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법 학자 “내란 반대했어도 회의 참여한 국무위원 처벌 받아야”
“명령 받은 부사관급 간부 등 불기소해야”
고발된 추경호는 ‘사전 인지’ 여부가 관건
임재희 기자 수정 2024-12-26 22:11 등록 2024-12-26 17:58
12·3 내란사태의 최정점에 선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공범’은 어디까지 처벌할 수 있을까? ‘비상계엄 발동 권한’을 쥔 윤석열 대통령에게 내란죄 우두머리(수괴) 혐의 적용은 당연하며, 국무총리를 비롯해 비상계엄을 적극적으로 막지 않은 국무위원들도 무거운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6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내란죄의 법적 쟁점과 헌정질서 수호’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해 “대통령이 국헌 문란 목적을 가지고 비상계엄을 폭동 수단으로 사용했다면 당연히 내란죄 주체가 될 수 있다”며 “윤석열은 당연히 형법 제87조 제1호 내란죄 수괴”라고 말했다.
김용현, 역할에 따라 ‘내란죄 수괴’ 적용될 수도
아무리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12·3 내란사태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해서 윤 대통령의 책임이 가벼워지지는 않는다는 것이 서 교수의 판단이다. 국헌 문란 목적의 폭동인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있는 권한이 오직 윤 대통령에게만 있어서다. 서 교수는 “김 전 장관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김 전 장관이) 역할에 따라 내란죄 수괴로 올라갈 수는 있어도 윤석열이 수괴 지위에서 내려올 가능성은 없다”며 “비상계엄 발동권자가 윤석열 혼자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 이외에는 어디까지 내란죄 처벌을 받게 될까. 형법에 규정된 내란죄에선 폭동을 일으킨 사람을 △우두머리 △모의 참여·지휘한 중요임무종사자 △부화수행자 △단순관여자 등으로 나눠 처벌한다. 서 교수는 비상계엄 선포를 건의하고 군을 동원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경찰력 동원의 책임이 있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중요임무종사자로 봤다. 그러면서 “(비상계엄 심의) 국무회의에 참여한 국무위원들이 자기는 반대했다고 이야기하는데 면책·면피성 발언으로 보인다”며 “반대나 우려 표시를 하더라도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은 모의·참여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본다”고 했다.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전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 11명 가운데 명시적으로 반대 의견을 피력한 건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태열 외교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장관도 앞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출석해 “(사전 국무회의에서) 반대라는 표현을 쓴 분은 두어분 정도로 기억한다”고 말한 바 있다.
“군경 지휘부는 ‘중요임무종사자’…사병은 불기소해야”
서 교수는 비상계엄에 가담한 군·경 지휘부를 중요임무종사자로 분류했다. 처벌 범위에 속하는 군 지휘부는 현재로썬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계엄사령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문상호 전 국군정보사령관 정도다. 이들은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난 3일 국회의사당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병력을 투입하는데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 지휘부 중에서는 국회 봉쇄에 가담한 조지호 전 경찰청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목현태 전 국회경비대장이 포함됐다.
지휘관 명령을 받아 국회 등에 투입된 영관급이나 부사관급 간부, 사병 등은 ‘불기소’해야 한다고 서 교수는 짚었다. 서 교수는 “연대장, 대대장급의 중간 간부는 내란 단순가담자로 처벌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 밑의 영관급·부사관급 간부 및 사병들은 사실상 명령 불복종이 쉽지 않고 사태의 본질을 정확하게 알지 못한 상태에서 동원됐을 가능성이 커 모두 불기소처분하는 게 타당하다”고 했다.
추경호는 ‘비상계엄 사전에 알았나’ 관건 될 듯
국회의원 중에서는 유일하게 ‘내란’ 혐의로 고발된 추경호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의 처벌 여부는 ‘사전에 비상계엄을 알았는지’에 달려있다. 그는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요구안 결의를 위해 바쁘게 움직이던 당시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을 국회가 아닌 당사로 불러모아 ‘국회 표결 저지’의 임무를 수행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서 교수는 “사전에 계엄 발동을 알고 국회 표결권 행사를 저지하기 위한 임무를 부여받아 수행했다는 게 (수사에서) 드러나면 내란 중요임무종사자로 처벌받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토론회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과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참여연대, 국회 공정사회포럼,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의원 28명이 공동 주최했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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