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news.v.daum.net/v/20160902060411460
고구려사는 오늘 우리에게 어떤 역사인가
[고구려사 명장면 1]
임기환 입력 2016.09.02. 06:04
'고구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 혹은 단어가 무엇인가? 아마도 만주대륙, 광개토왕, 철갑 기마무사, 광대한 영토 등을 첫손에 꼽을 것이다. 또는 중국의 통일제국인 수나라·당나라와의 전쟁, 예컨대 살수대첩이나 안시성 전투 등이 기억 나기도 할 것이다. 맞다. '광활한 만주 대륙, 말달리는 고구려인의 상무정신과 진취적인 기상' 같은 이미지는 상투적이라고 할 만큼 많이 이야기된다.
중국 지린성 지안의 고구려 무용총 수렵도
이런 인상들이 고구려의 중요한 특징을 보여주는 것도 사실이지만 어디까지나 고구려 역사의 일면에 불과하다. 이제는 그런 막연한 인식에서 벗어나 보다 구체적이고 생생한 역사로부터 접근할 필요가 있다.
고구려 역사의 커다란 물줄기를 짚어보기에 앞서 과거 고구려의 어떤 특성들이 오늘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잠깐 살펴보자.
첫째, 고구려는 단순히 군사 강국이 아니라 삼국 중에서, 아니 동아시아 전체 국가 중에서 중국 왕조를 제외하고는 문화적으로나 정치적으로 가장 선진적인 국가였다. 삼국시대에 백제와 신라, 가야, 왜 등은 고구려의 문화에 영향을 받은 바가 적지 않다. 즉 고구려 문화가 우리 고대 문화의 토대를 이루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정치·군사적인 능력도 문화적 기반 위에 있어야 비로소 제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고구려사가 가장 잘 보여준다. 문화 능력의 빈곤을 절감하는 우리가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둘째로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고구려의 강대한 국력이다. 이 강대함은 단순히 영토를 많이 차지하고 제국으로 성장했다는 그런 의미에 그치는 게 아니다. 고구려는 다양한 종족을 영역 내로 흡수한 다종족 국가로서, 다양한 문화 기반을 확보하고 개방성과 국제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는 우리 역사상 고구려만이 갖는 독특한 성격으로, 국제화·세계화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으리라는 생각이다.
셋째로 고구려가 만주와 한반도에 걸친 최초의 통합국가라는 점이다. 고구려의 수도가 국내성(지금의 중국 지안)에서 평양으로 천도하는 과정에서 엿볼 수 있다. 이러한 국가 발전 방향은 두 가지 점에서 중요하다. 바로 농경문화의 발전을 중심으로 삼았다는 점, 그리고 한민족의 형성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만약에 고구려가 대륙으로의 진출만을 추구하였다면, 우리 민족의 형성 과정은 아마도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동시에 고구려는 요동이나 유목 지역으로도 진출하는 서진·북진의 방향을 겸하고 있다는 점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를 굳이 대륙적이라고 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당시는 한반도와 만주가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고구려라는 나라에 의해 통합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만주와 한반도를 구분하는 인식은 후대의 관념이다. 한반도에 갇혀 있는 우리의 시선을 보다 확장해야 한다.
넷째로 이러한 영역적 기반 아래 동아시아 국제질서를 이끌어가는 중심 축의 하나였다. 고구려는 가장 강력한 중국 왕조와 대결 혹은 교섭하면서 유연이나 돌궐 등 유목 세력과 끊임없이 교섭·연결하고 있다. 이를 통해 중국 중심의 국제질서에 편입되지 않고 동북아시아에서 독자적인 세력권을 구축하였으며 고구려를 세계 중심의 하나로 보는 독자적인 천하관을 갖고 있었다. 수나라·당나라와의 충돌은 고구려 독자의 세력권과 중국 제국의 천하질서와의 충돌이었다. 세계 초강대국들이 교차하는 오늘 현실에서 고구려인들이 세계를 바라보던 넒은 시선은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이렇듯 고구려사가 우리 민족사에서 갖고 있는 독특한 위상으로부터 오늘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 적지 않다. 역사 공부의 가장 중요한 미덕은 과거로부터 미래를 이끌어갈 지혜를 배우는 것이 아닐까.
[임기환 서울교육대학교 사회과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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