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12504

전투기, 이명박 최후의 전투
“이명박 대통령이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F35 전투기 도입을 약속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F35는 개발 지연과 단가 상승으로 미국 내에서도 논란을 빚는다.
기사입력시간 [233호] 2012.03.05  09:53:03  조회수 18133  김종대 (군사평론가, 편집장)  

우리 공군이 운용하는 전투기는 F4, F5, F16, F15 네 종이다. 현재 도입되고 있는 FA50까지 당분간 5종을 운용해야 한다. 이 중 30년 이상 경과한 F4와 F5가 250대로, 전체 전투기 보유량의 50%에 해당된다. 이 낡은 전투기들은 그 효용이 의문시되어 한·미 연합작전 계획에서도 임무가 없다. 즉 전쟁이 나도 핵심 임무 수행이 불가능하다. 이런 전투기를 억지로 운용하면서 매년 추락 사고가 발생해 조종사들이 순직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공군은 전투기 보유 기준을 500대에서 400대 수준으로 하향 조정하고 곧 도태될 F4, F5 전투기의 공백을 메우려 한다. 그 방법 중 하나가 세계 최고 성능의 전투기 60대를 해외에서 구매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차기 전투기 사업(F-X)이다.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을 겪은 현 정부는 적극적인 대(對)북한 억제 전략을 통해 북한에 대한 선제 군사행동을 의미하는 새로운 군사전략을 채택하고자 한다. 북한 핵심 목표에 대한 적극적 군사행동을 필두로 한 강압정책을 구사하겠다는 뜻이다. 북한 핵심부에 은밀하게 침투해 도려내듯이 정밀하게 타격할 수 있는 스텔스 전투기가 있다면 가능한 일이다. 북한 정권의 심장을 바늘로 찌르는 것과 같은 위협을 가하겠다는 MB식 국방전략이다. 이와 더불어 중국·일본이 제5세대 전투기로 불리는 스텔스 전투기를 확보하는 데 자극을 받아 향후 동북아에서의 스텔스 경쟁에도 뛰어들 태세다. 주변국의 잠재적 위협에 대해서도 ‘체벌적 응징전략’을 구사하기 위해 세계 최고 성능의 전투기를 도입하려 한다. 이를 위해 총사업비 8조3000억원을 책정하고 올해부터 착수금을 배정하였으며, 올해 10월까지 계약을 마치고 2016년부터 전투기를 들여올 계획이다.

F35

미국 정부 부담을 나서서 떠맡아

이렇게 보면 차기 전투기 사업은 미국 록히드마틴의 F35를 도입하기로 이미 내정된 상황에서 보잉 사의 F15SE, 유럽 EADS 사의 유로파이터 타이푼을 들러리 세운 형식적 경쟁체제로 가는 듯하다. 새누리당의 송영선 의원은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오바마 대통령을 만났을 때 미국제 F35 전투기 도입을 약속했다”라는 ‘밀약설’을 제기해 파문을 일으켰다.

더불어 송 의원은 수년이 걸리는 전투기 시험평가와 계약 협상을 올해 착수해 10월까지 다 해치우려는 정부의 태도가 바로 특정 기종을 내정해놓고 형식적인 절차만 밟으려는 것 아니냐는 세간의 의혹을 상기시켰다. 사실 여부와 관련 없이 여론은 송 의원을 말을 대체로 믿는 분위기다. 정권 말기에 대선을 불과 한 달여 남겨놓은 시기에 8조원대 계약을 해치우려는 ‘각하 전투기 사업’은 이렇게 밀어붙이기로 추진되고 있다.

 
F15SE

이런 의혹 제기는 사실 정부가 자초한 것이다. 지난해 1월 중국 방문을 마치고 한국에 온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은 이명박 대통령과 김관진 국방부 장관에게 중국의 스텔스기 개발을 거론하며 F35 구매를 권유한 것으로 언론에 보도되었다. 이에 영향을 받은 국방부와 공군이 5세대급 스텔스 전투기 도입을 공공연히 주장하고 나섰으나 공교롭게도 바로 이 무렵이 F35의 개발 지연과 단가 상승으로 미국 내에서 논란이 가중되던 시기였다. 미국 공군이 록히드마틴이 개발 중인 스텔스기가 목표 성능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전투기 인수를 거부했고, 캐나다·이탈리아·영국 같은 공동 개발국 역시 물량을 축소하거나 인수 시기를 연기한다는 보도가 줄을 이었다.

