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media/520029.html 

EBS ‘지식채널e-구럼비 편’ 방송 막아
등록 : 2012.02.21 10:56수정 : 2012.02.21 12:10
‘구럼비’

심의위 “공정성 위배” 이유로 방송 불가 판정
“제주 해군기지 내용없는데” 피디들 반발, 회의 소집 

한국교육방송(EBS)이 20일 저녁 방송예정이었던 지식채널이(e) ‘구럼비’ 편을 공정성에 위배된다고 판정해 방송을 하지 않았다. 교육방송 피디협회는 이에 반발해 회의를 소집하는 등 갈등이 커지고 있다.

교육방송 심의위원회(심의위)는 20일 구럼비 편에 대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9호 공정성에 위배된다”며 방송 불가 최종 판정을 내렸다. 해당 프로그램은 지난 17일 완성했으나 심의 결과 방송부적합 결정이 나왔다. 지식채널 김한중 피디는 이에 불복해 특별심의를 요청했으나 심의위는 20일 원안을 확정했다.

구럼비 편은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대한 찬반 입장이 아니라, 구럼비 바위 자체에 대한 정보만 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피디는 21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제주 해군기지에 대한 찬반 논란을 다룬 것이 아니라 구럼비 바위에 대한 지리학, 지질학적 정보가 3분의 2, 나머지는 현재 (구럼비 바위를 부수고 있는) 공사 모습으로 구성했다”고 전했다.

지식채널 김한중 피디 트위터 캡처화면.

김 피디는 “구럼비는 전 세계적으로 희귀한 지형이다. 바위의 폭만 1.2km인데 그게 한 덩어리다. 게다가 바위에서 용천수가 솟아나 국내에서 유일한 바위 습지지대로서 생태학적 보존가치가 무척 높은 곳이다. 2004년 구럼비와 일대 해안은 절대보존지구로 지정까지 됐었다. 구럼비 편에 이런 내용을 담았다”고 말했다.

김 피디는 심의위가 “양쪽의 주장을 객관적으로 언급하지 않아 공정성에 위배된다”고 판단한 것도 반박했다. 그는 “양쪽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한다고 말하려면 양자의 힘이 팽팽해야 하는데 강정마을 주민들은 바위 하나 지키려고 절대 권력에 맞서 맨몸으로 저항하는 사람들이다. 해군과 주민을 똑같이 비중 있게 다루는 게 균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6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장 안 구럼비 바위 해안에서 시공업체가 차량이 드나들 길을 내려고 굴착기 등을 동원해 해안 평탄화 작업을 하고 있다. 고승민(경일대 사진4) 씨 제공

이어 김 피디는 “구럼비 편은 해군기지 건설에 대한 입장을 담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그냥 구럼비 바위에 천착한 프로그램이다. 해군기지 찬반을 떠나 구럼비가 뭔지는 알아야 한다. 그걸 알고 대처하는 것과 모르고 대처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며 구럼비 편에 정치적인 잣대를 적용한 심의위에 유감을 표시했다.

지식채널 이 프로그램이 방송도 되기 전에 심의위가 방송불가 결정을 내려 결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8년 광우병 관련 정보를 담은 ‘17년 후’ 편은 방송이 됐다가 석연찮은 이유로 중단된 뒤 다시 방송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교육방송 지부는 회사에 공식적으로 항의하는 성명을 낼 계획이고 교육방송 피디협회는 21일 오전 긴급회의를 열어 프로그램을 살릴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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