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불법 출금’ 프레임 수사, 시작은 조선일보였다
2019년 출국금지 관련 검사, 법무부 간부, 청와대 비서관 전원 무죄 
2021년 1월 조선일보 첫 보도→윤석열 검찰총장 ‘충실한 수사’ 지시
“文대통령 압박이 불법 낳았다”...결론은 “검찰 스스로 검찰 망신” 
기자명 정철운 기자 pierce@mediatoday.co.kr 입력   2024.11.30 16:48 수정   2024.11.30 17:53
 
▲지난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2심 선고 공판에 출석한 조국혁신당 이규원 대변인(왼쪽), 차규근 의원(가운데),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2심 선고 공판에 출석한 조국혁신당 이규원 대변인(왼쪽), 차규근 의원(가운데),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별장 성접대’와 뇌물 혐의로 재수사를 앞뒀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019년 3월 심야 출국을 시도하자 긴급 출국금지로 막았던 검사, 법무부 간부, 청와대 비서관에 대해 2심 재판부가 지난 25일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1심에서 일부 유죄 판단한 대목도 무죄로 바뀌었다. 서울고법은 이날 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된 차규근 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조국혁신당 의원)과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이규원 전 검사(조국혁신당 대변인)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긴급 출국금지는 그 당시 기준으로 법률상 요건을 모두 갖추어서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동아일보는 27일 사설에서 “이 사건은 고검장 출신인 김 전 차관이 2013년 건설업자 윤중천 씨에게서 성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게 발단이었다. 경찰이 체포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이를 반려했고 2차례 무혐의 처분하면서 ‘제 식구 감싸기’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여기에 2019년 3월 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 이후 검찰이 재수사에 착수할 조짐을 보이자 김 전 차관이 한밤중에 해외로 나가려다 실패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전한 뒤 “처음부터 (검찰의) 무리한 기소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검찰 스스로 검찰을 망신시켰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두고두고 검찰의 부끄러운 역사”라고 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019년 5월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019년 5월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한겨레는 27일자 사설에서 “김 전 차관의 도피를 막아 사법 정의를 실현하려 했던 이들을 검찰이 오히려 중범죄자로 몰아간 정략적 수사였음이 재판을 통해 확인됐다”며 “적법한 출국금지에 불법 혐의를 덧씌워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고 기소까지 한 검찰은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이 사건은 출국금지로부터 2년 가까이 흐른 2021년 1월 뒤늦게 검찰 수사가 시작되고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충실한 수사’를 지시하면서 대대적인 수사로 이어졌다.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윤석열 검찰’의 주요 수사 중 하나였다”며 “정의를 불의로, 불의를 정의로 둔갑시키는 법 기술의 전형을 보여준 사례로 남을 만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검찰에서 대대적 수사로 이어진 계기는 조선일보였다. 이 신문은 2021년 1월9일 <김학의 출국 막은 날, 검사가 내민건 조작된 출금서류였다> 기사로 ‘불법 출금’ 프레임을 내놨다. 해당 기사는 “김학의씨 단죄를 위해 작동한 우리 사법체계의 이면에 ‘불편한 진실’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당국이 2019년 3월 태국으로 출국하려던 김씨를 긴급 출국금지하는 과정이 불법으로 얼룩졌다는 것”이라며 106쪽짜리 공익신고서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이후 이 신문은 11일자 1면에 <김학의 出禁 공문은 조작…이성윤, 동부지검 압박해 은폐 개입> 기사를 싣고 <대통령의 한마디 압박이 연쇄 불법 낳았다>란 사설까지 내며 ‘공세’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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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021년 1월11일자 기사. 
 
조선일보는 당시 기사에서 “법무부가 2019년 3월 23일 새벽 김학의 전 법무차관을 긴급 출국 금지시킬 당시,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에서 출입국 당국에 보낸 출금 요청·승인 서류에 ‘가짜’ 사건번호와 내사번호가 기재되는 등 사실상 ‘공문서 조작’ 정황이 드러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김 전 차관의 출금을 요청한 이규원 검사는 긴급출금 요청서에 과거 이미 무혐의 처분이 난 그의 성폭력 사건을 기재했다. 출금 사유가 될 수 없는 사건번호를 허위기재했던 것”이라고 전한 뒤 “이 검사는 진상조사단 파견검사 신분이어서 수사권도 없었다. 수사권이 없는 검사는 내사 사건 번호를 만들 권한도 없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문 대통령은 당시 출금 닷새 전 ‘(김 전 차관 사건에) 검경 지도부가 조직의 명운을 걸고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라’고 했다. 공소시효를 사실상 무시하라고도 했다.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왕조 시대의 ‘어명’처럼 된다. 법을 지키라고 있는 국가기관인 법무부·검찰이 불법까지 저지르게 된 배경”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사건 주요 혐의였던 직권남용은 2023년 2월15일 1심 판결에서 무죄가 나왔다. 조선일보는 다음날 사설에서 “목적만 정당하면 어떤 불법을 저질러도 된다는 뜻인데 이러면 법이 무슨 필요가 있나. 어떻게 판사가 이런 판결을 내릴 수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검찰. ⓒ연합뉴스
▲검찰. ⓒ연합뉴스
 
같은 날 한겨레는 사설에서 “사법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인 이들을 중범죄자라도 되는 양 떠들썩하게 수사했던 것은 검찰의 과잉 수사였다고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도망가려는 사람을 붙잡자, 붙잡은 과정이 불법이라고 기소한 정치적 과잉 수사에 정당성을 부여했던 것은 조선일보를 포함한 몇몇 언론이었다. 조선일보는 이번 2심 무죄 판결 소식을 지면에 배치하지 않았으며, 관련 사설도 쓰지 않았다. 한편 김학의 전 차관은 2019년 5월 100여 차례의 성 접대를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발부되었으나, 2019년 11월 무죄를 선고받았다. ‘성관계는 했지만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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