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BBK 허위사실유포 혐의 고발 2개월…수사상황은?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기사등록 일시 [2012-03-06 05:00:00]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BBK 관련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당한지 2개월이 넘었지만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지 못한채 여전히 답보상태다. 4·11 총선이 1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번 수사가 총선 판국을 뒤흔들 뇌관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박 위원장이 정봉주 전 의원 팬클럽 '정봉주와 미래권력들'의 회원 김모씨에 의해 고발당한 것은 지난해 12월28일. 경기 파주시에 거주하는 김씨는 당시 서울남부지검에 "BBK에 관한 허위사실 유포(공표)의 혐의에 대해 엄중히 조사해 처벌해 달라"는 내용의 고발장을 제출했다. 고발장을 접수한 검찰은 지난 1월12일과 같은달 27일 김씨를 불러 고발인 조사를 마쳤다. 이 과정에서 김씨로부터 혐의 입증 자료도 넘겨받았다. 김씨가 제출한 자료는 박 위원장이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했던 BBK 관련 발언들이다.

제출된 증거에 따르면 2007년 8월13일 경기 안양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경기합동연설회에서 박 위원장은 이명박 후보를 겨냥해 "지금 검찰이 (이 후보와 관련된) 여러 수사를 다 해놓고 발표하지 않고 있고 5500명의 투자자들에게 1000억원대의 막대한 손해를 입힌 김경준씨는 9월에 들어와 BBK의 실소유주가 누구라는 것을 입증하겠다는데 이것으로 우리가 앞날을 내다볼 수 있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또 이튿날 대구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BBK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 "김경준씨가 5500명의 투자자에게 1000억원대의 피해를 입혔고 피해본 사람이 자살까지 했는데 김씨가 9월에 (한국에) 와서 BBK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 밝힌다고 한다"며 "만에 하나 그 후보가 한나라당 후보로 확정되고 나면 무슨 일이 벌어지겠나. 그 때 가서 땅을 치고 후회한들 무슨 소용인가"라고 발언했다.

사흘 뒤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마지막 연설회에서는 김경준씨가 "BBK는 100% 이명박 소유"라며 이 후보와의 '비밀 계약서'가 존재한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 "아무리 정치 공작이라고 외쳐 봐도 서류 한장 나오면 어쩔 수가 없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 발언들을 통해 김씨는 박 위원장의 발언과 정봉주 전 의원의 발언이 연장선상에 있음을 증명하려 했다. 실제로 정 전 의원 역시 2007년 대선 당시 기자들에게 "이명박 후보가 김경준과 결별했다는 주장은 거짓이다" "BBK는 이명박이 100% 소유하고 있다"는 등 주장을 했다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 혐의 등으로 불구속기소돼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정 전 의원의 사례를 소개하며 김씨는 "법 적용은 일률적이어야 마땅하고 법은 어떤 경우든 공정하게 집행해야 옳지 않은가"라며 "박근혜씨가 경선 당시 BBK 관련 발언을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은 3살 먹은 애들도 알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김씨가 일찌감치 증거를 제출했지만 검찰은 1개월째 "수사 중"이라는 원칙적인 답변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남부지검 관계자는 수사 진행 상황을 묻는 질문에 "(김씨는)정 전 의원의 발언과 박 위원장의 발언을 동일선상에서 보고 있는데 당시 두 사람의 얘기를 잘 비교해봐야 한다"며 "내용을 살피며 법리를 검토 중"이라고만 답했다.

수사 상황이 베일에 싸인 가운데 정치권은 각기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만 이 사건을 해석하고 있다. 

'나와라 정봉주 국민운동본부'의 공동간사를 맡고 있는 민주통합당 안민석 의원은 검찰을 향해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안 의원은 "대한민국 정치 검찰들이 이런저런 핑계 대면서 제대로 수사를 안할 게 뻔하다"며 "검찰은 앞으로도 박근혜 봐주기, 박근혜에 줄서기 하면서 쭉 갈 것"이라고 비꼬았다. 또 박 위원장을 향해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서 한 사람은 감옥에 가있고 한 사람은 집권당의 대표가 돼 있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며 "정파를 떠나서 자신과 똑같은 발언을 한 사람이 수감됐다면 인간적인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훈수를 뒀다.

반면 박 위원장측 인사들은 정반대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상돈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은 "정 전 의원은 조금 더 단정적으로 얘기했고 박 위원장은 의혹이 있다 정도로만 얘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유승민 의원이나 박 위원장은 경선 당시 '이명박 후보는 이런 의혹이 있는 후보'라는 식으로 말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이번 사건이 총선 정국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야당의 전략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한 친박계 의원은 "(박 위원장 고발건은) 전형적인 여당 대권주자 흠집내기로서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며 "선거용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밖에 여권 일각에서는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죄의 공소시효가 선거당일로부터 6개월이 지나면 완성된다는 점을 근거로 검찰이 박 위원장에 대해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릴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정치권의 아전인수격 공방을 뒤로한 채 고발인 김씨는 조용히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 김씨는 "검찰이 수사를 하는지 마는지 알 수 없는데다가 왠지 수사를 중단한 채 방치하는 듯한 느낌까지 든다"며 "일단 좀 더 기다려본 뒤 그래도 수사가 진전되지 않고 차일피일 지연될 경우 수사를 촉구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김씨는 서면 질의와 검찰청사 앞 1인 시위까지 고려하고 있다. 김씨는 "조금 기다려보는 상황이지만 검사의 수사의지가 없다고 판단되면 결코 가만히 있지 않겠다"며 조만간 행동에 나서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da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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