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계엄 해버릴까”…윤, 무리한 선포 대체 왜 했나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563
‘김건희 특검 방어 목적’ 절반의 진실
진짜 원인은 사려깊지 않고 즉흥적인 성격
무자격자 끌어내려 나라 구해야 할 때
성한용 기자 수정 2024-12-05 15:25 등록 2024-12-05 14:25
 
윤석열 대통령이 12월3일 밤 긴급 대국민 담화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윤석열 대통령이 12월3일 밤 긴급 대국민 담화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2016년 10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추락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임기 내 개헌을 제안했습니다. 11월에는 자신의 진퇴 문제를 국회에 맡기겠다고도 했습니다. 어떻게든 탄핵을 피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래도 결국 탄핵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8년 뒤인 지금, 윤석열 대통령도 탄핵 위기에 몰리고 있습니다. ‘윤석열의 탄핵’은 ‘박근혜의 탄핵’과 정반대 경로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탄핵을 피하려고 애쓴 박근혜 대통령과 달리 윤석열 대통령은 스스로 탄핵의 강으로 풍덩 뛰어들었습니다.
 
12월3일 밤 비상계엄 선포 전까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여론은 압도적이지 않았습니다. 일반 국민 사이에 박근혜 대통령 탄핵 피로감이 채 풀리지 않았고, 이재명 대표에 대한 거부감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민주당도 그래서 조심스러웠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느닷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해 사실상 탄핵을 ‘자청’했습니다. 비상계엄 이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 여론은 급속히 치솟았습니다.
 
뉴스토마토가 5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이 ‘내란죄에 해당하는 반헌법적 쿠데타’라는 답변이 75.2%, ‘대통령의 합법적 고유권한 행사’라는 답변이 20.0%였습니다.
 
대통령 탄핵 여부에 대해서는 ‘하야·탄핵으로 대통령 직무 즉각 정지해야’가 72.9%,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헌정 중단 사태 막아야’가 24.2%였습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누리집 참고)
 
이제 국민의 관심은 오는 7일 저녁 7시께로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 여부로 쏠리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탄핵 반대를 결정했지만, 과연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라는 국민의 요구를 끝까지 거역할 수 있을까요?
 
국민의힘 의원들이 탄핵소추 투표에 불참하거나 반대표를 던진다면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국민의힘도 민심의 성난 파도에 침몰하게 될 것입니다.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 그리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금 이재명 대표의 대통령 당선을 막는 것보다 윤석열 대통령을 신속히 끌어내려 대한민국을 구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는 사실을 인정하시기 바랍니다. 순리에 따르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여러분. 비상계엄 선포 이틀이 지났지만 가장 중요한 한 가지 의문이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도대체 왜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일까요?
 
절대적인 여소야대 상황에서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해도 국회가 해제를 의결하면 계엄을 해제해야 합니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윤석열 대통령이 무리하게 비상계엄을 선포한 ‘진짜’ 이유가 무엇일까요? 정말 궁금합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2월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2월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지금까지 나온 것 가운데 가장 유력한 설명은 오는 10일로 예정된 국회의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의결을 막기 위한 ‘김건희 방탄용’이라는 분석입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함께 작성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본인과 가족의 불법에 대한 국민과 국회의 진상 조사 및 특검 수사가 임박하자 이를 회피할 목적으로 위헌·위법의 계엄령을 발령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그럴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아니라고 하겠지만, 윤석열 대통령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 자신과 김건희 여사가 감옥에 가지 않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설명은 너무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라는 약점이 있습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역대 모든 대통령은 누구나 자신과 가족의 안위를 걱정했습니다. 대통령도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국회와 정당의 활동을 금하지는 않았습니다. 군 병력을 국회에 투입해 유리창을 깨고 들어가서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들을 체포하려고 시도하지도 않았습니다.
 
이럴 때는 직관적이고 감성적인 설명이 더 진실에 가까울 수 있습니다. 인간의 내면 심리와 행동의 동기는 그리 이성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12월4일 오후 한동훈 대표와 국민의힘 중진들을 만났을 때 윤석열 대통령은 “민주당의 폭주를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서”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야당의 잘못을 드러내기 위해 대통령의 정치적 목숨을 걸었다는 설명입니다.
 
오히려 이게 진실일 수 있습니다. 12월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담화문을 다시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지금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되었고, 입법 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습니다.”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
 
“지금까지 패악질을 일삼은 만국의 원흉 반국가 세력을 반드시 척결하겠습니다.”
 
이런 강렬한 표현은 도저히 누가 써줄 수 없는 내용들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진정성을 담아 한 글자 한 글자 직접 작성했을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진심’이라고 봐야 합니다. 좀 무섭지 않습니까?
 
12월5일치 신문에 윤석열 대통령의 특이한 ‘성격’에서 원인을 찾은 기사들이 실렸습니다. 중앙일보 5면 허진·박태인 기자가 쓴 기사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윤 대통령 특유의 즉흥적 성격이 화를 부른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최근 들어 ‘양극화 타개’를 집중적으로 강조해온 윤 대통령은 계엄령 선포 전날 참모들에게 내수·소비 진작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주문했다. 그러다 느닷없이 계엄령을 꺼내든 것이다. 윤 대통령은 2021년 7월30일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가 서울에 없던 때 ‘이준석 패싱’ 논란을 일으키며 전격 입당한 이후부터 ‘중요한 결정을 즉흥적으로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여권 고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평소에도 ‘확 계엄 해 버릴까’ 하는 말을 종종 했다고 한다.”
 
조선일보 양상훈 칼럼 ‘정말 이 정도까지인 줄은 몰랐다’에도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성적이지 않고 극히 감정적이며, 사려 깊지 않고 충동적이다. 인내해서 얻는다는 지혜를 모르고 즉흥적·즉각적으로 반응한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느낄지에 대한 감(感)이 거의 없으며,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남을 존중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습니다.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어쩌면 윤석열 대통령의 감정적이고 즉흥적인 성격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한마디로 애초에 대통령이나 정치를 할 자격이 없는 무자격자를 대통령 자리에 앉힌 것입니다.
 
심리학에 방어기제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개인의 내적 갈등이나 외부의 스트레스로부터 자신의 내면을 보호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심리적 전략을 말합니다.
 
방어기제의 한 종류로 투사(injection)가 있습니다. 자신의 감당하기 어려운 욕구와 소망을 다른 사람이나 바깥세계로 전가해 책임을 회피하는 것입니다. 투사는 심할 경우 조현병이나 망상장애 같은 정신질환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우리 국민이 가장 많이 했던 말이 무엇일까요? “미쳤나 봐”, “미친 거 아냐?”입니다.
 
국민의힘 친윤석열계 의원에게 기자가 윤석열 대통령이 왜 비상계엄을 선포했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여러 가지다. 야당도 그렇고 한동훈도 짜증나게 하고. 열 받으니까 그런 거지.”
 
저는 이 의원의 말이 상당히 진실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시중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알코올성 치매’ 때문에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말도 파다합니다. 이걸 농담이라고 웃어넘길 수 있을까요?
 
한겨레 그림판
한겨레 그림판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 해제를 선언하며 마지막에 이런 말을 덧붙였습니다.
 
“그렇지만 거듭되는 탄핵과 입법 농단, 예산 농단으로 국가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무도한 행위는 즉각 중지해 줄 것을 국회에 요청한다.”
 
그 뒤 침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국민 앞에 얼굴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마치 어린아이가 사고를 쳐놓고 자기 방에 틀어박혀 문을 걸어 잠근 것과 비슷합니다. 이를 어쩌면 좋을까요? 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해야 좋을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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