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0659 

‘노무현 부관참시’는  MB 심판론 자극할 자충수
[비평] ‘흥신소’ 자처한 대검 중수부… “섶을 지고 불 속에 뛰어든 꼴”
류정민 기자 | dongack@mediatoday.co.kr   입력 : 2012-02-29  10:38:51   노출 : 2012.02.29  10:39:17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넣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와 보수언론이 ‘노무현 부관참시’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19대 총선을 40여일 앞둔 민감한 시기에 노무현 전 대통령 딸 정연씨의 미국 아파트 대금을 둘러싼 의혹을 다시 들춰냈다.

국민의 뇌리 속에 여전히 남아 있는 2009년 5월 23일 충격의 시간으로 되돌린 셈이다. 당시 대검 중수부의 ‘정치수사’ 논란 속에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서거했고, 전국에서 수백만 명의 추모인파가 분향소를 찾았다. 그것이 두려웠을까. ‘카더라 통신’을 앞세워 ‘노무현 물어뜯기’ 경쟁에 나섰던 언론들은 바짝 엎드려 여론의 눈치를 살폈다.

노 전 대통령 서거와 함께 ‘내사 종결’ 처리하겠다고 발표했던 검찰이 말을 바꾼 까닭은 무엇일까. 검찰이 총선에 개입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사건이라는 시각도 있다. 야당이 총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커지자 ‘방어용 카드’로 꺼내들었다는 시각도 있다.

‘노무현 부관참시’ 논란을 자극할 이번 선택은 어떤 형태로든 여권 핵심부와 교감 없이는 추진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분명한 것은 이번 사건은 휘발성이 큰 사안이라는 점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번 사건이 쟁점으로 부각된 과정이다. 수구·우익 진영에서는 이번 사건을 둘러싼 의혹을 끊임없이 제기했다. 특히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의 ‘조갑제닷컴’은 그러한 주장의 저수지 역할을 했다. 월간조선은 2월호에 <노정연(노무현 딸)과 ‘13억 돈 상자’의 미스터리>라는 제목의 기사를 표지 기사로 내걸었다. 

이금로 대검 수사기획관은 “국민행동본부가 지난 1월 한 언론매체의 보도와 관련해 수사의뢰를 해와 진행한 조사 절차”라고 언론에 밝혔다. 대검 중수부가 수구·우익 단체의 ‘흥신소’라도 되는 걸까. 
물론 검찰의 주장은 정치적 부담을 완화하려는 핑계일 가능성도 있다. 우익단체의 수사의뢰라는 명분을 내걸어 검찰이 하고자 했던 수사를 강행했다는 시각이다. 검찰 수사 개시 소식이 나오자 2009년 ‘여론재판’ 콤비였던 보수언론이 나섰다.
동아일보 종합편성채널인 ‘채널A’가 2월 27일 ‘단독’이라는 타이틀까지 내건 뉴스로 분위기를 띄운 뒤 2월 28일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에는 대검 수사 소식을 다룬 기사가 일제히 실렸다. 동아일보는 <검찰, 노정연 의혹 ‘스마트 수사’ 제대로 해보라>라는 사설까지 내보내며 힘싣기에 나섰다.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은 ‘조갑제닷컴’에 올린 글에서 대검 중수부 수사 소식을 전하면서 “동아일보 종편 채널 A의 보도였다. 노무현의 사망으로 파묻혔던 사건이 다시 살아난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조갑제 기자의 고군분투가 큰 몫을 했다”고 평가했다.

보수진영은 고무된 표정을 감추지 않았지만 샴페인을 터뜨리기에는 이르다. ‘노무현 부관참시’논란은 민심의 역풍을 몰고 올 수도 있는 사안이다. 검찰은 총선 개입 논란을 자초했다는 점이 부담이다. 천호선 통합진보당 대변인은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총선을 앞두고 정치 공작을 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심을 지우기가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옛 한나라당)은 총선 준비 과정에서 ‘이명박 정부 심판론’에 맞서 ‘노무현 정부 심판론’으로 맞불을 놓기도 했다. ‘노무현 부관참시’ 논란도 그 연장선으로 봐야 할까. 친박근혜계로 분류되는 이종혁 새누리당 의원은 “소위 노무현 비자금 600만 불 차명계좌 수사내역을 밝히고 관련 친노 측근 추가비리는 없는지 공개하고 관련자를 소환 조사하라”고 요구했다.

부산을 지역구로 둔 친박근혜계 의원의 주장이라는 점이 주목할 부분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이번 사건의 쟁점화에 나설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휘발성이 큰 사안이라는 얘기는 양날의 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검찰의 ‘노무현 부관참시’ 논란은 새누리당이 정권을 재창출하는데 도움을 주기는커녕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번 사건이 ‘MB심판론’의 불씨를 자극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은 박근혜 비대위원장에게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정치검찰’이라는 논란의 소재 자체가 여권에는 부담 요인이다. ‘이명박=박근혜’ 등식을 각인시킬 수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이명박 정부의 가장 큰 문제점은 민심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점이다. 2009년 봄 봉하마을을 비롯해 전국의 분향소를 찾았던 수백 만 명이 느꼈을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을 다시 자극하면 어떤 결과로 나타나겠는가.

한겨레는 2월 28일자 <총선 앞두고 노정연씨 사건 꺼내는 저의가 뭔가>라는 사설에서 검찰의 행위가 가져올 상황에 대해 이렇게 전망했다. 

“숱한 표적수사와 청부수사를 저질러온 검찰이 하루아침에 제 버릇을 남 주기는 어려운 일이다. 야당의 반발이라는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총선 국면에서 재수사를 강행한 데는 정치적 ‘꼼수’가 도사리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이런 식의 수사가 계속되면 총선 뒤가 아니라 당장 총선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그 부담은 검찰이 짊어지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섶을 지고 불속에 뛰어드는 꼴이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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