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에 위협"...4대강 사업 막아서는 이유는?
김부겸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현장조사..."배 뒤집는다" 협박까지
12.02.23 15:45 ㅣ최종 업데이트 12.02.23 21:38  최지용 (endofwinter)

[최종신: 23일 오후 9시 35분]


▲ 김부겸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이 당한 봉변 ⓒ 에코체널  

해직언론인들이 만드는 <뉴스타파>는 지난주 4대강 사업 현장에서 폭력적으로 취재를 막는 시공사와 한국수자원공사의 모습을 보도했다. 4대강 사업 취재에서 크고 작은 마찰이 일어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길을 막고 미행을 하는 건 너무나 당연했고, 욕설도 적잖이 들어야 했으며 가끔은 몸싸움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은 공사가 거의 다 완료됐다는 최근에도 마찬가지다. 한국수자원공사의 지휘를 받아 취재진과 조사단을 막아서는 건설업체 직원들은 안하무인격으로 보에 접근을 막는다. 그것은 현직 국회의원이자 야당의 지도부도 피할 수 없는 수난이었다.
 
최근 자신의 지역구를 벗어나 야당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대구 출마를 선언한 김부겸(54, 경기 군포)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그는 23일 오전 같은 당에서 대구에 출마하는 후보들과 달성보를 찾았다. <뉴스타파>가 보 내부시설에서 누수를 고발했던 현장이다.
 
수자원공사는 "방수 보강공사를 마무리해 더 이상 누수는 없다"고 할 뿐 아직까지 현장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또 경남 함안보에서 발생한 강바닥 세굴 현상이 이곳에서도 일어났을 거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곳이다.
 
바로 그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김 최고위원은 다른 후보들이 관리사무소에서 브리핑을 받는 동안 전문가들과 보트에 올랐다. 일종의 게릴라 작전이다. 보트는 하류에서 출발해 보를 향해 올라갔다. 그러자 <뉴스타파> 취재팀을 막아섰던 건설업체 예인선이 이번에도 보트를 막아섰다.
 
이들은 지난 방송에서 많은 비난을 받았지만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과격한 행동으로 김 최고위원 일행을 막았다. 욕설과 폭력을 행사하려는 위협은 끊이지 않았고 심지어 몸집이 큰 예인선으로 보트를 들이받기까지 했다.
 
"실체적 진실 같이 확인하자"


겨우 수심 측량을 마친 김 최고위원은 뭍으로 나와 "목숨에 위협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그동안이야 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를 들킬까 막았다 해도 일반에게 공개행사까지 한 마당에 또다시 극성스럽게 막아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동안은 보에서 발생한 누수현상이 보도되는 것을 막기 위해 그랬을 것이다. 이제는 보의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강바닥 세굴 현상을 감추려고 한다. 낙동강의 대부분의 보에서는 지난 연말부터 세굴을 막기 위한 하상보호공 보강 공사가 진행됐다.
 
그럼에도 함안보에서 가장 먼저 엄청난 세굴 현상이 포착됐다. 깊이가 20미터 넘는 협곡이 강바닥에 생긴 것이다. 이날 김 최고위원이 달성보에서 실시한 조사에서도 마찬가지로 세굴 현상이 목격됐다.
 
이러한 강바닥 침식 현상은 하류 부근에서 점점 보를 향해 올라오며 진행된다. 결국 보 아래 설치된 하상보호공을 넘어서면 보를 지탱하는 지반까지 위험해 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낙동강 모든 보에서 일어나고 있을 거라 예측한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또다시 대규모 공사가 필요하다. 현재 50미터에서 100미터 정도 설치된 하상보호공을 수백 미터까지 늘려야 한다. 그러면 또 다시 막대한 공사비용과 수질오염을 염려할 수밖에 없다. 물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변화시킨 대가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4대강 사업에 제기된 각종 우려와 의혹들을 해소하겠다며 민관합동조사단을 꾸렸지만 그 또한 사업 찬성인사 일색으로 채워졌다. 합동조사라면 당연히 그동안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한 반대 진영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이들의 의혹제기가 정말 의혹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현실로 드러나는 상황에 왔기 때문이다.
 
김 최고위원과 보트를 타고 수심 측정에 나섰던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정부에게 다시 한 번 간곡하게 합동조사를 요청했다.
 
"우리가 간다고 없었던 모래가 갑자기 몰려와 쌓이지 않는다. 우리가 가면 보에 없던 균열이 생기는 게 아니다. 물이 안 샜는데 우리가 간다고 물이 갑자기 새는 건가? 아니다. 실체적 진실은 있는 거고 그걸 같이 확인하면 된다. 그래야 국민들이 정부의 말을 믿을 있지 않겠나."
 
