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2181026291&code=910100
BBK 김경준 가족 “편지 공개…보복 당해”
정용인 주간경향 기자 inqbus@kyunghyang.com 입력 : 2012-02-18 10:26:29ㅣ수정 : 2012-02-18 11:23:39
교도소 측 “형평성 문제일 뿐 김씨 측 주장 사실과 달라”… 기자 면회는 불허
2월 10일, 기자는 아침 일찍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유원일 전 의원으로부터 온 전화다. “김경준 어머니와 통화했다. 지난 기사에서 공개한 편지 내용이 문제가 돼 김경준을 의료거실로 옮겨 줄 수 없다는 것이다. 편지 공개로 보복당하고 있다는 것이 김씨와 김씨 가족의 주장이다. 김씨나 김씨 가족이 불안해하고 있다.”
<주간경향>은 ‘BBK 주가조작사건’ 당사자인 김경준씨가 외부로 보낸 편지 4통을 공개했다. 공개한 편지 내용 중 “현 거실에 난방이 없어 난방이 되는 병실로 이동할 것을 교도관들과 논의했다”고 언급한 대목이 있다. 그런데 이 보도 이후에 오히려 김경준씨가 곤란한 입장이 되었다는 주장이다.
사실 김경준씨가 교도소 생활을 어떻게 하는지, 김씨가 BBK사건으로 한국으로 송치된 이후 자신의 사건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그동안 외부로 드러나지 않았다. 김씨는 고지혈증, 당뇨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와 외부의 김씨 가족을 연결시키는 일을 주선해온 유원일 전 의원은 “(나와 김경준 가족이 접견하면서 본) 김씨의 외모는 2007년 한국으로 이송될 때 그 모습이 아니다. 수십 ㎏이 빠졌다. 막상 만나보면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할 정도”라고 말했다.
17대 대선이 끝난 2008년 1월, BBK 주가조작사건 특검에 김경준씨가 조사를 받으러 출두하고 있다.|서성일 기자
지난 2월 9일, 미주 한국일보는 또 다른 김경준의 ‘옥중편지’ 내용을 보도했다. 미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옵셔널벤처스 소송 담당 변호사인 에릭 호니그 변호사가 공개한 김씨의 편지 내용은 김씨가 변호사에게 보내는 편지와 크레디트스위스 은행에 보낸 편지들이 한 달 뒤 아무런 이유 없이 반송됐다는 것. 김씨의 ‘편지 통제’ 의혹 제기와 관련, 법무부는 해명자료를 내고 “김경준이 미국 에릭혼 법률사무소 앞으로 보낸 서신이 올해 1월 사유불명으로 반송되어, 같은 서신을 김경준이 다음날 재발송한 사실은 있지만 김경준은 ‘크레디트스위스 은행’ 앞으로 서신을 발송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지난해 12월 작성한 서신은 천안 신당동 우편취급국에 접수되어 항공편으로 미국으로 발송되었고, 수용자의 서신은 관계규정에 의해 처리되고 있어 김경준이라고 특별히 서신을 발송불허하거나 반송조치를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거실이동 요청·서신통제 진실은
<주간경향>은 유 전 의원이 전한 김씨 가족의 주장 및 김씨의 서신이 통제되고 있는지 여부와 관련해 법무부에 문의했다. 법무부는 2월 10일자로 보낸 ‘취재요청에 대한 답변[주간경향 정용인 기자]’라는 서면 답변에서 “김경준은 의료과장이나 상담간부 면담 과정에서 의료거실 전실을 요청한 사실이 없고, 김경준의 건강상태는 의료거실 안정가료의 필요성이 없다는 의료과장의 소견이 있었다”고 밝혔다.
