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www.khan.co.kr/politics/politics-general/article/202208241803001
* "감사원장 위에 유병호 사무총장"···‘코드 감사’ 운전대 잡은 실세"는 경향 사이트 노출 제목입니다.
윤 정부 ‘사정 트로이카’는 한동훈과 이상민 그리고 ‘실세’ 감사원 사무총장
입력 : 2022.08.24 18:03 수정 : 2022.08.24 20:12 구교형 기자
유병호 “문재인 정부서 인사 불이익”
새 정부 출범하며 ‘감사원 2인자’ 복귀
전 정권서 임명된 기관장 솎아내기용
공공기관 감사 개편안 밀어붙이다 제동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 |연합뉴스
감사원이 공공기관 감사활동 심사시 ‘기관장 지원’에 높은 비중을 두겠다고 지난 달 발표했다가 감사위원회의에서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들을 솎아내는 용도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기관 차원의 지원’으로 문구를 수정한 것을 두고 감사원의 업무 처리 절차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감사원 최고 의결기구인 감사위원회의의 의결도 거치지 않은 규칙 개정 사안을 어떻게 보도자료까지 배포하며 공식 발표하느냐는 것이다.
경향신문은 윤석열 정부 취임 후 감사원의 정책 변화 여부를 살펴보기 위해 감사원 보도자료를 살펴보던 중 지난달 14일 배포된 ‘정부·지자체·공공기관의 자체감사활동 심사 항목 개편안’ 관련 자료에서 공공기관 감사활동 심사시 ‘기관장 지원’에 높은 비중을 두겠다는 내용을 발견했다. 기관장이 자체 감사활동을 얼마나 잘 지원하는지 평가해 대폭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에게 자문한 결과 ‘전 정권에서 임명된 기관장들을 솎아내는 용도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에 개편안이 어떻게 운용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24일 감사원에 문의한 결과 감사위원회의 등을 거치면서 ‘기관장 지원’이라는 문구가 ‘기관 차원의 지원’으로 수정됐다는 답이 돌아왔다. 자체 감사활동을 얼마나 잘 지원하는지 평가받는 대상이 ‘기관장’에서 ‘기관’으로 바뀐 것이다. 감사위원회의에서 부결돼 개편안을 수정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감사위원회의에서 의결하지도 않은 개편안을 공식 발표했다가 감사위원회의에서 반대하자 내용을 수정해 운용 중이라는 것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감사위원 등의 우려로 개편한 일부를 수정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했다.
감사원 최고 실세로 꼽히는 유병호 사무총장이 개편안을 밀어붙이려다 감사위원회의에서 제동이 걸린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 인사와 정책들을 겨냥한 전방위 감사의 연장선에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유 사무총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인사불이익을 받았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터다.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감사원 2인자’로 화려하게 복귀한 그는 공식 회의석상에서 “악폐 진상규명을 하겠다”고 했다.
유 사무총장은 지난달 7일 <신동아> 인터뷰에서 자신이 2019년 지방행정국장에서 심의실장으로 발령난 것을 ‘좌천’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건드려서 심의실장으로 보내진 건 확실히 좌천이 맞다”고 했다. 지방행정국장 시절 ‘서울교통공사 고용 세습 비리’를 밝혀 공사 사장 해임 요구와 함께 박 전 시장에게 주의 처분을 내려 불이익을 입었다는 것이다.
감사원 사무총장은 직무 특성상 감사 기밀을 알고 있어 보안 유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언론에 노출되는 사례가 거의 없다. 지난 10년간 감사원 사무총장 중에서 언론과 단독 인터뷰를 한 사례는 딱 1건 더 있다고 한다.
유 사무총장은 2019년 병원 치료 과정에서 의료진과 다툼이 생겨 경찰에 입건됐다가 검찰에서 무혐의를 받았다. 이를 두고 ‘봐주기 의혹’이 제기되자 그는 전 정부와의 악연을 들어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유 사무총장은 지난달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그때 문재인 정부였다. 제가 미운털이 박혔는데 누가 봐주겠나. 검찰에서”라고 했다.
유 사무총장은 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정무사법행정분과 전문위원으로 활동한 뒤 감사원 사무총장으로 복귀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겨냥한 ‘월성 1호기’ 감사를 주도한 점이 영향을 끼쳤다는 관측이 나왔다.
유 사무총장은 문재인 정부를 향한 반감을 감추지 않는다. 그는 지난달 4일 감사원 확대간부회의에서 “그간 감사 내 여러 악폐에 대한 진상규명을 시리즈로 해 나갈 예정이니 놀라지 말라”라 말했다. 국회에 출석해서는 “그간 감사원은 연도는 말씀 안 드리겠습니다만 무능하고 부패한 세력들이 조직의 주인이 돼 있다”고 했다.
감사원 안팎에서는 “최재해 감사원장 위에 유병호 사무총장이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관가에서는 유 사무총장을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함께 현 정부 수사와 감사를 이끄는 ‘사정 트로이카’로 평가한다. 감사원 구성원들 사이에선 유 사무총장의 독단적 조직 운영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을 자극해 반발을 키우는 유 사무총장의 ‘튀는’ 언행이 궁극적으로는 여권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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