비싼데 기술 이전도 안 돼

감축되는 미국 국방 예산으로는 개발에 어려움을 겪는 전투기를 살 여력도 없다. 미국 국방부는 F35의 구매 축소와 구매 시기 연기 등을 통해 향후 5년 동안 151억 달러를 절감하기로 하고, 2013년에 총 29대를 61억 달러에 사들이는 긴축 계획으로 돌아섰다(미국이 F-35 한국에 떠넘기려는 이유는? 기사 참조). 모두가 새로운 전투기를 도입하는 데 신중론으로 돌아선 시기에 유독 미국과의 동맹에 몰입하는 한국과 일본이 이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돌아선 것은 미국 국방부에 복음과도 같다. F35의 대당 가격이 2억 달러로 치솟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한국과 일본에서 어느 정도 구매만 해준다면 단가를 낮출 수 있고, 이는 미국 국방 예산의 부담을 한결 덜어주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의 어려움이 동맹국에 전가되는 상황 자체가 미국 정부가 전투기 해외 판매에 적극 나설 절박한 이유가 된 것이다.

유로파이터 타이푼

미국 국방부는 F35의 경쟁 기종인 F15SE를 생산하게 될 보잉 사에 대해 “한국에 보잉 사는 전투기를 직접 판매할 수 없고, 미국 국방부가 한국에 판매하는 ‘정부 간 거래(FMS)’ 방식으로만 거래해야 한다”라며 보잉 사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업체가 한국에 대한 판매 당사자가 되지 못하고 미국 정부가 직접 전투기 판매를 관할한다는 것은 록히드와 보잉 간의 경쟁에 미국 정부가 직접 개임함으로써 사실상 공정한 경쟁을 불허하게 됨을 뜻한다. 이에 대한 표면적인 명분으로는 지난해 한국 공군이 F15K 전투기의 미국제 센서 ‘타이거아이’를 무단으로 분해한 데 대한 보복적 조치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 방침을 방위사업청에 공식 통보했다.

F35의 경우는 해외 판매국과 절충교역(Off-set)으로 불리는 기술 이전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우리로서는 차기 전투기를 도입하면서 향후 한국형 전투기(KFX)를 자체 개발할 수 있는 기술 도입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그런데 F35는 이미 개발비를 분담한 다른 개발 참여국과의 형평성 문제 때문에 한국에 기술 이전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방사청은 1월의 사업설명회에서 “기술 이전 목록에 따른 기술 이전 양해 각서는 2013년 12월까지 별도로 체결한다"며 기술 이전과 전투기 기종 선정은 별개 과정으로 분리했다. 

구매 계약서에 기술 이전 내용을 포함시키지 않고 기종 선정 1년 후에야 별도로 양해 각서를 체결한다는 것은 듣지도 보지도 못한 방식이다. 이러한 사업 방식이라면 전투기 사업을 통해 우리 항공산업 발전에 얻을 것은 거의 없다. 역대 한국이 전투기 사업을 하면서 외국 업체에 이런 파격적인 배려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각하 전투기 사업’은 국부의 대량 해외 유출이라는 우려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집권 초 미국에 쇠고기 시장을 내준 것과 비견되는, 집권 말기의 미국에 대한 파격적 선물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다 성능이 불확실한 개발 중인 전투기의 성능 보장 문제를 미국 정부의 보증서로 대체하겠다고 한다. 실물을 테스트해보지 않고 카탈로그만 보고 자동차를 사겠다는 식이다. 사업비를 부담해야 할 다음 정권이 이 사업을 번복할지 모르기 때문에 임기 말에 도장 찍고 나가겠다는 ‘오기’도 현 정권의 색깔에 딱 들어맞는다. 또 하나의 무기 도입 스캔들이 꿈틀거리는 정권 말 풍경이다.
   
1월30일 방위사업청에서 열린 차기 전투기 사업설명회에서 미국의 록히드마틴과 보잉 사, 유럽의 EADS 사 등 업체 관계자들이 설명회장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위). ⓒ뉴시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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