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광화문에 모인 10만 시민 "윤석열 탄핵"
김민주 기자 minju@mindlenews.com 입력 2024.11.30 22:15 수정 2024.11.30 22:18
"김건희를 특검!" 시청부터 광화문까지 울려 퍼진 함성
117차 촛불대행진-제5차 국민행동의 날-시민행진대회
촛불행동 "윤석열은 김건희 방탄에만 집중하고 있다"
지식인들 향해…"이제 모이면 시국선언을 해야 할 때"
김민석 "트럼프가 취임 전인 6개월 안에 승부를 내자"
부모, 노동자, 환경운동가 입 모아서 "윤석열 탄핵"
30일 오후 3시 촛불승리전환행동은 서울 시청역 앞에서 '117차 촛불대행진'을 진행했다. 2024.11.30. 이호 작가
일반 국민과 야당 의원, 시민단체가 모여 "윤석열 거부" "김건희 특검"를 외쳤다. 이 구호 소리는 서울 시청에서부터 광화문 광장까지 울려 퍼졌다. 참가자들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씨의 국정농단에 분노하며 김건희 특검법을 거듭 촉구했다. 부쩍 추워진 날씨에 비까지 내렸지만 시민들은 우비를 입고 집회에 참가했다.
"윤 정권 향한 분노를 행동으로 바꿀 때"
30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시청역 앞에서는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은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117차 촛불대행진, 건희방탄 우크라 개입 윤석열을 타도하자!'를 기치로 내걸고 집회를 열었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6000여명의 시민(주최 쪽 추산)들은 직접 제작한 파란 풍선을 흔들며 "건희방탄 우크라개입 윤석열을 타도하자!" "김건희 방탄 거부권 남발 윤석열을 몰아내자!" 등 준비한 구호를 외쳤다.
김은진 촛불행동 공동대표는 기조 발언을 통해 "윤석열이 김건희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며 "윤석열은 김건희를 특검해야 한다는 압도적인 여론을 거부했다. 이로써 김건희를 처벌하는 법은 이제 더욱 확실해졌다"고 질타했다. 또 "거부권을 남발하는 윤석열을 탄핵하면 되는 것"이라며 "윤석열은 오로지 김건희 방탄에만 집중하고 있다. 이제는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개입하고 있고, 연일 오물 풍선이 날아오고 접경지 주민은 불안해서 못 살겠다는데도 전쟁만 보는 윤석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공동대표는 "탄핵으로 전쟁을 막아야 한다"며 "일본은 사도광산 추도식에서 조선인 노동자에 대한 사과도 안 했다. 일본이 과거사를 미화할 수 있었던 것도 윤석열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인천·연수 촛불행동 이은지 대표가 30일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11.30. 이호 작가
인천·연수 촛불행동 이은지 대표는 "국민들은 지난 2년 7개월 동안 윤석열 정권의 분노를 차곡차곡 쌓아 올리고 있다"며 "이제 국민들은 김건희를 지키기 위해 공권력을 총동원해서 국민 목소리를 틀어막는 윤석열 정권에 어떤 기대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윤석열 정권의 독선과 국민 착취에 대한 분노를 행동으로 바꿀 때"고 말했다.
대통령의 탄핵 사유는 너무 많았다. 민생경제연구소 임세은 소장은 "윤석열 정권은 애초에 태어나지 않아야 할 정권"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때부터 거짓말과 조작을 밥 먹듯 했다. 여론조사 조작, 대선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임 소장은 "윤석열 정권의 가장 큰 거짓말은 김건희"라며 "아내 역할만 한다고 했는데 이런 요란한 내조가 어디 있냐. 불법 선거사무소도 만들었다. 지난 대선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탄핵 노래방' 코너에는 남진의 무조건 노래를 개사해서 불렀다. 참가자들은 입을 모아 "무조건 탄핵될 거야. 탄핵을 향한 나의 촛불은 무조건 무조건이야"라고 노래를 불렀다.
대학 시국선언의 문을 연 가천대학교 남명진 교수의 발언이 이어졌다. 그는 "현재까지 전국 70개 대학 교수들이 시국선언을 발표했다"며 "가천대가 보수적인데 이런 학교에서 먼저 발표하면 다른 대학교도 동참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지식인과 종교인들 모두 시국선언에 동참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촛불대행진 참가자들은 "친일사대 굴욕외교 매국노 윤석열을 타도하자"라고 외치며 파도타기 퍼포먼스를 연출했다. 마지막 순서로 방영식 목사는 "윤석열은 이 민심을 이기지 못한다"며 "윤석열은 끝났다. 탄핵은 이미 끝났으니 걱정할 것 없다"고 말하며 가곡 '청산을 살리라'와 가요 '고래사냥'를 불렀다.
