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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미국인 희생자 아버지 "대통령부터 책임지는 모습 보여라"
기자명 애틀랜타=이상연 객원특파원 입력 2022.11.08 12:10
한국 교환학생 왔다 참사 희생 스티븐 블레시씨 아버지 인터뷰
아들 유해 8일(미국 동부시간) 애틀랜타 도착
"이태원 참사 대응, 대통령부터 경찰서장까지 완전히 실패"
“공직자는 자신 아닌 국민 위해 존재…대통령부터 돌아봐야"
"한국 총영사 문자로 조의 전달…위로 전화조차 없었다"
"'10만명 인파에 왜 경찰 137명 밖에 없었나' 질문에 답변 안해"
한국에 교환 학생으로 와 이태원 참사로 희생당한 미국인 대학생 고(故)스티븐 블레시(왼쪽)씨와 아버지 스티브 블레시씨. (사진=스티브 블레시 제공)
10월 29일 서울 이태원에서 일어난 압사 참사로 목숨을 잃은 애틀랜타 대학생 스티븐 블레시씨의 아버지 스티브 블레시씨(52)가 한국 언론 가운데는 최초로 뉴스버스와 인터뷰를 갖고 막내 아들을 잃은 비통함과 한국 정부에 대한 서운함을 토로했다.
아들 스티븐 블레시씨의 유해는 8일(미국 동부시간 기준) 오전 뉴욕 JFK 공항을 통해 애틀랜타 공항으로 송환된다.
블레시씨는 아들의 유해를 마주하기에 앞서 7일 오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내일(미국동부시간 8일)은 내 삶에서 가장 힘든 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블레시씨에 따르면 한양대 교환학생 신분으로 한국에 유학한 고인의 유해는 주한미국대사관이 이송을 책임지고 있다.
그는 아들의 유해를 확인하러 한국에 가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이전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를 상기시키며 “한국 경찰에 대한 실망감 때문에 이상한 행동을 해서 결국 감옥에 가게 될 것 같아서”라고 답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규제가 끝나서 수많은 젊은이들이 핼러윈 밤에 이태원에 모일 것이라는 사실은 3학년 아이들도 알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을 예견하고도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무감각한 대응”이라고 울분을 토로했다.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스티븐 블레시씨와 어머니 마리아. (사진=스티븐 블레시 제공)
사고 이후 한국 정부의 위로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블레시씨는 “사고 이틀 후인 31일 오전 박윤주 애틀랜타총영사가 텍스트(문자메시지)를 통해 조의를 표해왔고, 같은 날 오후 경찰 영사가 ‘도울 일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텍스트(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면서 “하지만 텍스트(문자메시지)만 왔을 뿐 전화 등으로 직접 위로를 전달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블레시씨는 박 총영사 등의 텍스트를 받은 뒤 “왜 10만명이 넘는 인파가 모였는데 경찰관은 137명 밖에 없었는지 묻고 싶다. 당신들은 우리를 실망시켰고, 적절한 (통제 인력) 배치가 있었다면 이번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문자를 보냈다.
블레시씨는 “두 사람은 내가 보낸 질문에는 전혀 답변하지 않았으며, 이후 다시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왜 현장에 군중통제가 없었느냐고 묻고 싶었다"면서 "내 아들을 잃었다는 사실에 화가 나는 한편 이같은 사고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preventable) 일이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블레시씨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경찰서장이 사임하고 여러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한국 대통령부터 공직자로서의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레시씨는 “모든 공직자는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을 위해서(For the people) 존재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망각하면 안된다”면서 “그들(대통령부터 경찰서장까지)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완전히 실패(total failure)했다”고 말했다.
아직도 매일 아침 아들을 잃은 현실과 마주하는 것이 힘들다는 블레시씨는 “아내 마리아도 매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매일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면서 “친구같던 동생을 잃은 스티븐의 1살 위 형(조이)도 집에 와 있는데 매우 상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블레시씨는 “스티븐은 세상의 모든 문화를 사랑하는 아이였으며, 생애 처음으로 가장 멋진 모험을 하기 위해 한국으로 떠났다”면서 “그런 아이가 이렇게 돌아올 줄 어떤 부모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느냐”며 눈물을 삼켰다.
블레시씨 가족. 왼쪽부터 아버지 스티브, 어머니 마리아, 고(故)스티븐, 조이. (사진=스티브 블레시 제공)
“6.25 동맹국인 한국과 한국인은 여전히 아름다워…리더십이 문제”
한국을 어떻게 기억하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블레시씨는 “한국은 여전히 아름다운 나라이며 6.25 전쟁을 통해 미국인들과 맺어진 한국인들은 여전히 친구이고 아름다운 사람들”이라면서 “하지만 한국의 지도자들(leadership)은 자신을 뒤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당초 한국의 일부 언론은 블레시씨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할 것 이라는 보도를 했지만, 블레시씨는 "그런 생각 조차 없다"면서" 지금은 아들의 삶을 기념하고 추모행사를 잘 치르는 것이 가장 급하다"고 덧붙였다.
블레시씨는 “아들의 멋진 삶을 축하(celebrate)하기 위해 12월 중으로 추모 행사(memorial service)를 가질 계획”이라고 인터뷰를 맺었다.
이상연은 1994년 서울 한국일보에 입사해 특별취재부 사회부 경제부 등에서 기자 생활을 했으며 2005년 미국 조지아대학교(UGA)에서 저널리즘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애틀랜타와 미주 한인 사회를 커버하는 애틀랜타 K 미디어 그룹을 설립해 현재 대표 기자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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