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국민이 이긴다…윤석열 탄핵” 밤새 국회를 울렸다
국회의사당 앞 범국민촛불대행진
김가윤,박고은기자 수정 2024-12-07 22:57 등록 2024-12-07 22:28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사당 앞에서 시민들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김건희 여사 특검 투표 결과를 대형 화면으로 바라보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담장을 사이에 둔 국민 100만명(주최 쪽 추산, 경찰 비공식 추산 15만명)과 ‘국민의 대의 기관’ 뜻은 끝내 어긋났다.
7일 밤 9시30분께,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정족 수가 부족해 ‘투표 불성립’으로 자동 폐기 되었다는 소식이 국회 앞을 지키고 있던 시민들 사이에 전해졌다. ‘극적인 반전’을 기다리며, 늦은 밤까지 구호를 멈추지 않던 시민들 사이에 일순 정적이 감돌았다. 고요, 그리고 이내 탄식과 고함이 터졌다. “안돼” “아악”.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불참하는 방안을 당론으로 정해, 대부분 의원이 따랐다. 국민의힘에서 8명 이상 표결에 참여하지 않으면 정족 수 부족으로 탄핵안은 자동 폐기될 예정이었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의원은 안철수, 김혜지, 김상욱 의원 3명 뿐이다.
국회 표결을 앞두고 ‘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주권 실현! 사회대개혁! 범국민촛불대행진’(촛불대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은 표결 결과가 나오기 직전까지도, 여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으로 돌아오리라는 희망을 버리지 못했다. 여당 의원들 이름을 호명하며 “(본회의장에)들어가” 들어가”를 외치는 시민 목소리는 표결 종료시점이 임박할 수록 외려 점점 더 크게 울렸다. 아이패드에도 하고픈 말을 담아 흔들었다. “이틀 뒤에 시험이야 그러니까 빨리 들어가” “나 내일 출근한다 빨리 들어가라” “이번만큼은 국민의 ‘힘’이 되어라”.
공부하고 출근하는 일상을, 그 바탕에 있었던 민주주의를 지켜달라는 애원이었다. 행정부 수반 대통령이 벌인 ‘내란 사태’에 맞서 국회의 본래 역할대로 시민 목소리를 대변해달라는 간청이었다.
직장인 정유은(32)씨는 표결 종료 소식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끝내, “민주주의라서 국민의힘 의원들도 편하게 살았던 게 아닌가. 그들이야말로 민주주의를 누릴 자격조차 없다”며 “매주 나올 것”이라고 다짐했다. 대학생 신지은(22)씨는 “이렇게 추운 날씨에 이렇게 많은 국민이 외쳤는데 국민의힘은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촛불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7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주권 실현! 사회대개혁 범국민촛불대행진'에 참석한 시민들이 여의도 국회 앞에서부터 여의도역까지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탄핵안 통과는 불발됐지만 시민들은 포기하기보단 다짐하고 서로를 다독이는 분위기였다. ‘12.3 내란 사태’의 참혹한 광경 앞에 물러설 수 없는 선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조민제(48)씨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가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위기를 맞고보니 당연한게 아니었던 것”이라며 “딸이 중학교 2학년인데 계엄이 뭔지도 잘 모른다. 군이 국민한테 총을 겨눌 수 있다는 것도 이해를 못한다”며 울었다. 이어 “그래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주말을 포기하고 한 데 모인 모습은 자랑스럽고 감동적”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8년 전 겨울 내내 이어졌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집회를 되새기는 시민도 적잖았다. 직장인 정아름(28)씨는 “제대로 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실망과 걱정이 앞선다”면서도 “국민의힘은 탄핵을 한 번 겪고도 국민 무서운 걸 모르는 것 같다. 그때처럼 어떻게든 국민이 이기고 마는 모습을 또 보게될 것”이라고 했다. 직장인 김균호(54)씨는 “이런 광장이 모이면 하나의 들불이 돼서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한 것처럼 더 타오를 거다. 포기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날 범국민촛불대행진을 진행한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여당의 표결 불참을 “주권자 국민의 뜻을 짓밟은 내란동조 행위”로 규정하며 “국민들은 국민의힘의 존재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내란 세력들은 우리들의 평화로운 집회를 폭력 시위로 변질시키려 할 것”이라며 “끝까지 평화로운 집회를 만들어 나가자”고 했다.
이날 국회 앞에는 주변인 국회의사당역과 여의도역을 일부 열차가 무정차 통과할 정도로 압도적인 인파가 몰렸지만, 큰 충돌은 빚어지지 않았다. “탄핵” 탄핵”을 외치는 시민의 목소리만은 밤 늦은 시간까지 국회를 향해 울렸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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