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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AS] “김건희 일했다→착오” 경력증명서 발급자는 왜 말을 바꿨나

등록 :2022-01-06 09:29 수정 :2022-01-06 10:44 이우연 기자 사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입장문 발표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입장문 발표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에게 큐레이터 경력증명서를 발급한 서아무개 당시 ‘대안공간 루프’ 대표가 불과 20일 만에 김씨 경력에 대해 말을 바꿨다. 루프에서 일한 복수의 직원들이 김씨를 모른다고 하는 상황에서도 구체적인 전시명까지 언급하며 김씨 경력을 두둔했던 서 전 대표가 갑자기 “잘못 알았다”며 정반대 태도를 취한 것이다.


 5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본격적으로 김씨의 경력 부풀리기가 논란이 되자 루프에 몸담았던 이들은 “김씨를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2007년 수원여대 겸임교원 채용에 제출한 지원서와 경력증명서에 1998년부터 2002년까지 비영리 미술기관인 ‘대안공간 루프’의 큐레이터로 일했다고 적었다. 김씨는 해당 경력을 허위·부풀리기 논란을 불러온 한국게임산업협회 경력과 함께 산업체 경력으로 적었고, 수원여대 겸임교원에 채용됐다.


루프는 1999년 2월 설립됐는데 경력에는 1998년부터 일했다고 적혀있어 의문을 키웠다. 김씨가 사과 기자회견을 연 지난달 26일, 국민의힘은 해명자료에서 “대안공간 루프에서 활동한 것은 사실이나 재직기간은 기억에 의존해 오류가 있었다”고 했다.


지난달 중순 <한겨레>가 접촉한 1999∼2000년 루프에서 일했던 복수의 큐레이터들은 김건희(개명 전 김명신)씨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들은 당시 루프가 신진 작가들이 만든 작은 공간이었기 때문에 초창기 멤버를 자신들이 모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1999년에 큐레이터로 활동했던 ㄱ씨는 “초창기에 작가 4명과 본인을 비롯해 자원봉사처럼 기획 일을 했던 3명 정도가 있었다. 김씨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설립 이전부터 큐레이터로 활동한 ㄴ씨도 “김씨와 아는 사이지만, 루프에서 같이 일한 기억은 없다”고 말했다.


‘대안공간 루프’. &lt;한겨레&gt; 자료사진

‘대안공간 루프’. <한겨레> 자료사진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서 전 대표와 함께 루프 공동대표를 맡았던 윤재갑 전 대표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김건희씨는 루프에서 큐레이터로 일을 한 적이 없다. 루프에서 일했던 큐레이터들은 20평 되는 지하실에서 젊은 작가들과 라면을 먹어가며 전시 팸플릿을 만들었다. 서로 누가 누군지 뻔하게 다 알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루프에서 일했던 큐레이터 모두 (김건희씨에 대한) 기억이 없어 황당해하고 허탈해하더라. 증명서를 이렇게 아무에게나 주는 거냐고도 하더라”고 말했다.


다만 큐레이터들은 루프를 주도적으로 설립한 서 전 대표에게 물어보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고 했다. 서 전 대표는 2006년 발급된 것으로 돼 있는 김씨의 경력증명서 하단에 적힌 발급 책임자였다.


서 전 대표는 지난달 15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김씨가 과거 루프에서 일했다고 말했다. 그는 “김명신씨가 과거 일정 기간 루프에 참여한 것은 맞다. 내가 찾아보니 ‘서정적 은유’ 전시기획에 참여한 것이 확인된다. 비상근으로 어떤 것은 작가로 참여하기도, 협력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주로 해외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서정적 은유-리릭메타포전’은 김씨가 재직 기간에 넣지 않은 2005년에 열린 전시다.


김씨가 1998년부터 일했다는 것에 대해서도 서 전 대표는 김씨가 대학원생으로서 설립 이전부터 도왔다고 했다. 이후 지난달 23일 <오마이뉴스> 보도에서도 서 전 대표는 “98년에 김씨가 우리를 도와준 것은 맞다. 비상근 무급이었다”고 했다. 또 ‘학예실 소속 큐레이터’로 증명서를 발급받은 것과 관련해서도 “미술계에선 99년도만 해도 일하면 다 큐레이터라고 명함을 찍어줬던 상황이다. 초기에 공동체로 도와줬던 분들에게는 (큐레이터로 인정하는 것에 대해) 포용력이 넓은 편이었다. 그동안 다른 사람들이 이력서를 쓰는 걸 보면 (그랬다)”라고 말했다. 다만 재직 기간에 대해서는 “확실히 더 알아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선대위가 이후에 내놓은 해명과 같은 취지다.


꽤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해명하던 서 전 대표는 20일 만에 말을 바꿨다. 그는 지난 4일 <제이티비씨>(JTBC) 뉴스에서 “(재직)연도는 잘못된 건 확실하고 4년 부풀려진 것도 확실하다. 4년 동안 1년에 한 번씩 나왔어도 4년 정도 했으면 제가 기억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1998년 김씨가 루프 개관준비를 도왔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서도 “제가 좀 잘못 알았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루프가 김건희, 윤석열과 언급되는 것 자체가 후배들에게 미안하니 언론에 언급이 안 됐으면 좋겠습니다.” 지난달 15일 통화를 마무리하며 이렇게 말한 서 전 대표는 그 사이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 걸까.


서 전 대표는 5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1998년 일했다고 한 것은 그때 일을 도왔다고 얘기를 한 사람이 있고, 제 기억으로도 그때 그 친구(김건희씨)를 알았던 것 같아서 말씀 드린 것이다. 잘못 알고 말씀 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팸플릿 등 기록으로 남아있는 김씨가 참여한 루프의 전시는 2005년 2건의 전시 뿐이라고 밝혔다. 자신의 이름으로 발급된 경력증명서에 대해서는 “보통 나에게 연락이 오면 (증명서를) 끊어주라고 (직원에게) 한다. (증명서에 찍힌 게) 루프 도장도 맞다”면서도 “(발급 여부는)15년 전 일이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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