정보로 방송에 소개되는 내용의 많은 부분이 조선·동아·중앙일보의 일본어판을 참조하고 있다. 프로그램 제작진에게 조중동만큼 좋은 정보원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주간지도 혐한을 이끌고 있다. ‘주간 포스터’의 9월2일자 특집기사 제목은 ‘한국 따위 필요없다’였다. 이 주간지는 혐한이 아닌 단한(한국을 끊자)을 주장하며 수출규제로 삼성과 LG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주간 신초’는 ‘GSOMIA 다음은 후쿠시마를 노린다. 올림픽 선수촌 식사에도 트집! 한국이 만들어 낸 식품 방사능 오염’이란 내용의 기사를 내기도 했다.
이 교수는 한일갈등을 부추기는 일본 보도의 주된 프레임을 △한국의 대일 강경책은 국내 정치용이다 △수출관리 강화는 징용공 문제와 관련 없다 △일본에 유화책을 펴는 것은 한국경제가 어려워서다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징용공 문제는 해결됐다 △한일관계의 모든 책임은 한국에 있다 △한국의 대응은 감정적이다로 꼽았다. 그는 “옐로우저널리즘은 양국 시민들에게 정서적 상처를 안겨 준다”며 “미디어가 문제를 키우는 불쏘시개가 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모치즈키 이소코 도쿄신문 기자는 “한국 이슈를 보도하면 시청률이 올라간다. 일본 정부 비판 대신 한국 정부 비판을 하면 정부에서 불만도 없다”며 보도 배경을 짚었다. 그 덕에 최근 아베 정부가 소비세를 올렸지만 관련 보도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이 교수는 “한국에 대한 과도한 관심과 과잉보도는 일본 국내 문제에 대한 관심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포럼 좌장을 맡았던 김춘식 한국언론학회장은 “양국 국민이 미디어를 통해 상대국의 정보를 얻는 만큼 (양쪽 모두) 상대국을 제대로 알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 참석한 나무라 가타히로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은 “와이드쇼가 (여론에) 영향력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밝힌 뒤 “지금 규슈 온천지역을 비롯해 일본 경제가 심각한 피해를 받고 있다”며 “(반일을) 선동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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