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액도 공개 못하는 검찰 특활비...전액삭감, 당연하다
대법원 확정 판결에도 여전히 정보공개 거부...특활비 존속은 납세자에 대한 모욕
사회 하승수(haha9601) 24.12.02 07:07ㅣ최종 업데이트 24.12.02 07:07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연합뉴스
필자는 검찰을 상대로 세 건의 정보공개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모두 특수활동비 관련 건이다. 많은 시민들은 검찰이 법원의 확정판결에 따라 정보를 공개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필자는 지금도 소송을 진행하기 위해서 법원에 가고 있다.
검찰은 2023년 6월 이후의 특수활동비 집행정보를 전부 비공개하고 있다. 2023년 4월까지만 공개하고, 6월부터는 비공개하고 있다. 그 이유는 2023년 6월 이원석 검찰총장이 전국 검찰청들에 '민원실 격려금' 조로 특수활동비를 뿌린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 이후부터 검찰은 대법원 판결조차 무시하면서 정보를 꽁꽁 감추고 있다.
다른 한 건은 대검찰청의 각 부서가 쓴 특수활동비 집행정보 공개를 거부하고 있는 사건이다. 예를 들면 대검찰청의 O기획관, OO부, OO과가 쓴 특수활동비 정보를 공개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일선 검찰청은 대법원 확정판결의 취지에 따라서 정보를 공개하고 있는데, 대검찰청 각 부서는 공개하지 못하겠다는 것도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위 두 건에 이어서 가장 최근에 제기한 소송은 서울중앙지검이 '월별 특수활동비 잔액'을 비공개하면서 제기한 것이다. 지난 11월 18일 서울행정법원에 소장을 접수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의아할 것이다. 도대체 특수활동비 잔액을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일까?
모든 공공기관들은 결산을 한다. 그래서 한 해 동안 미처 쓰지 못한 예산은 '불용' 처리를 하거나 다음 해로 이월을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연말 잔액은 당연히 공개되기 마련이다. 연말잔액이 당연히 공개되니, 월말 잔액도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검찰은 그것마저도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서산지청에서 드러난 '연말 몰아쓰기'
사실 검찰이 특수활동비 월별 잔액을 자체 양식에 기재해서 관리하고 있다는 것도 최근에야 알게 된 사실이다. 3년 5개월의 행정소송 끝에 필자가 최종 승소하여 작년 6월 검찰로부터 자료를 공개받을 때만 해도, '잔액란'이 양식에 있는 줄도 몰랐다. 검찰이 그 부분을 가리고 복사해서 자료를 공개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개된 자료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뉴스타파>가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대전지검 서산지청이 공개한 자료에서 '잔액'이 기재되어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다른 검찰청에는 잔액란이 없었는데, 서산지청에만 잔액이 적혀 있는 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2021년 11월 대전지검 서산지청 특수활동비 잔액 하승수
서산지청에서 사용한 양식을 보면, 그 달의 수입액(배정액)과 지출액(집행액)을 적고 나서, 월말에 남은 잔액(가용액)을 적도록 되어 있다. 예를 들면 2021년 11월에는 69만8600원의 잔액이 있었던 것으로 나와 있다.
그런데 2021년 12월에는 그 달에 배분된 748만0000원까지 합쳐서 총 815만8600원을 지출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래서 잔액을 0원으로 만든 것이다.
▲2021년 12월 대전지검 서산지청 특수활동비 잔액 하승수
지자체들이 연말에 보도블록을 깔듯이, 연말에 남은 특수활동비를 몰아 쓴 것으로 보이는 행태였다. 그리고 이것은 기밀수사에만 써야 하는 특수활동비를 검찰이 '쌈짓돈'처럼 사용하고 있다는 정황증거였다. 연말에 갑자기 기밀수사가 몰릴 리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검찰청의 경우에는 공개된 자료에 '월별 잔액'이 나와 있지 않아서, 그 실태를 파악할 수가 없었다.
국회 통해 드러난 양식엔 '잔액' 모두 적도록 돼 있어
그런데 검찰이 최근 국회에 제출한 특수활동비 관련 자체 지침을 입수해서 분석하던 <뉴스타파>가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다.
대검찰청의 자체 지침에 따르면 '특수활동비 지출내역 기록부'라고 하는 서류의 하단에 서산지청 자료에 있었던 '배정액(수입), 집행액(지출), 가용액(잔액)'을 적도록 되어 있었던 것이다.
▲대검찰청 자체 특수활동비 집행지침 중에서하승수
그러니까 서산지청의 사례는 특이한 것이 아니었고, 양식 하단에 '잔액'을 기재하는 것이 모든 검찰청의 의무였던 것이다.
그런데 서울중앙지검을 포함한 일선 검찰청들은 자료를 공개하면서 일부러 잔액을 가리고 공개했던 것이었다. 무척이나 황당하고 화가 나는 일이었다.
대법원까지 확정된 판결에 따르면, 금액같은 숫자는 공개하는 것이 당연한 정보이다. 판결에서 비공개가 가능하도록 판단한 정보는 '집행명목'과 '수령인의 성명' 정도이다. 날짜나 금액같은 정보는 공개대상이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검찰은 잔액을 일부러 가리고 서류를 복사해서 공개했다. 이것은 고의적인 정보은폐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필자는 또다시 서울중앙지검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소송과는 별개로, 이 사안은 검찰 특수활동비 예산을 전액 삭감해야 하는 이유를 잘 보여준다.
▲심우정 검찰총장이 11월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잔액이 얼마인지를 감춰야 할 정도로 검찰 특수활동비는 문제가 많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추정을 해 보면, 검찰이 특수활동비 월별 잔액을 공개하지 못하는 이유는 서산지청에서도 드러난 '연말 몰아쓰기'같은 행태를 숨기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물론 '연말 몰아쓰기' 외에도 또 다른 위법이나 세금 오·남용을 감추기 위해 잔액을 공개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결국 잔액도 못 공개할 정도로 검찰 특수활동비는 심각한 오·남용과 위법 의혹들에 휩싸여 있다. 법령과 지침대로 사용되고 있다고 보기가 어려운 증거들이 너무나 많다.
그러니 이번에 야당이 검찰 특수활동비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야당의 삭감의지가 흔들리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할 것이다. 검찰 특수활동비가 존속되는 것은 납세자인 국민에 대한 모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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