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2122149135&code=920501

“한·중 FTA 땐 한국농업 붕괴… 제한적 추진을”
김다슬 기자 amorfati@kyunghyang.com

정부 발주 서울대 산학협력단 연구보고서

중국 동북지역에서는 국내산과 거의 같은 품종과 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한다. 한국과 가까워 수입해도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다. 2010년 배추 가격이 한 포기에 1만5000원까지 급등했을 때 정부가 이 지역에 인력을 급파해 물량 확보에 나서기도 했다. 가격은 국내산에 비해 1.5~8배 저렴하다. 

협상 개시를 위한 절차가 시작된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은 한국 농업생산 기반을 붕괴시킬 정도의 위협이 될 것이라는 정부 발주 보고서가 나왔다. 

통계청 의뢰로 서울대 산학협력단이 연구한 ‘한·중 FTA 협상에 대응한 농업부문 대응전략’ 보고서는 12일 “중국과 일반적 의미의 FTA를 체결하고 대다수 품목에 대해 관세를 철폐할 경우, 농산물 수입 급증으로 한국의 농업생산 기반이 붕괴될 정도의 충격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한·중 FTA는 한·미 FTA보다 훨씬 큰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은 한국과 지리적으로 인접해 오랫동안 농업생산 구조와 농산물 소비패턴이 유사하며, 최근에는 품질도 급격하게 향상되고 있어 한국 농산물 수입시장의 점유율을 증가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미 한국 수입쌀 시장의 45~80% 정도를 중국산이 점유하고 있다. 중국산 고추, 마늘의 한국 수입시장 점유율은 100%에 가까우며 양파 역시 95%를 넘나든다. 반면 한국의 대중국 곡물 수출 실적은 거의 없으며 사과, 배, 감귤 등 일부 과일을 중국에 수출하고 있지만 규모는 미미하다. 국내산 농산물 가격은 중국산에 비해 채소류는 평균 5.7배, 과일류는 7.4배, 곡물류는 5배, 육류는 1.5배가량 높다. 

농업 생산력은 중국과 비교가 안된다. 경지면적은 2009년 기준 한국의 91.3배, 그 가운데 배추, 마늘, 양파 등 채소류의 재배면적은 10년간 2~4배가량 증가했다. 과실류 역시 증가 추세다. 반면 한국의 재배면적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으며 특히 곡물류와 채소류 재배면적의 감소폭이 크다. 생산량도 곡물·채소·과실·육류 모두 중국이 50배 이상 많다. 한국이 수입에 의지하는 소맥, 옥수수 생산량은 각각 6059배, 2130배에 달한다. 

한국의 농산물 평균 관세율 수준도 중국에 비해 3.7배 높다. 특히 고추 270%, 마늘 360%, 참깨 630%, 수수 779%, 가공곡물 800% 등 고관세로 보호하고 있는 민감품목도 많다. 

FTA로 관세가 철폐되면 한국 농업에 엄청난 피해가 돌아갈 수밖에 없다.

보고서는 “한·중 FTA는 그간 체결해온 FTA와 다른 각도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모든 품목을 대상으로 하는 ‘포괄적 FTA’가 아닌 ‘제한적 FTA’ 형태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협상 개시 전에 민감분야를 고려한 양허수준 또는 보호장치 등에 대한 한·중 간 사전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협상 개시 선언을 포함하여 추진과정의 절차적 정당성과 투명성 확보에 노력해야 한다”며 “한·미 FTA의 경우 협상기간 내내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국내적 논쟁에 대응해야 했던 경험을 상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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