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www.newsverse.kr/news/articleView.html?idxno=2591


바이든 팔짱 김건희…외교·문화 무지 초유의 외교 결례

기자명 애틀랜타=이상연 객원특파원   입력 2022.11.14 13:04  

 

팔짱끼고 사진 촬영…정상 외교서 있을 수 없는 일

미국 '팔짱' 예절 철저...다른 사람 배우자엔 절대 안돼

한국 언론 "바이든과 친분 표시"설명…美 문화 무지 탓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12일 오후 캄보디아 프놈펜 쯔노이짱바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캄보디아 정상 주최 갈라 만찬에 참석해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팔짱을 끼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뉴스1)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12일 오후 캄보디아 프놈펜 쯔노이짱바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캄보디아 정상 주최 갈라 만찬에 참석해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팔짱을 끼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 9월 애틀랜타를 방문한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지역 한인들과 기념촬영을 하던 도중 여성 몇명이 이 전 총리의 팔짱을 끼고 포즈를 취했다. 이 전 총리는 팔을 조심스럽게 관리하며 촬영에 임했지만 굳은 표정은 감출 수 없었다.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들도 이처럼 팔짱 예절을 잘 몰라 실수를 하는 경우가 많다. 우선 미국에서는 절대 여성이 먼저 남성의 팔을 잡지 않는다. 일간 시카고 트리뷴의 매너 전문 칼럼니스트 쥬디스 마틴에 따르면 여성이 먼저 남성의 팔을 잡을 수 있는 경우는 '미끄러져서 엉덩이가 부러질 위험에 처했을 때' 뿐이다.


데이트를 하거나 결혼식 들러리를 할 때도 언제나 먼저 남성이 자신의 팔을 제공하고, 여성은 이 팔을 조심스럽게 자신의 손으로 잡는다. 연인이나 부부가 아닌 경우 여성이 몸을 밀착시키거나 남성이 팔꿈치를 여성에게 내밀면 큰 실례가 된다.


또한 같은 여성끼리 팔짱을 끼고 다니는 경우 역시 흔하지 않으며, 더구나 다른 사람의 배우자 팔짱을 끼는 건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다.


미국에선 남녀가 팔짱을 끼고 등장하면 곧 연인임을 선언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최근 미국 리얼리티쇼 출연자 가운데 부인과 이혼을 선언한 뉴욕 부호가 곧바로 젊은 여성과 팔짱을 끼고 고급 레스토랑에 나타나자 언론들은 "새로운 애인이 생겼다"고 보도했다. 물론 친한 여성끼리 팔짱을 끼는 일이 일상화한 한국 문화에서도 다른 이성의 팔짱을 끼는 것은 오해를 부르기 쉬운 행동이다. 


김건희 여사가 5월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친 뒤 박근혜 전 대통령을 환송하기 위해 박 전 대통령의 팔짱을 낀 채 계단을 걸어내려오고 있다. (사진=뉴스1)

김건희 여사가 5월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친 뒤 박근혜 전 대통령을 환송하기 위해 박 전 대통령의 팔짱을 낀 채 계단을 걸어내려오고 있다. (사진=뉴스1)


그런데 이런 있을 수 없는 일이 12일 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리는 캄보디아의 한미 정상 만남에서 실제로 일어났다.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의 왼쪽 팔에 팔짱을 끼고 상체를 밀착한 채 사진을 찍은 것이다.


한국 언론들은 "바이든 대통령과의 친분을 보여주는 모습"이라고 설명했지만, 미국에서는 아무리 친분이 있어도 기혼 여성이 다른 남성의 팔짱을 끼지 않는다.


게다가 바이든 대통령이 팔을 먼저 제공하지도 않았는데, 사진을 찍기 위해 김 여사가 먼저 팔짱을 꼈다면 더욱 큰 일이다. 친분이 있는 남녀가 만났을 때 서로 가볍게 포옹(hug)을 하는 정도이지 연인이나 부부가 아니면서 팔짱을 낀다는 것은 일반인 사이에서도 사실상 금지된 행동이다. 


미국에선 정상 외교의 한복판에서 이러한 일이 일어났다는 점에 더 납득을 못하는 것 같다. 여러 정상이 모이면 대통령은 대통령끼리, 대통령 부인은 부인끼리 모여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정상이다. 양국의 정상이 부부 동반으로 사진을 찍을 때도 자리 배치와 각도까지 계산하는 것이 정상 외교이다. 김 여사는 아마 스스럼없이 팔짱을 끼는 한국 문화를 자연스럽게 국제 무대에서 선보인 것 같은데, 상대국 문화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는 행동이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12일 오후 캄보디아 프놈펜 쯔노이짱바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캄보디아 정상 주최 갈라 만찬에 참석해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뉴스1 /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12일 오후 캄보디아 프놈펜 쯔노이짱바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캄보디아 정상 주최 갈라 만찬에 참석해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뉴스1 / 대통령실)


특히 정상 외교의 자리를 개인적인 친분 과시의 장으로 삼은 것 자체가 무지의 소산이다. 정상 외교에서 모든 국가 수반은 동등한 위치에 서 있다. 강대국과 약소국이 구분되기는 하지만 약소국 정상이라고 해서 강대국 정상에게 열등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지난번 유엔총회의 '바이든 비하' 소동을 '애교'로 덮으려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 애교가 외교를 대체할 수는 없는 법이다. 


이상연은 1994년 서울 한국일보에 입사해 특별취재부 사회부 경제부 등에서 기자 생활을 했으며 2005년 미국 조지아대학교(UGA)에서 저널리즘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애틀랜타와 미주 한인 사회를 커버하는 애틀랜타 K 미디어 그룹을 설립해 현재 대표 기자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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