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880251


한국형 인태전략 자화자찬... 윤석열 정부 이건 몰랐나

[역사로 보는 오늘의 이슈] 11일 발표된 인도태평양전략의 한계와 의의

22.11.13 16:32l최종 업데이트 22.11.13 16:33l김종성(qqqkim2000)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오후 캄보디아 프놈펜 소카호텔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오후 캄보디아 프놈펜 소카호텔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11일 캄보디아에서 열린 제23차 한-아세안 정상회의 때 윤석열 대통령이 '인도태평양전략'을 발표했다.


이번 발표를 두고 '중국 견제에 방점이 찍힌 미국의 인태 전략에 보폭을 맞추는 측면이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한편, 기존의 인태전략과 차별성을 갖는다고도 홍보되고 있다. 군사 안보보다는 경제에 치중하고 중국 견제보다는 아세안 중시에 방점이 찍힌 전략이라는 것이다.


이날 한·아세안 정상회의 모두발언 때 윤 대통령은 "개방적이고 공정한 경제질서를 통해 번영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을 만들어갈 것"이라며 "공급망의 회복력을 높임으로써 경제 안보를 강화하고 협력적·포용적 경제·기술 생태계를 조성해서 공동 번영을 달성해 나가고자 한다"라고 언급했다.


또한 12일자 <중앙일보>에 따르며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국의 인태전략은 미·중 경쟁의 연장선상에서 특정국을 배제하거나 고립시키는 대결 구도와는 무관하게, 핵심적이고 전략적 요충지인 인태 지역 내의 협력과 공존을 도모하기 위한 비전"이라고 소개했다. 


이같은 우리 정부의 인태전략은 과연 '독자적'이라고 언급할 만큼 기존 미·일의 인태전략과 차별화된 특징을 갖고 있을까.


인도·태평양 개념 만든 일본의 목적도 결국 '경제'


인도태평양전략은 지금은 미국의 세계전략이 돼 있지만, 이를 창안해 미국에 제의한 쪽은 아베 신조 내각이다. 2016년 8월 아베 신조 총리가 아프리카개발회의(TICAD)에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개념을 천명했고, 이에 따른 세계전략이 2017년 11월 미일정상회담 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안됐다.


아베 내각이 인태전략을 구상한 일차적 목적은 중국에 대한 군사적 압박이 아니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인태전략을 군사적 압박용으로 활용했지만, 아베 내각이 우선적으로 고려한 것은 경제적 이익의 수호였다.


해상굴기로 표현되는 중국의 해양정책이 팽창될 경우에 인도양과 태평양에 걸쳐진 일본의 중동 원유 수송로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게 아베 내각의 우려였다. 아베판 인태전략은 미국과의 공조를 통해 중국의 영향력 팽창을 억제함으로써 그런 위험성을 줄이겠다는 것이었다.


윤 대통령이 캄보디아에서 경제를 강조한 것처럼, 아베 역시 경제 안보의 관점에서 인태전략에 접근했다. 경제를 중시한다는 면에서는 한국판이나 일본판이나 다를 바 없다. 대통령실 브리핑에 사용된 '우리의 독자적인 인도태평양전략'이란 표현은 과장됐다고 할 수 있다.


모두연설에서 윤 대통령은 "아세안을 비롯한 주요국과의 연대와 협력을 통해 '자유롭고 평화로우며 번영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을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라면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과의 협력 필요성을 이렇게 강조했다.


"아세안은 한국의 인도태평양전략을 추진해 나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협력 파트너입니다. 아세안 중심성과 인도태평양에 대한 아세안의 관점을 확고하게 지지하면서 아세안과의 협력을 심화·발전시켜 나가겠습니다."


'아세안 중심성'을 한국판 인태전략의 핵심으로 삼겠다는 언급이다. 한국판 인태전략이 중국을 견제하기보다는 동남아와의 협력에 방점을 두는 듯한 느낌을 줄 수 있는 발언이다. 이 때문에 한국판이 미국판과 다르다는 인상을 가질 수도 있다.


대통령실 브리핑에서도 윤 대통령의 아세안 언급을 비중 있게 소개하면서 "윤 대통령은 이러한 우리 인태전략의 비전과 원칙을 바탕으로 핵심 파트너인 아세안에 특화된 협력을 추진하기 위해 한·아세안 연대 구상도 제시했다"라고 말했다.


미국도 '아세안 중시'

 

지난 2월 백악관이 발행한 '합중국 인도태평양전략(Indo-Pacfic Strategy of the United States)' 보고서 10쪽.