김경준이 외부에 보내는 서신이 검열 대상인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법무부는 “수용자가 주고받는 서신은 형 집행법 제43조 제3항에 따라 소장은 서신에 금지된 물품이 들어 있는지 확인할 수 있고, 서신의 내용은 검열 받지 않지만 동법 동조 4항 각호에 해당되는 경우 검열이 가능하다”고 답해왔다. 법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서신검열과 관련해서는 일반적 규칙을 적용할 뿐 실제 김경준의 편지가 검열 대상인지는 해당 교도소에서 판단할 뿐 검열 여부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경준이 면담 과정에서 전실을 요청한 적 없다”는 법무부의 해명은 사실과 다르다. 김씨의 편지 내용에서도 전실요청 사실이 언급되어 있었고, 실제 유 전 의원이나 김씨 가족들도 반복해서 의료실 전실을 요청한 바 있다. 천안교도소 관계자는 “확인 결과 김경준이 면담 과정에서 요청한 사실이 있으며, 법무부 대변인실의 답변은 교도소 의료과와 교정본부, 법무부 대변인실 자료작성 과정에서 소통착오로 잘못 기재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편지 공개 때문에 전실이 되지 않았다는 김씨 가족 주장과 관련, 이 관계자는 “의료실 전실 문제는 본인 주장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며, 다른 입소자와 형평성 등을 고려해 의료과장이 결정하는 것”이라며 “공개된 편지 내용 때문에 며칠 시끄러웠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편지 때문에 전실이 취소되었다든가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김씨 거실(독방)이 난방이 안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올해 법무부에서 관련 예산이 내려와서 각 거실마다 난방이 가능하도록 하는 공사를 시작한 상태”라며 “김경준은 2개월에 한 번씩 외부에 나가 처방을 받아 약을 타오고 있으며, 본인이 운동을 열심히 해 비만했던 몸도 정상으로 돌아오는 등 오히려 건강해졌다”고 말했다.
BBK 주가조작사건과 관련, 김씨는 유죄를 선고 받고 복역 중이다. 특검이나 재판에서 결론은 그가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을 주도했고, 당시 투자자였던 이명박 대통령은 피해자라는 것이다. 그런데 BBK 관련 의혹이 다시 떠오르는 것은 그후 미국에서 진행된 재판에서 드러난 석연찮은 관련자들의 행보다. 특히 옵셔널캐피털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해 371억원을 배상해야 하는데도 김씨는 이행하지 않고 스위스 은행계좌에서 140억원을 ㈜다스로 송금했다. 김씨는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
한 가지, 간과하지 말아야 할 사실은 2004년 김씨가 미국에서 붙잡힌 뒤로부터 2007년 한국으로 송환된 뒤 현재에 이르기까지, 재판에 관여한 인사를 제외하곤 그 누구도 김씨로부터 직접 ‘BBK 사건에 대한 김씨의 입장’을 들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
교도소측 김경준씨 면회불허 까닭은?
신명씨 기획입국편지 조작 논란이 계속되는 이유도 그런 까닭이다. 2007년 대선 당시 여·야 정치인이나 기자들이 접촉할 수 있었던 것은 에리카 김이나 이보라씨와 같은 사건에 연루된 가족들이었지 김경준씨가 아니었다. 김씨의 생각이나 주장을 엿볼 수 있는 것은 김씨 변호인들이 공개한 자필편지 등 일부 간접자료뿐이었다. 5년이 지난 지금, 김씨는 BBK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특검 조사를 받으면서 김씨가 기자들에게 외쳤던 “억울하다”는 생각은 지금도 갖고 있을까.
<주간경향>은 천안교도소 측에 김씨 면회를 요청했다. 기결수에 대해, 취재기자 접촉을 제한하는 특별한 조항은 없다. 2월 14일, 천안교도소는 ‘면회불가’라는 결정을 통보했다. 구두로 전해진 천안교도소 측의 면회불가 사유는 “기자의 취재활동이 교정행정의 본질적인 목적인 수용자의 교정·교화, 건전한 국민으로의 사회복귀에 어긋나며, 사실 전달에서 왜곡이 일어난다면 사회에 미칠 파급효과가 클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언론의 김씨 접촉을 교도소 측이 통제하고 있다고 봐도 되겠는지”에 대한 법무부 입장을 물었다. 법무부는 “수용자의 면회는 해당 교도소장의 고유권한이기 때문에 왈가왈부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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