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10개월 전 ‘MBC 심장’ 시찰한 수방사…사옥 도면까지 요구”
국회 과방위 질의서 MBC 박건식 본부장 답변
“2월 6일 수방사 협조 공문…사상 처음이라 의아
15일 군인들 주조 시찰 뒤 공문에 없던 도면 요청”
최성진 기자 수정 2025-03-05 16:27 등록 2025-03-05 12:07

수도방위사령부 입구. 연합뉴스
12·3 계엄 당시 국회에 투입된 육군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 1경비단이 지난해 초 문화방송(MBC)을 직접 방문해 주조정실(주조)과 부조정실, 건물 외곽을 시찰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방송사 주조는 프로그램의 제작·송출을 지휘하는 곳으로 이곳이 장악되면 방송 송출 자체가 차단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일 오전 과방위 현안질의에서 “모든 쿠데타가 그렇듯 1차 타깃은 국민의 눈과 귀를 장악하는 것, 방송국을 장악하는 것”이라며 “아마 12월4일 새벽 1시 국회가 계엄 해제 의결에 실패했다면 계엄군은 엠비시, 케이비에스(KBS), 에스비에스(SBS)를 1차적으로 장악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육군 수방사 1경비단이 문화방송 등 국내 주요 방송사의 건물 내부 도면을 요청했던 사실도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알려진 바 있다.

5일 오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박건식 문화방송(MBC) 기획본부장에게 지난해 수도방위사령부의 문화방송 시찰과 관련해 질의하고 있다. 박 본부장 앞 모니터에 수방사의 문화방송 건축물현황도 요구 공문이 띄워져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정 의원은 박건식 문화방송 기획본부장을 상대로 “(계엄군이 방송국 장악을 위해) 예비 정찰을 실시한 증거가 드러났다. 2024년 2월 육군 대위를 팀장으로 하는 5명의 수방사 1경비단 요원들이 엠비시를 사전 정찰했다”며 “육하원칙에 의해 누가 언제 무엇을 어떻게 왜 했는지 소상히 설명해달라”고 요청했다. 수방사 1경비단은 계엄 당일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알려진 부대다.
답변자로 나선 박 본부장은 “의원님 말씀대로 엠비시에 찾아오기 전인 2024년 2월6일 수방사 1경비단에서 시찰을 요청하는 협조 공문을 보냈다”며 “이것은 사상 처음이기 때문에 매우 의아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 전에도 군이 보안시설인 엠비시를 찾아온 적은 있었지만 그때는 일반 보병 사단이었고 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경찰·소방서와 함께 합동점검을 했다”며 “2월6일 공문은 수방사만 단독으로 저희에게 보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방사 1경비단이 문화방송을 직접 방문한 시점은 공문 발송 직후인 2월15일이었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박 본부장은 “2024년 2월15일 수방사 군인 5명이 본사를 방문해 뉴스데스크 주조정실 등을 시찰했고, 시찰 이후에는 공문에 없던 엠비시 도면을 달라고 했다”며 “이에 (문화방송 쪽) 예비군 중대장이 도면이 없다며 필요하면 정식 공문을 보내달라고 했으나, 공문은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박 본부장은 “저희들이 매우 의아했던 것은 국가기간방송은 케이비에스이고, 케이비에스에는 수방사가 이런 공문을 보낸 적도 찾아온 적도 없다는 것으로 듣고 있다”며 “왜 굳이 엠비시만 찾아왔냐 하는 의문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6일 수도방위사령부 1경비단이 문화방송(MBC) 등에 보낸 공문. 정동영 의원실 제공
방송사 주조정실은 방송 프로그램의 제작·송출을 지휘 및 관리하는 곳으로 자동송출장비(APC) 등이 갖춰진 방송사 시설의 핵심부다. 주조가 기능을 못 하면, 방송 송출은 즉각 차단될 수밖에 없다. 문화방송에선 1999년 5월 ‘피디(PD)수첩’ 내용에 불만을 품은 만민중앙교회 신도들이 이곳에 난입해 전원 장치를 내리는 바람에 정규방송이 중단되는 등 대형 방송사고가 빚어진 바 있다.
정 의원은 “도면에는 단전·단수 등 중요 시설의 모든 점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수방사에 주지 않았다”는 박 본부장 설명과 달리 수방사가 다른 수단을 통해 도면을 확보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수방사는 에스비에스에 도면을 요청했으나 에스비에스는 주지 않았고 이것을 구청을 통해서 입수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아마도 엠비시 도면도 (수방사가) 다른 경로로 입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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