▲  지난 2월 백악관이 발행한 '합중국 인도태평양전략(Indo-Pacfic Strategy of the United States)' 보고서 10쪽. ⓒ 백악관

 

그런데 '아세안 중시'는 미국판 인태전략에서도 강조되는 관점이다. 미국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기 전부터 아세안이 인태전략에서 긴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2월 백악관이 발행한 '합중국 인도태평양전략(Indo-Pacfic Strategy of the United States)' 보고서에서도 아세안을 중시하는 미국의 관점을 확인할 수 있다. 보고서는 "아시아가 있어야 우리나라가 안전할 수 있다"라는 판단에 따라 미국이 아시아와 유대를 강화해온 사실을 언급하면서 "미국이 이 지역 최고의 조직, 특히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을 지원함에 따라 이런 유대는 확대됐다"라고 말한다.


이동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는 태평양을 걷어내면, 미국은 북한·중국·러시아 등을 가까이에 두게 된다. 이 나라들의 위협으로부터 자국을 지키자면 동남아 국가들과 연대하는 것이 미국 입장에서는 긴요하다. "아시아가 있어야 우리나라가 안전할 수 있다"라는 표현은 그 같은 지정학적 필요성과 무관하지 않다.


백악관 보고서는 아시아가 미국 안보에 그처럼 중요하다고 하면서 "이 지역 최고의 조직"이 아세안이라고 평가했다. 또 "합중국은 동남아시아를 이끄는 강력하고 독립적인 아세안을 또한 환영한다"라고 했다. 아세안이 이 지역의 중추적이고 중심적인 기관이라고 평가한 것이다. 


그런 뒤, 아세안이 미국 인태전략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고서 10쪽에서 보여줬다. '인도태평양전략의 요소(Indo-Pacific Strategy Elements)'라는 제목 하에 '전략적 수단(Strategic means)' 항목에서 "강화된 아세안"을 예시했다. 아세안의 힘을 길러주고 이곳과의 유대를 강화하는 것이 인태전략의 핵심적인 전략적 수단이라고 평가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5개월 걸려서 만들어낸 한국판 인태전략이 한국의 독자성을 담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윤 정부가 강조한 이 전략의 특징들은 미·일의 인태전략에 이미 들어 있는 것들이다. 트럼프나 바이든의 인태전략은 물론이고 아베 신조의 인태전략에서도 이미 언급된 내용들이다.

    

한국판 인태전략의 의의

     

이번에 공개된 한국판 인태전략이 가진 나름의 의의가 있다면 미국 인태전략의 취약점을 보충해준다는 점이다. 미국은 인태전략을 위해 아세안과 협력하고자 하지만, 동남아 국가들의 뜨뜻미지근한 태도로 인해 별 진척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아세안 국가들은 중국의 팽창을 우려해 미·일 인태전략에 동조하는 듯하면서도 확실하게 발을 들여놓지 않고 있다. 중국만큼이나 미·일 역시 경계하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의 경우에는, 인태전략에 가담하면서도 미·일에 종속될 가능성을 막고자 자국 인태전략의 핵심 요소로 '내정불간섭'을 표방했다. 정말로 독자적인 인태전략이 있다면, 미·일과 중국 어느 쪽에도 휘둘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동남아 국가들의 인태전략이 바로 그렇다고 할 수 있다.


미·일 인태전략의 아세안 침투가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동남아와의 경제적 유대를 활용해 '아세안을 중시하는 한국판 인태전략'을 표방했다. 미·일에 경도된 현 정부의 외교 기조를 고려하면, 아세안을 인태전략에 적극 끌어들인다는 한국판 전략은 미국의 취약점을 보조해주는 측면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동남아 국가들은 중국과 미·일은 견제해도 한국은 크게 견제하지 않는다. 이런 아세안의 정서를 활용해 인태전략을 이 지역에 확산시키려는 의도가 한국판에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한국판 인태전략은 결국 미국판 인태전략의 보조적 위치에 머물 수밖에 없게 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오후(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쯔노이짱바 국제 컨벤션센터에서 '아세안+3' 의장국인 캄보디아 정상 주최 갈라 만찬에 참석,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 아세안+3" 갈라만찬에서 만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오후(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쯔노이짱바 국제 컨벤션센터에서 '아세안+3' 의장국인 캄보디아 정상 주최 갈라 만찬에 참석,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 대통령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인태전략을 본격 추진했다. 이에 관한 실무를 담당한 부서도 외교부 북미국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런 점들은 한국판 인태전략이 미국판 인태전략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는 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할 수 있다. 이번에 발표된 내용도 미국판과 크게 다르지 않으니, 한국의 독자적인 인태전략이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사실 인도태평양전략에 가담한다는 것 자체가 반(反)중국적이다. 중국을 포위하고 견제하는 이 전략에 가담하면서 반중국이 아니라는 인상을 풍기기는 쉽지 않다. 한국은 이미 명확하게 인태전략에 발을 담근 상태다. 이런 상태에서 미·일 인태전략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인태전략을 공식 발표했으니, 향후 중국의 반격에 대비하는 일이 시급하게 됐다고 할 수 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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