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news.v.daum.net/v/20220121155700931
[단독] '관상으로 궁합 알아본다'..김건희 박사논문 내용 논란
강청완 기자 입력 2022. 01. 21. 15:57 수정 2022. 01. 21. 17:18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는 지난 2007년 국민대 테크노디자인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아바타를 이용한 운세 콘텐츠 개발 연구 - '애니타' 개발과 시장 적용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논문인데, 말 그대로 아바타를 활용한 궁합·운세 프로그램의 개발 방안과 이론적 배경을 다룬 논문이다. 해당 논문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차례 표절 의혹과 적절성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그런데 해당 논문에는 표절 의혹과 별개로 근거가 부족하거나 고개를 갸웃할 만한 내용도 상당수 포함된 걸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실에서 제공한 해당 논문의 <4장, 운세 콘텐츠 브랜드 '애니타' 개발 방안> 부분에 따르면, 아바타의 관상을 가지고 궁합 호감도를 산정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산정된 공식을 만들어 점수를 환산해 좋은 궁합을 판별한다는 건데 문제는 그 예시다.
대머리 남자와 주걱턱 여자는 궁합이 좋다? 황당 예시
<표34: 좋은 궁합의 예시>에는 '대머리 남자'는 '주걱턱 여자'와, '주먹코 남자'는 '키 큰 여자', '콧구멍이 큰 남자'는 '입이 크고 튀어나온 여자', '좌우 콧방울이 두툼한 남자'와 '입술이 작은 여자'가 궁합이 잘 맞는다고 되어 있다. 해당 예시와 관련해선 어떠한 근거도, 참고 문헌이나 출처도 기재되어 있지 않다.
해당 논문 89쪽, 좋은 궁합의 예시
황당한 내용은 이뿐만이 아니다. 논문 88쪽에는 사용자 정보를 바탕으로 'Daily matching'뿐 아니라 'Night matching', 즉 낮과 밤을 나누어 적합한 상대를 찾아 조언한다는 '맞춤형 서비스' 내용도 담겼다. 어학사전에는 검색되지 않는 용어들인데, 성적인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당 프로그램의 고객층에는 10대도 포함돼 있다. 논문 80쪽에는 '이 운세 콘텐츠의 주요 고객층은 모마일(모바일의 오타로 보임)과 와이브로의 주 이용 연령층인 주로 10대에서 30대 초반의 학생, 직장인, 자영업자, 전문직 종사자를 목표 집단으로 한다'고 써있다.
해당 논문 88쪽, 관상 및 궁합DB 제작과 활용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 관상 모델 예시로…'고문 기술자 이근안'도
논문에서 아바타 관상을 만들면서 유명 정치인을 모델로 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논문 88쪽에서 관상 디자인을 동양철학의 오행을 모델로,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 5가지 모델로 설계하는데 실제 인물 분석을 통해 매칭한다고 되어 있다. 이 모델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 등이 포함되어있는데 방송인 김구라 씨, 박경림 씨뿐 아니라 고문 기술자로 악명 높은 이근안 씨의 사진도 예시로 제시되어 있다.
[그림27]운세 콘텐츠 '애니타' 관상 및 궁합DB
논문 2장에선 콘텐츠 모델의 '이론적 배경과 선행 연구의 고찰'을 다루고 있다. 주요 내용은 주역과 음양오행에 대한 이해, 주역의 의미, 주역의 효와 팔괘, 주역의 음양 오행사상, 사주, 궁합 및 관상에 대한 이해 등이다. 전체 126쪽 분량의 논문에서 약 20여 쪽으로 6분의 1 정도에 해당하는 분량이다. 논문 나머지 부분에선 연구의 목적과 디지털 콘텐츠로서 운세 콘텐츠 이해, 아바타를 이용한 운세 콘텐츠 시장 조사 등 프로그램 운영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다만 결론 부분에선 연구 스스로도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통한 관상·궁합 서비스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 응답자(36.3%)가 긍정적 응답자(22.3%)보다 높게 나타났다고 서술하고 있다.
교육부 · 국민대, 김건희 논문 · 학위 수여 과정 조사 중…어떤 결론 낼까
최근 김건희 씨의 녹취 파일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무속·주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해당 논문의 내용만으로 김 씨의 무속·주술 논란과 직접 연결 짓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을 수 있다는 게 기자의 판단이다. 그러나 논문 내용의 질적 측면에서 과연 박사학위 논문으로 적합한 내용인지, 적절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해 국민대 측에 입장을 물었지만 "관련 논문에 대해선 조사가 진행 중이라 답변하기가 어렵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김 씨가 어떤 이론적 근거를 가지고 해당 문건을 작성했는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측에 물어봤지만 "논문과 관련해선 따로 드릴 입장이 없다"고 답했다.
김 씨의 해당 박사 학위 수여 과정에 대해선 이미 교육부가 집중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결과는 다음 주에 발표될 예정이다. 해당 논문의 표절 의혹에 대해서도 국민대 자체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데, 다음 달 중순쯤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적 배경은 차치하고라도 학위와 논문의 완성도가 갖는 의미는 작지 않다. 대선 후보 부인의 검증 여부를 넘어서 학위 논문은 학계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공정성 문제와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교육부와 국민대가 어떤 조사 결과를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강청완 기자blu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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