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989312

 

이선균 죽음 책임 유튜브에 돌린 '조선일보', 안 부끄럽나
누리꾼들 '마약 수사가 아니라 마녀사냥 했다' 분노... <조선> 향해 '내로남불' 비판
23.12.28 09:52 l 최종 업데이트 23.12.28 14:16 l 임병도(impeter)
 
[기사수정 : 12월 28일 오후 2시 8분]
 
12월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1호에 배우 고(故) 이선균의 빈소가 마련되어 있다.
▲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선균씨의 빈소 12월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1호에 배우 고(故) 이선균의 빈소가 마련되어 있다. ⓒ 연합뉴스
 
배우 이선균씨가 우리 곁을 떠났다. 그가 출연한 영화 <기생충>은 제72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차지하는 등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작품이었다. 이씨는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2007), <파스타>(2010), <나의 아저씨>(2018) 등을 통해 특유의 저음 목소리와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여 국내 팬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던 배우였다. 
 
천만배우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사실에 팬들은 물론이고 대한민국 국민들 대다수가 놀랐다. 누리꾼들은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 하는 동시에 경찰과 언론, 정치권 때문이라며 분노하고 있다. 
 
이선균의 죽음에도 변하지 않는 언론 
 
 배우 고(故) 이선균 관련 조선일보 보도
▲   배우 고(故) 이선균 관련 조선일보 보도 ⓒ 임병도
 
이선균씨가 사망한 뒤에도 일부 언론은 그에게 '마약 투약 혐의'라는 프레임을 씌웠다. 이미 '음성'이라는 결과가 나왔지만 배우 이선균에게 찍힌 낙인은 결코 지워지지 않았다. 
 
이에 반해 외신들은 배우 이선균씨를 '오스카상 출연작 배우', '기생충 스타'라며 그의 업적을 기렸다. 블로거 김정호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언론들은) 팩트를 담았다고 강변할지 모르겠는데 외국 언론이 헤드라인에 그런 표현을 왜 쓰지 않았는지 생각해보기 바란다"면서 "데스킹을 못 하는 것인지/안 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는 글을 남겼다. 
 
<조선일보>는 이선균씨가 수사를 받을 때는 물론이고 그가 사망했을 때도 수십 건의 기사를 쏟아낸 언론사 중 하나다. '정론 직필'을 강조하는 메이저 언론이지만 기사 제목은 그 어떤 매체보다 자극적이었다. 
 
'이선균도 "마약인 줄 몰랐다"... 연예인들은 왜?'란 기사의 경우, 제목만 보면 이씨가 마약을 투약하고도 마치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듯한 뉘앙스로 읽힐 여지가 적지 않다. 이뿐만이 아니다. <조선일보>는 '이선균 사실상 마약인정→지드래곤 내일 자진출석... 핵심 쟁점은>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놓기도 했다. 
 
이씨가 숨진 다음날인 28일, <조선일보>는 '유튜브·일부 언론도 이선균 '마녀 사냥''을 통해 "경찰 수사를 받던 배우 이선균(48)씨가 27일 극단적 선택에까지 이르게 된 배경에는 유튜브나 일부 언론의 자극적인 보도와 소셜미디어·인터넷 게시판에 무분별하게 퍼진 미확인 정보들이 있었다"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누리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일부 누리꾼들은 <조선일보>의 태도를 가리켜 '내로남불'이라고 지적했지만 오히려 '나는 옳고 다른 이는 그르다'는 '아시타비'(我是他非)에 가깝다. 
 
<슬로우뉴스>에 따르면 지난 석 달 동안 이선균 마약 투약 혐의와 관련된 보도는 2872건이었다. 이정환 슬로우뉴스 대표는 "소변 검사, 모발 검사에서도 마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은 배우가 경찰과 언론에 의해 난도질 당했다"며 "그들에게는 이럴 권리가 없다"고 지적했다(관련기사 : 경찰은 흘리고 언론은 받아쓰고...이선균은 희생자다 https://omn.kr/26vvb). 
 
배우 이선균의 죽음은 정치적, 사회적 타살 
 
배우 이선균씨가 숨진 27일, 그의 차량이 있는 서울 성북구의 한 길가에서 경찰이 출입금지 폴리스라인을 치고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  배우 이선균씨가 숨진 27일, 그의 차량이 있는 서울 성북구의 한 길가에서 경찰이 출입금지 폴리스라인을 치고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 복건우
 
인천경찰청은 이선균씨의 사망 이후 "모든 조사는 피의자(이선균)의 동의를 받아 진행됐다"면서 "경찰의 강압 수사나 무리한 수사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강압 수사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법률전문가들은 내사 단계에서 이씨의 실명이 언론에 흘러나온 것은 굉장히 이례적이라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아울러 누리꾼들은 이태원 참사 당시 제기됐던 마약 단속처럼 윤석열 정부의 무리수도 원인으로 꼽기도 했다. 또 배우 이선균씨의 수사와 전 수원지검 이정섭 차장 검사 처남의 마약 수사를 비교하며 편파 수사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이 검사 처남의 부인 강미정씨는 "112에 남편의 마약 투약을 신고했지만 경찰이 석 달이 지나서야 소변과 모발을 채취했다"면서 이정섭 검사의 개입으로 수사가 무마됐다고 주장했다. 강씨는 남편의 마약 투약 혐의 고발과 함께 제출한 증거도 일부 사라졌다고 밝혔다. 
 
배우 이선균의 죽음이 더 슬프고 안타깝다
 
"아니, 자살이라는 거는, 수사과정의 자살은 수사하는 사람들이 좀 쎄게 추궁하고 증거 수집도 막 열심히 하고 이러니까, '아~ 이게 지금 수사 진행되는 거 말고도 또 내가 무슨 뭐 걸릴 게 있나' 하는 불안감에 초조하고 이러다가 그런 극단적인 선택도 하는 것입니다." - 윤석열 대선 후보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로 유세에 나선 자리에서 수사 중 피의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은 '쎄게 추궁'으로 인한 '불안감'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쎄게 추궁'이라는 수사 강도는 어느 정도일까? 피의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정도라면 보통 사람은 견디기 힘들 정도라고만 짐작할 수 있다. 
 
배우 이선균씨의 죽음에 누리꾼들은 '마약 수사가 아니라 마녀 사냥을 했다'며 분노하고 있다. 그들이 분개하는 이유는 경찰의 강압수사와 언론의 받아쓰기 관행, 정부의 무리한 밀어붙이기 등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런 문제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런 식의 정치적, 사회적 타살은 또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배우 이선균씨의 죽음이 더 슬프고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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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잡습니다]
기사 내용 중 "이선균씨를 비롯한 연예계 마약수사를 맡았던 오승진 인천경찰청 형사과장도 승진 대상에 올랐다"란 내용은 사실과 달라 수정했습니다. 인천경찰청은 "오승진 형사과장은 마약수사 담당 과장이 아니다"라고 알려왔습니다.
 
덧붙이는 글 |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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