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contents.nahf.or.kr/id/NAHF.iscd.d_0003_0010_0020


만리장성의 축조범위



▶ 진시황제의 장성은 대동강까지 이르렀다.

▶ 장성은 중국 문헌과 유물을 통해 요하까지만 축조된 것이 명백하다.


중국에서는 춘추전국시대의 혼란을 통일한 진시황제가 조성한 장성이 북한의 청천강지도, 더 나아가 대동강 하구까지 이르렀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라 중국 역사 교과서와 지도집에는 대동강까지 장성표시를 해두었다.


이것은 고조선사를 중국사라고 하는 주장과 일맥상통하며, 고조선의 영역범위를 축소하고 있는 명백한 역사왜곡이다.


진의 만리장성에 관한 가장 신뢰할만한 사료인 『사기』에는 진 장성의 동쪽 끝이 요동까지 이르렀다고 되어 있다. 그리고 『사기정의(史記正義)』에는 “요동군은 요하의 동쪽에 있는데, 진시황제가 장성을 쌓아 동쪽으로 요하에까지 이르렀다”라고 하여, 장성이 사실상 요하를 넘지 못하였다고 단언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주목해야 할 것은 장성 유적이 요하 서쪽의 부신(阜新/푸신)(주: 선양에서 요하건너 서쪽)(지도) 지역까지는 명확히 나타나지만, 요하 동쪽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게다가 중국에서 연과 진이 축조한 장성이라고 주장하는 대령강 일대의 장성은, 최근 조사 결과 고려 시대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한반도 서북부 지역까지 장성을 표시한 중국교과서는 수정되어야 한다.


▲ 중국교과서의 장성이 표시된 지도

- 장성이 고조선의 영토까지 축조된 것으로 확장, 왜곡되어 있다.



‘만리장성’의 연장 문제


2012년 6월 5일 중국 국가문물국은 중국 ‘역대장성(歷代長城)’의 총 길이가 2만 1,196.18km라고 발표하였다. ‘역대장성’ 및 장성 관련 유적은 동쪽으로는 헤이룽장성[黑龍江省]부터 서쪽으로는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지도까지 분포되어 있으며, 장성 유적은 성벽, 참호, 부속건물, 관보(關堡) 및 관련 시설을 포함하여 모두 4만 3,721곳에 달한다고 한다. 이 발표는 ‘장성보호공정’의 사업에서 나온 결과로, 중국 국가문물국과 국가측량국이 주관한 것이었다.


중국의 장성 발표가 논란을 불러일으킨 까닭은 그 조사 결과가 지금까지 알려져 있는 장성에 대한 인식과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당초 유네스코 홈페이지에는 중국의 장성에 대해 허베이성[河北省]의 산하이관[山海關]에서 간쑤성[甘肅省]의 자위관[嘉峪關]에 이르는 길이 6,000km의 군사적 구조물이라고 정의해왔다. 이 6,000km는 약 1만 리(里)를 상회하기에 ‘만리장성’이란 이름으로 불리우는 것이다.


▶ 산하이관에서 바라본 장성


그런데 중국의 발표는 이 장성의 길이를 약 4만 리까지 늘린 것이어서 기존의 상식과 크게 다르다. 그래서인지 중국은 이 장성에 ‘만리장성’이란 이름 대신 ‘역대장성’이라는 새로운 명칭을 붙였다. 하지만 이 ‘역대장성’에는 한족(漢族) 이외에 전근대 동북아시아에서 활약한 모든 민족들이 세운 성(城)까지 포함되기 때문에 논란은 더욱 증폭되었다.


특히 우리의 경우, 오랜 세월에 걸쳐 만주를 지배한 고구려·발해의 여러 성곽까지 ‘역대장성’에 포함됨으로써, 우리 조상이 남겨놓은 유적이 중국의 유적으로 둔갑해 버리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고구려가 쌓은 지린성[吉林省] 소재 라오벤강[老邊崗] 흙[土] 장성과 발해가 축조한 헤이룽장성 소재 무단장[牧丹江] 변장(邊牆) 등이 ‘역대장성’에 포함되어 있다. 고구려의 ‘천리장성(千里長城)’은, 임박한 당(唐)의 침략에 맞서기 위해 축조되었다고 사서에 전해진다. 그러던 고구려의 장성이 어느 틈엔가 고구려인이 상대했던 당의 장성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중국의 ‘역대장성’이 역사적 사실과 유적의 고유한 성격을 무시한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면 중국의 ‘역대장성’은 어떤 배경에서 나온 것일까. 국가문물국의 ‘역대장성의 총길이’ 발표에 뒤이어, 중국 언론들이 ‘역대장성’의 이름 대신 ‘만리장성’을 언급하고 있음에서 그 의도를 짐작할 수 있다. 중국인의 상징이자 자랑거리인 ‘만리장성’의 이미지를 덧씌워 ‘역대장성’을 중화민족의 상징으로 만들려는 시도인 것이다. 또한 ‘역대장성’이 펼쳐진 광활한 북방 지역이 원래부터 중국의 영토였다는 점을 확인시키고자 하는 속셈으로 보인다. 즉 세계문화유산 ‘만리장성’이 어느새 ‘통일적다민족국가론’에 부합하는 상징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장성보호공정’은 ‘동북공정’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통일적다민족국가론’의 역사인식이 반영된 사업임에 분명하다. 그런 의미에서 ‘동북공정’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장성보호공정(2005~2014)


중국 각지에서 심각하게 파괴되고 있는 장성 유적을 보호하고, 그에 대한 이용을 규범화하려는 목적으로 지금 남아 있는 장성자원에 대한 정확한 조사와 판정을 시도하는 사업이다. 국가문물국과 국가측회국이 주관하고 있다. 그러나 그 목적이 유적 보호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이미 2009년 ‘명(明) 장성’의 길이를 새롭게 확정했던 전례에서 확인된 바 있다. 유적 보호의 명분을 내세우고 ‘역대장성’이란 이름을 앞세우고 있으나, 장성을 중화민족의 상징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통일적다민족국가론(統一的多民族國家論)


중국은 한족과 55개의 소수민족으로 구성된 다민족국가다. 한족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지만 55개 소수민족도 그 규모와는 무관하게 전략적 요충이며 자원의 보고인 지역에 폭넓게 살고 있기 때문에, 중국 정부의 입장에서는 소수민족의 분리적 경향을 차단하는 것이 과제다. 이를 위해 중국은 ‘통일적다민족국가론’이라는 새로운 이데올로기를 창출하였다. 현재 중국 내의 모든 민족이 중화민족을 구성하며, 이 중화민족은 최근에 들어 비로소 형성된 존재가 아니라 아득히 먼 선사시대부터 지금까지의 역사적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형성된 실체라고 주장한다.


▼ 중국이 명대 장성의 동쪽 끝이라고 주장하는 호산장성(虎山長城)

- ‘만리장성’을 연상시키는 벽돌의 긴 성벽으로 복원하여 마치 당시에도 이러한 성벽이 존재했던 양 보이고 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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