집회가 마친 뒤, 촛불대행진 참가자들은 시청역에서 출발해 프레스센터, 세종대로 사거리, 포시즌호텔, 세종문화회관 뒤 외교부 사거리를 지나 광화문 광장까지 행진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과 시민사회가 함께하는 '제5차 국민행동의 날'에 합류했다.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이 30일 '제5차 국민행동의 날'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2024.11.30. 이호 작가
"김건희 특검, 윤석열 심판, 이재명 무죄"
민주당이 주최하는 '제5차 국민행동의 날'은 이날 5시에 시작했다. 촛불행진이 광화문까지 행진한 뒤 정리 집회를 하고 민주당 집회에 동참했다. 민주당은 "국민의 명령이다. 김건희를 특검하라" "정치검찰 해체하라"는 구호를 외친 뒤 지도부가 무대에 올라 함께 손을 잡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제5차 국민행동의 날과 시민행진대회에 참석한 시민은 총 10만 명(주최 쪽 추산)에 달한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윤석열 정부의) 주술 약발이 끝났다"며 "김건희 여사는 '나 감옥 가나요'라고 물었다. 그 쉬운 걸 왜 물어보냐, 김건희는 감옥에 간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는 주술로 청와대 옮기고 숫자 2000(의대 입학생 증원)에 집착했다"며 "우크라이나 불길을 못 끌고 와서 안달 내고 있다. 부자 감세 말고는 하는 정책이 없고 검찰을 김건희의 따까리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김 최고위원은 "주술 카르텔인 저들 끝까지 버틸 수 없다"며 "국회 임기는 윤석열보다 1년 길고 국민 임기는 영원하다. 이승만, 전두환, 박정희 모두 다 못 버텼는데 무슨 수로 버티냐"고 말했다. 또 "트럼프 취임 전인 52주 6개월 안에 승부를 내자"며 "'김건희를 특검하라' '윤석열을 심판하라' '이재명은 무죄다'는 같은 말이다. 내 맘대로 수사하고 골라잡아서 기소하는 것은 검사가 아니라 조폭"이라고 비판했다
김 최고위원은 "윤석열 심판, 김건희 단죄해야 한다"며 "박 대령을 지켜주고 이재명과 함께하는 싸움이다. 정권 심판 농단 심판 검찰 심판이 모두가 하나의 민주주의 투지다. 반드시 승리해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내겠다"고 외쳤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당원들과 함께 대열 중간에서 제 5차 국민행동의 날에 참가했고, 행진까지 함께한 뒤 3차 시민행진대회까지 자리를 지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북측광장 인근에서 열린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5차 국민행동의 날'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2024.11.30. 연합뉴스
"박정훈 대령은 부모 마음으로 수사한 것"
오후 5시 30부터 거부권을 거부하는 전국비상행동(이하 전국비상행동)은 민주당 집회에 이어 같은 자리인 광화문 광장에서 '김건희·채상병 특검 추진! 국정농단 규명! 윤석열을 거부한다 3차 시민행진대회'를 열었다.
첫 발언은 군에 자녀를 보낸 어머니부터 시작했다. 아프지말고 다치지말고 무사귀환 부모연대 이민림 회원은 "고 채 상병이 구명조끼 하나 받지 못해 물속에 들어가 사망한 억울함을 풀어주지 못하는 나라"라며 "박정훈 대령도 군인이기 전에 부모로서 같은 마음으로 수사에 임했을 것이다. 국방 혁신은 첨단 기술이 아니라 박 대령 같은 지휘관들에게 달린 것이다. 여러분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박정훈 대령은 무죄'라고 외쳐 달라"고 촉구했다.
거제에서 배를 만들었던 하청 노동자의 발언이 이어졌다. 하청 노동자 김영수 씨는 "2022년 여름 거제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의 투쟁을 기억하고 있냐"며 "윤석열 대통령은 차별을 개선해달라는 하청 노동자에게 공권력을 투입하고 협박했다. 5명의 하청 노동자는 47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손해배상과 실형 4년 6개월을 구형받았다. 그러나 다단계 하청 구조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12월 11일은 51일 파업 투쟁에 있는 선고가 있는 날"이라며 "올해만 한화오션에서 일한 노동자 5명이 사망했다. 우리는 이렇게 살 수 없다. 윤석열이 내려오고 노동자의 삶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3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북측광장 인근에서 열린 3차 시민행진에서 시민들이 손팻말과 촛불을 들고 있다. 2024.11.30. 연합뉴스
환경단체에서 10년째 활동하고 있는 이동희 씨는 "윤석열 정부의 환경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며 "부산에서 열리는 국제회의에서 플라스틱 생산 협약을 규제하고 있다. 그런데 행사장에 일회용 컵이 깔려 있다. 윤석열 정부는 환경 정책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원칙도 외면하고 있다"고 했다.
북한과 접경지역에 살고 있는 이재희 씨는 "윤석열이 조장해서 대남 풍선과 대북 확성기마저 시작됐다"라며 "전 정부보다 100배는 더 심하다. 윤석열은 평화를 위해 지금 당장이라도 내려와라"고 강조했다.
시민들의 자유 발언을 마친 뒤, 전국비상행동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국정농단은 헌법 파괴 행위"라며 "시민 여러분에게 호소한다.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모두 나서자"고 밝혔다. 또 "(무도한) 권력은 반듯이 무너진다"며 "우리 시민들은 항상 자랑스러운 역사를 만들었다. 주권자의 이름으로 다시 외치고 또 외치자"며 '김건희 특검법 추진' 구호를 거듭 외쳤다.
오는 12월 7일에는 '118회 촛불대행진'과 민주노총의 '윤석열 퇴진! 사회대전환! 윤석열 정권 퇴진 3차 총궐기'가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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