정부조사단은 오는 27일부터, 박 교수가 이끄는 '생명의 강 연구단'은 오는 3월 1일부터 4대강 사업 현장 전수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1신: 23일 오후 3시 45분]
'내부누수' 4대강 달성보, 바닥까지 파였다

보 시설물인 소수력발전소 내부에서 누수가 발생해 부실공사 의혹이 제기된 4대강 사업 낙동강 구간 달성보에서 이번에는 대규모 세굴 현상이 포착됐다. 달성보는 심각한 세굴현상으로 보의 안전성 문제가 지적됐던 경남 함안보와 마찬가지로 강바닥이 깊게 파이는 세굴 현상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런 현상은 낙동강 대부분의 보에서 예상돼 안전성 문제를 놓고 큰 논란이 예상된다.
 
23일 오전 김부겸 최고의원을 비롯한 민주통합당 대구 지역 총선 후보들은 '생명의 강 연구단'과 달성보 하류 부근의 수심 측정을 마치고 "보 하류부에 깊이 최대 10미터, 폭 150미터, 길이 300미터 가량의 강바닥이 파였다"고 발표했다.
 
강바닥이 20미터 이상 파인 것으로 확인된 함안보보다는 작은 규모지만 최근 세굴현상을 막기 위한 하상보호공 공사가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세굴된 규모는 함안보와 비슷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달성보에서는 지난 연말부터 올 1월까지 보 바로 아래쪽에 설치된 하상보호공을 보강하는 공사를 실시했고 하류 쪽 강바닥 침식을 메우기 위해 다량의 모래를 쏟아 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상보호공은 강바닥이 보에서 쏟아진 물의 힘으로 침식(세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콘크리트나 돌망태를 바닥에 까는 것을 말한다.
 
이날 조사는 보트를 타고 수면 위에서 수심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보 바로 아래쪽으로부터 하류로 내려가며 약 10초 단위로 수심을 측정해 바닥의 높이를 예측하는 것이다. '생명의 강 연구단'은 총 200여 곳에서 이 같은 방식으로 측정했고 수심이 가장 깊은 곳은 16미터에 이르렀다. 일대의 평균 수심이 6미터 가량으로 확인됨에 따라 조사단은 최대 10미터 가량 강바닥이 파인 것으로 내다봤다.
 
"낙동강 보 전부 세굴 현상 있다고 봐야"

▲ 23일 김부겸 최고위원과 민주통합당 대구 지역 출마 후보자들이 대구 달성군 달성보에서 조사를 마친 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최지용

조사에 참여한 박창근 관동대 교수는 "함안보에 이어 달성보에서도 세굴 현상이 발견된 것은 낙동강 8개 모든 보에서 같은 현상을 의심해 봐야 한다는 것"이라 지적했다. 그는 "특히 하상보호공 공사를 벌인 낙단보, 구미보, 합천보 등은 똑같은 세굴 현상이 발생했다고 봐야 한다"며 "세굴이 보 방향으로 전진해 오면 모래 위에 세워진 보가 내려앉을 수도 있다"고 적했다.
 
박 교수는 최근 이러한 문제를 점검하겠다고 구성된 정부의 민관합동조사단과 관련해 "찬성과 반대의 입장을 가졌다고 해서 사실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같이 간다고 해서 없던 모래가 쌓이고, 보에 없던 균열이 가지는 않는다"며 "우리와 함께 조사하면 더 많은 의혹을 풀 수 있다"고 정부에 공동조사를 제안했다.
 
오는 27일부터 4대강 사업 점검에 나서는 민관합동조사단은 대부분 사업에 찬성하는 인사들로 구성돼 논란이 됐었다.
 
최병습 수공 경북권물관리센터장은 이날 제기된 세굴현상이 보의 안전성을 위협한다는 지적과 관련해 "자연이 바뀐 환경에 적응하는 기간"이라며 "자연이 있던 그대로 돌아가려는 성질이 있어 어디는 파이기도 하고 어디는 다시 쌓이기도 하는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사단의 발표에 대해 "우리와 같이 충분히 조사할 수 있는데 앞에서는 공식 방문처럼 와놓고 뒤에서 마치 게릴라 작전하듯이 배를 띄우고 조사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날 시공사 측이 조사를 막는 과정에서 김부겸 최고위원이 탄 보트를 예인선으로 들이박고 갈고리를 이용해 배를 끌어내리려 해 마찰이 일기도 했다.
 
한편, 지난 17일 <뉴스타파>를 통해 알려진 내부시설(소수력발전소) 누수와 관련해 달성보 시공사와 한국수자원공사(수공) 측은 이날 현장 공개를 거부했다. 민주통합당 후보들과 취재진들이 거듭 공개를 요구했지만 수공 측은 "뉴스타파가 공개해 달라는 요청을 해 와 일 주일 정도 검토한 후 공개할 것"이라며 "그 전에는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소수력발전소의 현재 상태와 일 주일 후 상태가 차이가 없다면 이날 공개하라는 요청이 거듭됐지만 수공 측은 끝내 거부했다. 또 누수 방지 공사를 한 시점을 묻는 질문에도 입을 다물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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