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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 누수부터 세굴현상까지...국토부의 안전성 주장 믿어야 하나
[기고]'모래 위에 세워진 보'
박창근 관동대 교수(토목공학) 입력 2012-02-18 14:55:24 l 수정 2012-02-18 15:55:13
잘못된 방향으로 ‘질풍노도’같이 달려간 4대강 사업의 속도감은 동서고금을 통털어 유래를 찾을 수가 없다. ‘전광석화’로 쉼 없이 진행된 보공사는 부실설계를 바탕으로 한 공사임이 밝혀졌고 이제는 보의 안전성을 걱정해야 할 시점이다. 4대강 사업을 그대로 두면 보가 주저앉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속도를 강조하다 보면 안전은 뒷전일 수밖에 없다.
준공도 안 했는데 누수 발생? 명백한 부실시공의 결과
생명의강 연구단은 4대강에 대한 제4차 일제조사를 2011년 12월∼2012년 1월초에 실시하여 16개의 보 가운데 11개 보에서 누수가 발생하였다고 발표했다. 작년말 국토해양부(이하 국토부)가 발표한 9개의 보에서 누수가 발생하였다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준공도 하기 전에 보에 누수가 발생하였다는 것은 명백한 부실시공의 결과이다. 국토부의 설명처럼 보가 당장 무너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보의 내구성에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콘크리트 구조물에 균열이 간 사이로 물이 스며들면 겨울철에 물이 얼었다 녹는 과정에서 물과 맞닿은 콘크리트가 점차 깨질 위험이 있다. 즉 50년 견딜 보가 20∼30년에 그칠 수 있다.
상류와 하류지역에 세굴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창녕 함안보 ⓒ민중의소리
4대강 사업은 연중무휴 24시간 주야로 말 그대로 살인적인 일정으로 진행되다보니 꼼꼼하게 공사를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더구나 상부기관은 현장에 CCTV까지 설치하여 공사를 독려하지만 현장의 작업인부는 영하 10도 아래로 내려가는 겨울철 밤에 일을 한다는 것은 부실공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생명의강 연구단의 현장조사 결과에 따르면 함안보 직하류에 빠른 물살에 의하여 모래가 세굴되어 대규모 협곡이 발생하였다. 그 규모를 살펴보면 하천방향으로 450m, 하천을 가로지르는 방향으로 100m 면적에 최대 세굴깊이가 21m에 이른다. 커다란 웅덩이가 생긴 셈이다. 세굴이 점차 진행되면 하상보호공이 유실될 수 있고 나아가 보 본체의 안전성에도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모래 위 댐 규모의 보', 국토부의 안전성 주장 믿을 만한가?
국토부가 승인한 <하천설계기준 해설>을 보면, 보 상류에서 하류로 넘어오는 물이 강바닥의 모래를 쓸어 가면 보 본체가 주저앉을 수도 있기 때문에 보 하류지역에 대규모 하상보호공(물받이공)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하상보호공이 낙동강의 8개보 중 적어도 6개 이상의 보에서 유실되거나 보강 중에 있다. 이에 대하여 국토부는 일부 보에서 하상보호공이 유실된 것을 인정하면서도 보 본체의 안전성에 직접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국제기준으로 보면 중·대형댐에 해당하는 댐을 보라고 우기는 것까지는 참을만 했지만, 일관되게(?) 보 기준으로 설계했다는 사실은 말문을 닫게 했다. 보는 하천을 가로지르는 콘크리트 구조물로 높이가 1미터 남짓하다. 그러나 4대강에 설치한 보는 높이가 10m 내외에 이르고 보마다 차이는 있지만 길이가 500m 정도이다. 일반적으로 댐은 강바닥에 있는 모래를 걷어낸 뒤 암반에 짓는데, 4대강 사업의 보는 강바닥 위 모래에 건설하는 설계기준에 따랐다. 즉 댐 규모의 보가 모래 위에 세워진 것이다.
'합천보' 가장 심각. 당장 보강공사 필요해
생명의강 연구단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낙동강에 설치된 8개의 보중 적어도 6개의 보는 구조적으로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다. 특히 강정보, 달성보, 합천보, 함안보는 보의 안전성을 담보하는 하상보호공의 일부가 세굴로 유실된 것으로 파악되었다. 보강공사를 하지 않으면 보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는 뜻이다. 가장 심각하다고 판단되는 보는 합천보이다. 개방행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생명의강 연구단의 출입을 군사작전 하듯 차단하고 있다.
종교계, 학계, 법조계,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4대강 조사위원회’가 지난 2월 13일 출범했다. 4대강 사업 반대에서 4대강사업 평가와 하천복원으로 이행하기 위해서다. 4대강 청문회 대응, 4대강 현장조사, 백서발간, 4대강 복원 등을 위한 사업을 진행하여, 실패한 국책사업인 4대강사업에 대한 관계자들의 책임을 물어야 하고 이것을 역사의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4대강 사업이 잘못되었을 때는 책임을 지겠다던 전직 관계 장관의 공허한 메아리가 겨울철 강가의 매서운 칼바람에 흩어져 사라진다.
낙동강 8개 보의 누수 현상과 세굴현상에 의한 강바닥 침식에 이어, 주변 농경지가 침수되는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사진=지하수로 침수된 경북 고령군 우곡면 객기리 연리들 ⓒ대구환경운동연합
낙동강 사업 20공구인 합천창녕보(합천보)의 담수로 경북 고령군 우곡면 객기리의 ‘연리들’이 현재 지하 1m까지 침수된 상태다. ⓒ대구환경운동연합
박창근 관동대 교수(토목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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